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0명 수술실에 혼자 남겨진 엄마...석 달째 '식물인간'

2026-04-27 14:29

강남 병원 '의사 없는 수술실'의 비극

서울 강남의 한 유명 병원에서 팔꿈치 수술을 받던 40대 여성 환자가 심정지 상태에 빠져 석 달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환자의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감시해야 할 마취과 전문의와 집도의가 모두 수술실을 비운 사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어, 의료계의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과 무책임한 관행에 대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27일 YTN이 단독보도한 내용이다.

유튜브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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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한 지난 1월, 40대 환자 C 씨는 간단한 팔꿈치 수술을 위해 수술실로 향했다. 그러나 폐쇄회로(CC)TV 및 병원 기록을 통해 드러난 정황은 충격적이다. 환자가 수술실에 들어간 지 단 12분이 경과한 시점, 환자의 전신 마취를 마친 마취과 전문의 A 씨는 수술복을 벗고 사복으로 갈아입은 채 병원을 빠져나갔다.

당시 수술실에는 정형외과 집도의 B 씨조차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즉 전신 마취로 인해 스스로 호흡하거나 외부 자극에 반응할 수 없는 환자가 의사 한 명 없는 공간에 간호 인력과 함께 남겨진 것이다. A 씨는 이후 환자 측과의 통화에서 "프리랜서 마취 의사들은 보통 그런 식으로 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마취 직후 자리를 뜨는 행위가 업계의 관행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뒤늦게 들어와 수술을 마친 집도의 B 씨 역시 수술 직후 환자가 의식을 회복하기 전 수술실을 떠났다.

B 씨는 "수술에 집중하느라 마취과 의사가 나간 줄도 몰랐고, 당연히 인근 마취과 방에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결과적으로 수술 전후 가장 위험한 시기에 환자는 두 의사의 보호로부터 동시에 소외되었다.

유튜브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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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이 끝난 후 환자가 정상적으로 깨어나지 않자, 현장에 있던 간호사는 외부로 나간 마취과 전문의 A 씨에게 급히 연락을 취했다. 현장 복귀가 절실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A 씨는 전화상으로만 두 차례에 걸쳐 마취 해독제 투여를 지시했다. 의료진이 현장에서 환자의 호흡 상태나 산소 포화도 등을 직접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한 채 원격으로 처방을 내린 것이다.

두 번째 해독제가 투여된 지 불과 9분 뒤, 환자의 산소 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지며 심정지가 발생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마취과 의사가 현장에 상주했다면 바이탈 사인(생체 신호)의 미세한 변화를 즉각 감지해 기도 확보나 응급 소생술을 실시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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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 두 자녀의 어머니인 환자는 결국 저산소성 뇌 손상을 입고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으며, 현재는 체중이 급격히 감소해 신체 기능이 거의 마비된 채 연명하고 있다. 환자 남편은 "딸들에게 엄마가 돌아오기 힘들 것 같다는 말을 전해야 하는 심경은 필설로 다 할 수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가 발간한 표준 의학 지침에 따르면, 마취과 의사의 의무는 명확하다. 의사는 마취제가 투여되는 순간부터 환자가 의식을 완전히 회복하거나 회복실로 인계될 때까지 환자의 곁을 지키며 실시간으로 상태를 감시해야 한다. 만약 불가피하게 자리를 비워야 할 경우에도 마취에 숙련된 다른 의료 인력에게 업무를 인계하여 감시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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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에서 의료진은 이 '상주 감시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했다. 마취과 전문의는 '일반적 관행'이라는 이유로 환자를 방치했고, 집도의는 협진 의사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수술과 퇴실을 진행했다. 이는 의료법상 주의의무 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자리를 비우는 행위 자체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제도적 허점 또한 드러났다.

현재 해당 병원 측은 "관련 내용을 확인 중이며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피해 가족들은 담당 의사들을 상대로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한 가정의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간 이번 '강남 수술실 이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과실을 넘어, 의료 현장에서 환자의 생명이 편의주의적 관행에 밀려나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