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역 앞에만 외국인 관광객이 넘쳐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오사카 도톤보리를 걷다 보면 그 공식이 완전히 깨진 것을 실감하게 된다. 글리코 간판 앞에서 셀카를 찍는 이들, 타코야키 줄에 선 외국인들, 심야에도 한국어·영어·중국어가 뒤섞인 쇼핑가. 일본 여행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한때 도쿄의 곁가지였던 오사카가 이제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흔들리는 ‘도쿄 일극 체제’
오랫동안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첫 번째 목적지는 도쿄였다. 도쿄에서 시작해 교토·나라를 들르는 골든 루트가 수십 년간 정석으로 자리 잡았고, 오사카는 그 경유지 정도로 여겨졌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2010년대 중반부터였다. SNS가 여행 문화를 바꾸기 시작하면서 오사카의 독특한 먹거리 문화와 활기찬 서민 정서가 짧은 영상과 사진으로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도톤보리의 야경, 구로몬 시장의 해산물, 신세카이의 레트로한 거리가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타고 바이럴이 됐다. "도쿄보다 오사카가 더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숫자가 이를 뒷받침한다. 마스터카드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트래블 트렌드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여름 세계 여행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여행지 1위는 도쿄, 2위는 오사카였다. 3위가 파리였다. 오사카가 파리를 제치고 세계 2위 여행지로 꼽힌 것이다. 2014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오사카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3.9배 늘었다. 같은 기간 도쿄의 2.8배, 전국 평균 2.7배를 훌쩍 뛰어넘는 성장세다.
엑스포가 쐐기를 박다
지난해 오사카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데는 4월부터 10월까지 열린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엑스포는 외국인 관람객 350만 명을 목표로 내걸었고, 이를 계기로 '오사카'라는 도시 자체에 대한 세계적인 인지도가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과는 기대를 뛰어넘었다. 지난해 한 해 오사카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역대 최다인 1760만 명을 기록했다. 오사카관광국이 당초 목표로 내걸었던 1500만 명을 약 17% 초과 달성한 수치다. 인바운드 소비액도 약 1조 6000억 엔에 달했다. 오사카관광국은 2026년에는 1800만 명 이상을 목표로 내걸었다.
같은 해 일본 전체의 외국인 관광객이 4268만 명이었고 도쿄가 2175만 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사카는 전국 인바운드의 약 41%를 흡수한 셈이다. 도쿄와의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차이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국적별로도 흥미로운 차이가 있다. 중국인·한국인 관광객은 도쿄보다 오사카를 더 많이 찾는다. 간사이국제공항에서 난바역까지 환승 없이 약 45분이면 닿는 교통 편의성, 그리고 먹거리와 쇼핑 중심의 관광 콘텐츠가 동아시아 여행자들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인 관광객은 도쿄 방문자 수가 오사카의 약 2배에 달하는데, 주요 국제선이 하네다·나리타 공항에 집중된 구조적 이유가 크다.
쇼핑가가 달라졌다
관광객 급증의 체감은 오사카 시민들에게 가장 먼저 전달된다. 신사이바시·도톤보리·난바 일대 쇼핑 거리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외국인 관광객으로 가득 차 있다. 우메다 기타 지역도 마찬가지다. 한때 도쿄 신주쿠나 시부야에서 볼 법한 풍경이 이제 오사카 번화가에서 일상이 됐다.
이런 변화는 호텔 시장에도 즉각적으로 반영됐다. 신사이바시도 우메다도 신오사카도 엑스포 기간 중에는 만실이 이어졌고, 여행자들이 숙소를 구하지 못해 인근 고베나 신이마미야까지 밀려나는 상황이 빚어졌다. 비즈니스호텔 1인실 요금이 평균 1만 7000엔 수준까지 치솟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에는 오사카에 월도프 아스토리아, 파티나 오사카 등 세계 최고급 호텔들이 잇달아 문을 열면서 고급 관광객 유치에도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관광 공해의 그림자
그러나 기쁨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급격한 관광객 증가가 오사카 시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전철과 버스에 외국인 관광객이 넘쳐나고, 쇼핑가 골목까지 캐리어를 끄는 관광객 행렬이 이어지면서 오버투어리즘, 즉 관광 공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25년 상반기 일본 전체의 방일 외국인 수는 2151만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면서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전국적으로 심각해졌다. 대도시권에서는 교통 인프라 혼잡, 숙박 요금 급등, 소음, 관광 매너 문제 등이 주민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바운드 숙박객의 약 70%가 도쿄·오사카·나고야 3대 도시권에 집중되는 구조적 쏠림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은 한국인 관광객에서도 뚜렷하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전체 한국인 관광객 가운데 60%가 도쿄·오사카·후쿠오카 3개 도시에 집중되고 있다. 대도시는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는 반면 지방 소도시는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항공 노선이 일시 중단되거나 폐지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도쿠시마, 시즈오카 같은 소도시로 한국인 관광객을 분산시키기 위해 재방문객을 집중 공략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40대 이상 가족 여행객에게는 온천·로컬 음식·에코투어 같은 체험형 콘텐츠를, 20·30대에게는 SNS에서 유행하는 사진 명소와 테마파크 등을 제시하는 세대별 맞춤 여행 프로그램이 그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