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초 서울의 한 가정에서 벌어진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이 온라인 공간에서 전혀 다른 두 개의 주장으로 충돌하고 있다.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판결이 선고됐지만, 피해자 어머니와 가해자로 지목된 과외교사는 각각 온라인 커뮤니티와 개인 블로그에 수천 자의 글을 올려 서로 상반된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두 글은 같은 홈캠 영상을 두고, 같은 재판 과정을 두고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는다. 양측 모두 항소한 상태로 사건은 2심 법정에서 계속되고 있다.
보배드림에 올라온 어머니의 호소
지난 11일 보배드림 자유게시판에 한 편의 글이 게시됐다. 제목은 <'아동성추행 집행유예 "애가 먼저 유혹했어요">. 딸을 성추행한 남성에게 집행유예형이 선고됐다며 분노하는 어머니가 쓴 글이었다. 내용이 내용인 만큼 유명 시사 프로그램 제작팀이 댓글로 직접 취재를 요청할 만큼 큰 관심을 모았다. 글쓴이는 자신을 "중학생 딸을 키우는 미혼모"라고 소개하며 2심 제출용 탄원서에 서명해달라고 호소했다.
게시물에 따르면 가해자로 지목된 과외교사(이하 A씨)는 처음부터 낯선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어머니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의 소개로 인연을 맺었고, 이후 그 가게에서 직접 아르바이트까지 맡게 됐다. 딸은 가게에 들를 때마다 A씨와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A씨는 숙제를 함께 풀어주거나 체스를 가르쳐주는 등 가족처럼 지냈다고 어머니는 밝혔다. 어머니가 딸의 학원을 알아보던 시점에 A씨가 먼저 과외를 자처했고, 어머니는 알바비에 과외비를 포함시키는 조건으로 이를 수락했다.
과외는 항상 어머니가 집에 있는 상황에서만 진행됐다. 어머니는 혹시 몰라 홈 CCTV도 설치했다고 밝혔다. 설치 당시 A씨는 "걱정되시는 게 당연하다"며 동의했다고 한다.
어머니에 따르면 이후 딸의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애교가 많던 아이가 점점 짜증을 내고 자신과도 트러블이 잦아졌다. 나중에 어머니가 파악한 바로는, A씨가 어머니의 걱정을 딸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엄마가 너를 한심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너를 믿지 않는 것 같다"는 식으로 말을 바꿔 모녀 사이를 이간질했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이를 그루밍 범죄의 첫 단계인 피해자의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주장하며 관련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증거로 제시했다.
어머니는 딸이 점점 우울해했고 자해 흔적도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파르페 맛집에 데려가도 고개를 숙이고 아무것도 먹지 않던 딸이 처음 꺼낸 말은 "엄마는 내가 하는 말 안 믿어줄 것 같아"였다고 어머니는 전했다. 이후 딸이 방에 홈캠을 하나 더 달아달라고 직접 요청했고, 어머니는 기존 홈캠을 점검하다 과외 시간대의 영상이 한 건도 저장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머니에 따르면 새로 설치한 홈캠에는 충격적인 장면이 담겼다. 딸이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A씨가 신체 주요 부위를 만지는 등 심각한 수준의 추행을 이어가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는 것이 어머니 주장이다. A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1심 선고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었다. 어머니는 법정에서 A씨가 "아이가 원해서, 해달라고 해서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어머니는 "분명한 거절 의사가 영상에 담겼는데도 의제추행으로 판단됐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라면서 "합의도 하지 않고 엄벌을 요청했는데 이것이 법원의 엄벌이냐"며 따졌다. 어머니는 항소했다.

글 말미에서 어머니는 딸이 현재 시설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를 많이 보살펴주지 못했다", "그냥 다 제 잘못 같고 죽고만 싶다"고 썼다. 그러면서도 "가해자만은 반드시 합당한 벌을 받게 하겠다"며 항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2주 뒤 등장한 과외교사의 정면 반박
26일 네이버 블로그에 과외교사 당사자를 자처하는 글이 올라왔다. A씨는 "사적 제재의 정도가 심해지고 있고, 피해자 모친이 개인 후원 계좌를 열어 기부금까지 받는 상황을 더는 좌시할 수 없어 직접 글을 쓴다"고 밝혔다.
A씨 측 주장의 핵심은 자신이 오히려 피해자였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말 술에 취한 상태에서 C양(A씨가 블로그에서 피해자를 지칭하는 표현)이 먼저 강제로 신체 접촉을 해 왔고, 이튿날 아침 이를 제지하려 하자 C양이 "A알바생처럼 신고하면 나락 갈 수 있다"는 취지로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A알바생은 A씨 이전에 피해자의 과외를 맡았다가 C양 모친에 의해 강제추행으로 고소당해 합의금 1억 원을 지급한 인물이라고 A씨는 밝혔다.
A씨는 이후에도 C양의 협박과 강요로 관계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C양이 자신의 휴대폰을 가져다 동아리 단체 채팅방에 "A씨의 인성을 폭로한다"는 글을 올리거나, 동아리 부원들 앞에서 "약점을 잡았다"는 식으로 발언해 자신을 난처하게 만들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어머니가 "그루밍의 증거"라고 주장하며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와 사과문에 대해서도 A씨는 반박했다. 대화는 단순히 어머니의 하소연에 맞장구친 것이었고, 사과문은 C양이 앙심을 품고 신고할까 두려워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캠 영상에 대해서도 A씨는 자신만의 해석을 내놨다. 그는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의 수사보고 내용을 근거로 제시하며, 영상에서 "추행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자신의 말에 C양이 오히려 "왜요", "웃기는 소리 하네"라며 불만스러운 표현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의 피해자가 오히려 손을 잡아 자신의 몸쪽으로 끌어당기는 장면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 수사보고에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도 밝혔다. 다만 A씨는 신체 접촉 자체가 있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합의 문제에 관해서도 A씨 주장은 C양 모친의 서술과 정면으로 배치됐다. C양 모친은 합의 없이 엄벌을 요청했다고 밝혔으나, A씨는 C양 모친이 수사 과정 내내 1억 원을 주면 합의하겠다고 지속적으로 밝혔고 자신이 이를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C양 모친이 이전에도 A알바생을 상대로 동일한 방식으로 1억 원의 합의금을 받아낸 바 있다고 했다. 또한 C양 모친이 사건 진행 중 해외여행을 다녔다면서 "가난하여 국선변호사를 쓸 수밖에 없었다"는 C양 모친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도 했다.
C양의 생활환경과 관련해서도 A씨는 별도의 주장을 내놨다. C양 어머니가 운영하는 가게는 카페가 아니라 바(BAR)고, 미성년자인 C양이 주 3~4회 바에 드나들었으며, 바 단골손님들과 음주 자리에 노출됐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C양이 모친과 새아빠의 가정폭력으로 6년간 보육원에 격리됐다가 사건 발생 수개월 전에야 귀가한 상황이었다고도 밝혔다.
A씨는 글 말미에서 "사건과 무관한 여자친구와 그 가족의 신상이 노출되고, 부모님 가게가 테러를 당하는 상황"이라며 피해를 호소했다.
두 주장이 정면 충돌하는 지점들
두 글이 맞부딪히는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신체 접촉의 주도권이다. C양 모친은 딸이 영상에서 분명히 거부 의사를 여러 차례 표현했다고 주장한다. A씨 측은 검찰 수사보고를 인용해 피해자가 추행이 멈추는 순간 오히려 적극적인 행동을 보인 장면이 영상에 담겼다고 맞선다.
둘째, 합의 거부의 주체다. C양 모친은 엄벌을 바라는 마음에 합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는 C양 모친이 오히려 수차례 거액의 합의를 종용했으며 자신이 이를 거절했다고 주장한다.
셋째, A알바생 사건의 의미다. 어머니는 A알바생을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킨 인물"로 언급했다. A씨는 A알바생 역시 동일한 수법으로 고소당해 합의금을 지급한 선례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