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실손보험이 내달 출시될 전망이다. 이번 5세대 실손보험은 기존 상품보다 보험료를 크게 낮춘 대신 도수치료와 일부 비급여 진료 보장을 줄인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병원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 가입자에게는 보험료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비급여 치료를 자주 받아온 가입자라면 전환 전 보장 축소 내용을 따져봐야 한다.

27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손해보험사는 5월 초 5세대 실손보험 상품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새 상품은 비급여 보장을 줄이는 대신 보험료를 낮추고 중증·필수 치료 보장을 중심으로 다시 설계한 것이 핵심이다.
보험료는 2세대의 40% 수준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보험료다. 보도에 따르면 5세대 실손보험료는 표준화 기준으로 40대 남성 약 1만 7000원, 60대 여성 약 4만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현재 가입자가 가장 많은 2세대 실손보험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손해보험사 실손의료보험 공시에 따르면 2세대 실손보험료는 40대 남성 약 4만 5000원, 60대 여성 약 11만 2000원이다. 단순 비교하면 5세대 보험료는 2세대의 약 40% 수준으로 보험료 부담만 놓고 보면 기존보다 60%가량 낮아지는 셈이다.
도수치료 빠지고 비급여 보장 축소
다만 보험료가 싸지는 만큼 보장은 달라진다. 5세대 실손보험은 모든 비급여를 폭넓게 보장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중증과 비중증을 나눠 보장한다. 중증 비급여는 기존 4세대 실손보험과 비슷하게 보장하지만 비중증 비급여는 보상 한도와 보상 비율을 줄인다. 도수치료나 미등재 신의료기술 등은 보장에서 제외된다. 그동안 실손보험금 누수의 대표 사례로 지적돼 온 일부 비급여 항목을 줄여 전체 보험료 상승을 막겠다는 취지다.
본인부담률도 달라진다. 비중증 비급여의 본인부담률은 최대 50%까지 높아진다. 기존 실손보험에서는 비급여 진료를 받아도 가입자가 부담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이용이 쉽게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금융당국은 5세대 실손보험을 통해 과잉 진료를 줄이고 의료비 체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급여 항목은 일부 조정된다. 입원 치료의 본인부담률은 현행 20%가 유지된다. 반면 통원 치료는 건강보험 본인부담률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가입자 부담이 일부 커질 수 있다. 보험료는 낮아지지만 병원 이용 방식과 진료 항목에 따라 실제 체감 혜택은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기존 가입자 전환 유도도 추진
5세대 실손보험이 나오는 배경에는 기존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상과 높은 손해율 문제가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세대 실손보험료는 최근 10여 년 동안 연평균 약 12%씩 올랐다. 2세대 실손은 본인부담률이 급여 10%, 비급여 20% 수준으로 낮고 보장 범위가 넓어 병원 이용이 많아질수록 보험금 지출이 커지는 구조였다. 전체 지급보험금 증가율도 2024년 8%를 넘어서며 상승세가 이어졌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은 대부분 세대에서 손해율이 100%를 넘는 상태다. 1세대와 2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각각 113.2%, 112.6% 수준이며 3세대는 138.8%, 4세대는 147.9%에 달한다. 손해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보험사가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이 더 많다는 뜻이다. 비급여 진료 증가와 낮은 본인부담률 구조가 보험금 지출을 키웠고, 이 부담이 다시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료 부담이 커지면서 계약을 유지하지 못하는 가입자도 적지 않았다. 2024년 기준 1·2세대 실손보험 보유자의 해지율은 약 5%였고 규모는 약 114만명에 달했다. 특히 보험료가 높아진 고령층은 실손보험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당국은 5세대 실손보험 출시와 함께 기존 1·2세대 가입자의 전환을 유도하는 방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1·2세대 실손 계약 재매입 방안과 선택형 특약 관련 방향성은 5월 초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제도는 준비 과정을 거쳐 올해 하반기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 논의되는 방안 중 하나는 재가입 조건이 없는 1세대와 초기 2세대 약 1600만건을 대상으로 보험료를 3년간 약 50% 할인해 전환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보험료 부담 때문에 기존 실손을 해지하려는 가입자에게 더 낮은 보험료의 새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는 취지다.
보험업계에서는 기존 2세대 상품의 손해율 악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병원 이용이 적은 가입자들이 5세대로 옮겨가면 기존 상품에는 상대적으로 의료 이용이 많은 가입자가 남을 수 있어서다. 현재 1세대 손해율은 113.2%, 2세대는 112.6% 수준으로 3세대 138.8%, 4세대 147.9%보다 낮지만 가입자 구성이 바뀌면 손실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 실손 가입자를 위한 선택형 특약도 하반기 도입될 예정이다. 이 특약은 3대 비급여 등 일부 보장을 제외하는 대신 보험료를 낮추는 방식이다. 기존 상품을 유지하면서도 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싶은 가입자에게 별도 선택지를 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5세대로 갈아타야 하나 고민된다면?
다음 달 출시 예정인 5세대 실손보험은 보험료를 낮춘 대신 보장을 줄인 상품이다. 매달 내는 돈은 확실히 줄어들 수 있지만 도수치료나 일부 비급여 진료처럼 기존 실손에서 보장받던 항목은 빠지거나 본인부담이 커진다.
따라서 병원을 자주 다니고 도수치료나 비급여 진료를 꾸준히 받아온 가입자라면 기존 실손을 유지하는 쪽이 나을 수 있다. 반대로 병원에 거의 가지 않는데 매달 높은 보험료만 부담하고 있다면 5세대 전환을 검토해볼 만하다. 병원을 잘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오랫동안 낸 보험료가 나중에 한두 번 병원비를 돌려받는 금액보다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보험은 한 번 갈아타면 예전 상품으로 되돌리기 어렵다. 보험료가 싸다는 이유만 보고 바꾸기보다는 본인이 자주 이용하는 진료가 무엇인지,도수치료 같은 비급여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지 현재 보험료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따져본 뒤 결정해야 한다.
실손보험, 왜 계속 바뀌나…세대별 차이 정리
실손보험은 판매 시기와 보장 구조에 따라 1세대부터 5세대까지 나뉜다. 쉽게 말해 오래전에 가입한 상품일수록 보장은 넓고 자기부담은 낮은 편이고, 최근 상품일수록 보험료를 낮추는 대신 비급여 보장을 줄이는 방향으로 바뀌어 왔다.
1세대 실손보험은 2009년 9월 이전에 판매된 상품이다. 이른바 ‘구실손’으로 불리며 자기부담금이 거의 없거나 매우 낮고 보장 범위도 넓은 편이다. 병원비를 많이 돌려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율이 높아 보험료 인상 부담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세대 실손보험은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표준화 실손보험이다. 회사마다 제각각이던 보장 구조가 표준화되면서 지금의 실손보험 틀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가입자 비중이 가장 큰 세대이기도 하다. 급여는 10%, 비급여는 20% 수준의 본인부담률이 적용돼 가입자 부담이 비교적 낮지만, 보장이 넓어 의료 이용이 늘어날수록 보험금 지출도 커지는 구조다.
3세대 실손보험은 2017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판매된 상품이다. 이때부터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증식치료, 비급여 주사, 비급여 MRI 같은 이른바 3대 비급여 항목이 특약으로 분리됐다. 기본 보장과 비급여 특약을 나누면서 과잉 진료 논란이 컸던 항목을 따로 관리하려는 취지였다.
4세대 실손보험은 2021년 7월부터 판매된 상품이다. 가장 큰 특징은 비급여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는 구조다. 비급여 진료를 많이 이용하면 다음 보험료가 오르고, 적게 이용하면 할인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입자 간 형평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줄이겠다는 취지였지만 실제 전환율은 기대만큼 높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