국세청, 고액 체납자 1위 권혁 세금 일부 징수... 과정도 상당히 극적이다

2026-04-27 18:08

국경 무너진 세금 추적, 외국인 선수도 예외 아니다

권혁 시도그룹 회장 / 유튜브 'MBN 뉴스'
권혁 시도그룹 회장 / 유튜브 'MBN 뉴스'

국세청이 최근 9개월 동안 외국 과세당국과 공조해 339억 원에 달하는 내국인과 외국인의 체납 세금을 징수했다.

국가에 내야 할 세금을 고의로 내지 않고 외국으로 도망치거나 재산을 몰래 빼돌린 사람들을 끝까지 추적해 외국 정부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아 밀린 세금을 강제로 거둬들인 것이다.

27일 국세청은 지난해 임광현 국세청장 취임 이후 최근 9개월 동안 이러한 징수 성과를 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에 국세청이 징수한 5건 중 3건은 이미 고액 상습 체납자로 명단이 널리 공개된 인물들이다.

이 가운데는 고액 체납자 1위로 알려진 권혁 시도그룹 회장(개인 체납액 3938억 원)이 포함됐다. 권 회장은 국외에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면서도 기업 지배구조를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은폐했다.

그는 한국에 일체의 세금 납부를 거부한 채 장기간 막대한 세금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국세청 직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은 개인이 지배하는 해외 법인은 해당 개인의 체납 세금을 대신 납부할 제2차 납세의무가 있다는 명확한 법적 근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국세청은 권 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외국 법인 한 곳을 제2차 납세의무자로 새롭게 지정했다. 이후 치밀한 금융 추적을 통해 해당 법인의 예금 계좌를 찾아냈고, 권 회장이 제기한 조세 불복 소송에도 체계적으로 대응해 법정에서 최종 승소했다.

재판 승소 이후 국세청은 해당 국가 과세당국에 정식으로 징수 공조를 요청했다. 양국 실무회의를 통해 국세청은 권 회장의 예금 계좌에 대한 압류와 추심 조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압류와 추심이란 통장에서 체납자가 돈을 마음대로 빼가지 못하게 법적으로 묶어둔 뒤 국가가 그 돈을 강제로 가져와 세금으로 충당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다만 국세청은 해당 국가의 이름과 정확한 추징 금액 수준에 대해서는 상대 국가와의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징수 사례에는 고액 연봉자인 외국인 프로 운동선수가 세금 신고를 정상적으로 하지 않고 출국한 뒤 해외 리그로 이적해 세금을 장기간 체납한 경우도 포함됐다.

국세청은 이 선수가 현재 거주 중인 국가의 과세당국에 세무 정보 교환을 요청해 재산 현황 파악 및 징수 공조를 개시했다.

외국 세무 기관이 본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하며 움직이기 시작하자 선수 측은 국내 대리인을 통해 밀린 세금을 모두 납부했다. 국세청이 이 외국인 선수로부터 환수한 금액은 수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세청은 현재 국제공조 절차가 활발하게 진행 중인 건도 수십건에 달해 향후 수백억 원 규모의 체납 세금이 추가로 환수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제공조 절차가 진행 중인 건도 수십건에 달해 향후 수백억 원 규모의 체납세금이 추가 환수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체납자가 전 세계 어디에도 발붙일 수 없도록 국가 간 경계 없는 철저한 국제공조 체계를 구축하여 소중한 국고를 수호하겠다"고 징수 의지를 밝혔다.

국내외에서 이와 비슷하게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지능적으로 세금을 회피하다가 적발된 사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보고됐다.

국세청은 2021년 2월 다국적 기업과 부유층이 해외에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컴퍼니를 세우고 막대한 부를 편법으로 이전한 역외탈세 혐의를 포착해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벌였다.

당시 국세청은 해외 지사와의 정상적인 상거래로 위장해 기업 자금을 몰래 빼돌리거나 가족 명의의 차명 계좌를 이용해 부동산과 금융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들을 상대로 수천억원대의 세금을 강제로 추징했다.

이처럼 세금 징수 기관은 국경을 넘어 갈수록 교묘해지는 탈세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 정부와 금융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환하고 사법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추세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