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야심 차게 내놓은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가 공개와 동시에 순위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며 화제의 중심이 됐다.

그 정체는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한국 'YA(영 어덜트) 호러' 시리즈로, 예측 불가한 상황 속에 놓인 고등학생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날카롭게 포착한 드라마 '기리고'이다. 지난 24일 첫 공개된 이 드라마는 청소년 관람불가, 일명 19금 시청등급을 받았다.
한국 1위·전 세계 3위…13개국 석권
이 드라마는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국내 TOP 10 시리즈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오늘도 매진했습니다', '신이랑 법률사무소', '사냥개들' 등 쟁쟁한 신작 드라마들을 모두 제치고 단숨에 정상에 올랐다.
전 세계 OTT 플랫폼 콘텐츠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이 27일 공개한 넷플릭스 TV쇼 부문 차트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3개 국가에서 당당히 1위에 이름을 올리며 폭발적인 관심을 입증했다. 글로벌 랭킹은 3위를 기록했다.

기리고, 도대체 어떤 드라마길래?
2026년 4월 24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총 8부작의 한국 오리지널 영 어덜트(YA) 호러 시리즈다. 소원을 이뤄주는 어플리케이션 '기리고'의 저주에 얽힌 고등학생들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예고받고 그 사슬을 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소원이 이루어졌을 때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란 알림이 뜨고 직후 24시간 타이머가 작동된다. 24:00:00부터 작동을 시작해 00:00:00이 되는 순간 소원을 적은 사람은 사망한다. 죽음을 피하는 방법은 단 하나, 타이머가 끝나기 전에 다른 누군가가 앱으로 소원을 빌고 그 소원이 이루어지면 저주가 넘어가는 구조다.
소원 앱이라는 신선한 설정으로 화제를 모은 한국형 영 어덜트 호러 드라마로, 웹툰이나 소설 원작이 없는 100% 오리지널 작품이다.

'킹덤'·'무빙' DNA 담긴 연출진
'기리고'는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시즌2, 영화 '명량', '특별시민'의 조감독을 거쳐 드라마 '무빙' 감독으로 장르, 규모, 시대를 막론한 다양한 작품을 통해 탄탄한 노하우를 가진 박윤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CJ ENM 스튜디오스와 카이로스메이커스가 제작을 맡아 신뢰를 더했다.
박 감독은 "영화라면 공포만으로 시간을 채우는 데 충분했을 테지만, 시리즈다 보니 긴 호흡을 채우기 위해서는 서사적인 이야기를 최대한 개연성 있게 넣어야 했다"며 "기본적인 전통 호러뿐만 아니라 오컬트와 액션, 학원물 등 다양한 요소도 추가해서 8부까지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시즌 확장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박 감독은 "'여고괴담' 시리즈처럼 '기리고'의 시즌화를 기대한다"며 "좋은 신인분들을 등용할 수 있도록 시즌화가 되길 바란다. 다만 새로운 이야기로 갈지, 이야기를 이어갈지는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앱으로 시작되는 저주는 글로벌적인 소재지만 한국적인 정서에 치중했다. 한국적인 것이 오히려 해외 시청자를 만족시켜 줄 것"이라고도 전했다.

신예들의 반란…신선한 캐스팅 라인업
주요 배역에 전소영, 현우석, 이효제, 백선호 등 신인 배우들을 기용했다. 과거 오디션 예능 '프로듀스 101'에서 얼굴을 알린 강미나를 제외하면 신인 배우들이 극의 중심을 이끄는 셈이다.
주인공 유세아 역의 전소영은 이 작품으로 사실상 첫 주연을 맡았다. BH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ENA '아너: 그녀들의 법정'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기리고'에서 첫 주연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전소영은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끝으로 연기 생활을 하지 못해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밝혔다. 육상 유망주인 극중 역할을 위해 두 달간 육상 훈련까지 소화했다.

임나리 역의 강미나는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선보인다. 몇 년간 유지해온 단발 헤어스타일을 긴 생머리로 바꾸며 외적 변화를 줬고, 평소 호러물을 못 보는 편이지만 담력을 키우기 위해 촬영 기간 내내 호러물을 봤다고 고백했다. 강미나는 "'나리'는 늘 학교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소유욕이 굉장히 강한 스타일이라,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가지려고 하는 모습을 가진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현우석은 "'하준' 역을 위해 현장에 일찍 나와 코딩을 배웠다"고 했다. 이효제는 캐릭터를 위해 20㎏를 증량했다고 한다.
특별출연으로 합류한 전소니도 눈길을 끈다. 전소니는 기리고 앱이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닌 '원령이 만들어낸 저주'임을 간파하고, 아이들이 직면한 위기의 본질을 짚어내며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무당 '햇살' 역을 맡았다. 박 감독은 "신인들에게 연기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안정된 연기자가 반드시 필요했다"며 전소니를 낙점한 배경을 밝혔다.
시청자 반응 "무서워서 끝까지 다 봤다"
공개 직후 유튜브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시청 후기가 쏟아졌다. "8부작 앉은 자리에서 순삭. 간만에 넷플릭스에서 재밌는 거 나온 듯", "생각보다 진짜 잘 만들었음. 그냥 양산형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신인 분들이 아주 연기를 잘함" 등의 호평이 줄을 이었다.
장르적 완성도를 높이 평가하는 반응도 많다. "개인적으로 살목지보다 이게 더 재밌음. 인시디어스 시리즈처럼 이승과 저승 사이 공간에서 벗어나는 과정 같은 장면들이 재밌음. 단순히 점프 스케어로 놀래키는 공포영화가 아니라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구조가 상당한 작품", "오랜만에 나름 잘 만든 공포 드라마. 잔인한 거 못 보시면 안 보는 걸 추천", "옛날 일본 영화 링이랑 착신아리 같은 느낌에 현대 한국판 버전으로 만든 느낌, 재미있었음" 등의 평이 이어졌다.

공포감이 제대로 전달됐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새벽에 혼자 보다가 무서워서 껐다", "무서워서 결국 끝까지 다 봤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지금 불도 못 끄고 있어요"라는 후기는 그 자체로 드라마의 공포 연출이 성공했음을 방증한다. "초장부터 압도되게 들어오는 드라마. 배우들이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 더 몰입된 것 같음"이라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넷플릭스의 첫 한국 YA 호러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발한 '기리고'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청자까지 사로잡으며 K-호러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