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신모델로 만든 '2009년 수학여행 사진'에 네티즌 화들짝

2026-04-27 13:53

“이거 AI 사진이야, 진짜 사진이야?”

형광등이 줄지어 늘어선 넓은 강당, 바닥에 옹기종기 앉아 교사의 훈화를 듣는 학생들, 낡은 관광버스 앞에서 아디다스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어색하게 서 있는 중학생들, 목재 식당에서 스테인리스 식판에 담긴 제육볶음을 먹는 얼굴들. 누가 봐도 2000년대 후반 대한민국 어느 학교의 수학여행을 담은 사진이다. 그런데 이들 사진은 단 한 장도 실제로 찍힌 적이 없다. 챗GPT 신모델이 "2009년 중학교 3학년 수학여행 사진을 만들어 달라"는 프롬프트 하나로 생성한 이미지다.

"진짜인 줄 알았다"

27일 오전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유머 게시판에 ‘GPT 신모델로 만든 2009년 수학여행 사진’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세 장의 이미지가 첨부됐다. 강당에서 바닥에 앉아 훈화를 듣는 장면, 관광버스 앞 주차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있는 장면, 그리고 한 식당에서 학생들이 스테인리스 식판을 앞에 두고 밥을 먹는 장면이었다.

'GPT 신모델로 만든 2009년 수학여행 사진'이란 제목의 게시물에 첨부된 사진. / 에펨코리아
'GPT 신모델로 만든 2009년 수학여행 사진'이란 제목의 게시물에 첨부된 사진. / 에펨코리아
'GPT 신모델로 만든 2009년 수학여행 사진'이란 제목의 게시물에 첨부된 사진. / 에펨코리아
'GPT 신모델로 만든 2009년 수학여행 사진'이란 제목의 게시물에 첨부된 사진. / 에펨코리아
'GPT 신모델로 만든 2009년 수학여행 사진'이란 제목의 게시물에 첨부된 사진. / 에펨코리아
'GPT 신모델로 만든 2009년 수학여행 사진'이란 제목의 게시물에 첨부된 사진. / 에펨코리아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게시물은 수 시간 만에 조회수 23만 건을 넘겼고 추천 563개, 댓글 337개가 달렸다. 댓글의 상당수는 "진짜 사진 갖다 놓고 AI라고 드립 치는 줄 알았다", "어디 미니홈피에서 주워온 거 아니냐", "이거 만든 게 아니라 기존 사진 리터치한 거 아님?" 같은 반응이었다. AI가 생성한 이미지라는 사실을 네티즌들이 믿지 못한 것이다.

디테일에 주목하는 댓글도 이어졌다. "두 번째 사진 주차선 닳아진 디테일이 소름 돋는다", "막짤은 선생님이 ‘여기 봐봐’ 하는 표정을 짓는 모습과 뒤돌아보는 모습, 손 초점 어긋나는 동적인 부분까지 살렸다", "패션이 딱 그 시절"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반면 당시 유행하던 특정 스포츠 브랜드를 착용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AI임을 간파한 댓글도 있었다.

챗GPT 이미지 2.0의 등장

이 게시물에 사용된 모델은 오픈AI가 지난 21일 공식 공개한 '챗GPT 이미지 2.0'이다. 이 모델은 앞서 AI 익명 평가 플랫폼 '아레나 AI'에서 뛰어난 한글 구현 능력으로 입소문을 탔던 'AI 덕테이프'의 정식 버전이기도 하다. 덕테이프는 기존 AI 이미지 모델들이 한글을 이미지 내에 구현할 때 오류를 냈던 것과 달리 한글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한국의 풍경이나 분위기를 현실과 흡사하게 재현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챗GPT 이미지 2.0은 오픈AI가 "사고 능력을 갖춘 최초의 이미지 모델"이라고 소개한 모델로, 이미지젠(ImageGen) 2.0 모델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하나의 프롬프트로 여러 개의 이미지를 생성하고 결과물을 자체 검증하는 기능을 갖췄다. 특히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힌디어, 벵골어 등 비(非)라틴어 계열 언어의 이미지 내 구현 능력이 대폭 향상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픈AI는 이 모델이 포스터, 설명 자료, 만화 등 이미지 내에 언어를 포함한 결과물을 생성하는 데 강점이 있다고 밝혔다.

모델은 무료 이용자를 포함한 모든 챗GPT 계정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사고·프로 모델은 월 20~200달러 요금제 이용자에게만 제공된다.

"이제 구분 못 하겠다"

에펨코리아 게시물의 댓글들은 단순한 감탄을 넘어 AI 기술의 발전 속도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담고 있었다. "이제 진짜 AI 티가 안 난다", "이제 구분 못 하겠다", "공포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제미나이나 딥시크 같은 다른 AI보다 표정 구현력이 미쳤다. 대체 얼마나 많은 이미지를 학습한 거냐"라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이용자는 "단순히 사실적 구현에 소름 돋는 것을 넘어서, 저런 구현이 가능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실제 데이터를 메가컴퍼니들이 쥐고 가공하는지 알아야 한다"며 "사람들이 저 기술에 의존하는 순간 거대 기업들에 인류가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2009년 수학여행을 경험한 세대들에게 이 사진들은 단순한 기술 시연 이상의 감각을 자극했다. "첫 짤 보니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내 중학교 시절인 줄 알았다"는 댓글처럼 존재하지 않는 사진이 실제 기억을 건드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AI가 개인의 기억과 구별하기 어려운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이번 게시물은 단적으로 보여줬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