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일회용 컵에 뜨거운 음료를 담으면 미세플라스틱이 많이 나온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진 가운데, 얼음을 가득 채운 아이스커피도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영국에서 시판 음료 155종을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이스커피에서 1ℓ당 평균 37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뜨거운 커피(1ℓ당 43개)보다는 적지만, 분석된 모든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빠짐없이 나왔다.
연구진은 온도가 포장재에서 음료로 미세플라스틱이 이동하는 속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뜨거운 커피에 없는 얼음이 또 다른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포장 얼음을 조사한 2023년 연구에서는 표본 얼음 전량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왔고, 농도는 1ℓ당 19~178개에 달했다. 컵에서만이 아니라 얼음 자체가 오염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컵을 흔들었을 때 더 위험할 수 있다. 2023년 PP·PET·PE 소재 컵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음료가 담긴 컵을 흔들었을 때 미세플라스틱 방출량이 더 늘어났다. 연구팀은 테이크아웃 아이스커피를 손에 들고 이동하는 일상적인 상황을 조건으로 설정했다.
4~5일에 한 번씩 플라스틱 컵으로 아이스커피를 마신다고 가정하면 연간 최대 약 9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또 플라스틱 빨대는 음료와 직접 맞닿는 면적이 길어 또 다른 노출 경로가 될 수 있다. 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플라스틱 용기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이 식품과 음료로 이동한다고 단정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티백에서 검출된 수십 억개의 미세플라스틱
한편 커피가 아닌 티백 차에서도 수십 억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미세플라스틱 입자들이 체내에 쌓여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전문가들은 티백 사용을 줄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1일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이란·영국 연구진이 19개 연구 논문을 분석한 결과, 마른 티백 한 개에서 약 13억 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나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티백을 뜨거운 물로 우려내면 이 수치는 147억 개로 급증했다. 뜨거운 물이 플라스틱을 더 작은 조각으로 분해하기 때문이다. 특히 나일론과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소재 티백을 끓는 물에 담그면 플라스틱 입자가 대량으로 방출됐다.
연구진은 “티백을 사용한 뜨거운 음료와 병에 든 차 제품을 포함한 모든 차 음료가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에 오염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체적으로 보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거나 일부 플라스틱이 포함된 티백, 생분해성으로 판매되는 티백이 가장 큰 오염원이다. 티백과 끈이 우려내는 과정의 물리적, 화학적, 열적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도마도 위험하다?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줄이는 가장 적절한 방법은 플라스틱 망 티백 대신 종이 티백을 선택하는 것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티백을 사용하기 전 헹구면 방출되는 입자 수가 줄어든다고 제안했다. 다만 나일론 티백에는 효과가 덜하다.
이 밖에 플라스틱 도마도 미세플라스틱을 생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으로 제작된 도마 위에서 칼질을 할 때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 깎여 나올 수 있다.
학술지 ‘생태독성학 및 공중보건(Ecotoxicology and Public Health)’에 발표된 최근 연구 결과는 두 가지 다른 유형의 플라스틱 도마를 거쳐 조리된 식품에서 발견되는 미세 플라스틱의 양을 측정해 결과를 냈다.
실험은 당근을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든 도마에서 잘게 썬 뒤 미세 플라스틱 총 노출량을 측정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플라스틱 도마로 인해 잘게 썬 당근에 1,114개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생겼다. 이것은 플라스틱 도마에 한 번 칼질할 때마다 15㎎의 미세 플라스틱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세플라스틱이란?
미세플라스틱은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작은 입자다. 크기 5mm 미만의 아주 작은 플라스틱 조각·섬유·입자를 뜻한다. 플라스틱은 햇빛, 파도, 마찰, 열 등에 의해 잘게 쪼개질 수는 있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데는 매우 오래 걸린다. 따라서 환경에 남아 계속 축적될 수 있다.
1차 미세플라스틱은 작은 크기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으로, 세정제 속 미세 알갱이 및 산업용 플라스틱 원료 알갱이 등이 있다. 2차 미세플라스틱은 페트병, 비닐봉지, 합성섬유, 폐어구, 타이어 마모 입자처럼 큰 플라스틱이 잘게 부서져 생긴 것이다.
또 미세플라스틱은 둥근 알갱이뿐만 아니라 조각, 섬유, 필름, 거품, 파편 형태로도 존재한다. 특히 합성섬유 옷을 세탁할 때 나오는 미세섬유도 대표적인 미세플라스틱 발생원으로 꼽힌다.
한 연구에서는 플라스틱 티백 하나가 뜨거운 차 한 잔에 230만 개의 미세플라스틱과 147억개의 나노플라스틱을 방출한다고 밝혔다. 다른 연구진은 폴리프로필렌과 나일론 티백에서 리터당 10만~100만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나온다고 추정했다.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면 방출량이 더 늘어난다. 부직포 티백은 많은 입자를 방출하지만 직조 나일론 티백은 상대적으로 적게 방출했다. 특히 ‘생분해성’이라고 표시된 티백에서도 한 잔에 수십억 개의 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다.
이 입자들은 여러 방식으로 세포를 손상시킨다. 입자가 불안정한 분자를 생성하도록 유도해 DNA와 단백질, 세포막을 손상시킨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DNA 손상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을 유발할 수 있다. 대장암 조직에서는 건강한 조직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이 입자들은 프탈레이트와 중금속 같은 유해 화학물질을 흡수해 신체 깊숙한 곳까지 운반한다. 이런 화학물질은 호르몬 교란과 연관이 있으며 유방암과 전립선암, 난소암을 유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