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에서 주택을 구매하기 위한 30대의 자금 조달 양상이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을 넘어 부모 세대로부터의 증여와 상속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입수한 서울 주택 매수 자금조달계획 집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1∼3월) 서울 주택 매수에 직접적으로 활용된 증여 및 상속 자금의 총액은 무려 2조 1813억 원에 달했다.
주택자금조달계획서는 주택을 취득할 때 그 막대한 자금의 출처를 투명하게 밝히는 서류다. 규제지역으로 묶인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내의 모든 주택, 그리고 비규제지역이라도 6억 원 이상인 주택의 매매 계약을 체결한 후에는 30일 이내에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이 서류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핵심 규제지역에서는 2020년 10월 27일부터 이 주택자금조달계획서의 제출이 전면 의무화됐다.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시장에서 조달한 전체 증여 및 상속 자금 규모는 해마다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23년에는 1조 7451억 원이었던 규모가 2024년에는 3조 3257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고, 지난해에는 무려 6조 5779억 원을 기록하며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올해 단 3개월 만에 작년 한 해 전체 규모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 벌써 서울 주택 매수에 투입됐다는 점이다.
부의 대물림 현상 심화: 30대가 절반 이상 차지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부의 대물림 현상이 특정 연령대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1분기에 서울 주택 매수에 조달된 전체 증여 및 상속 자금 2조 1813억 원 가운데, 30대가 차지하는 금액은 1조 915억 원으로 전체의 절반을 고스란히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40대가 5265억 원, 50대가 2299억 원, 60대 이상이 2278억 원, 20대가 1033억 원을 기록했다. 20대 미만도 22억 원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내 집 마련을 위한 전체 증여 및 상속 자금 조달액 중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상황의 심각성이 더욱 뚜렷해진다. 이 비중은 2023년 34.8%에서 2024년 40.9%로 처음 40% 선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43.5%까지 확대됐다. 그리고 올해는 단 3개월 동안 그 비중이 50%를 훌쩍 넘어서며 30대의 의존도가 기형적으로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은행의 남혁우 부동산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대출 규제 등의 팍팍한 정책 요인뿐만 아니라 가파른 가격 상승으로 주택 시장 진입 장벽 자체가 너무 높아지자 상대적으로 자본 축적이나 구매력이 턱없이 낮은 30대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부모로부터 든든한 증여나 상속 자금을 지원받아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정확히 진단했다. 자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집값 상승이 결국 '부모 찬스'라는 불가피한 선택을 강요하는 씁쓸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자산 매각을 통한 자금 조달: 주식·채권·암호화폐(코인)의 현금화
증여 및 상속과 더불어 30대는 영혼까지 끌어모으기 위해 보유 중인 위험 자산을 처분하는 데도 가장 앞장섰다. 지난 1분기 동안 30대가 주식이나 채권, 그리고 코인 등을 내다 팔아 서울 주택 매수 자금으로 조달한 규모는 총 7211억 원으로 집계돼 모든 연령대 중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자본 축적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40대의 5855억 원이나 50대의 4640억 원을 가볍게 뛰어넘는 수치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 통계와의 뚜렷한 대비다. 주식이나 채권 등의 매각 대금으로 서울 주택 매수에 조달한 자금 규모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40대가 부동의 1위를 차지했었다. 당장 지난해만 하더라도 이 부문 자금 조달 규모는 40대가 1조 9151억 원으로 가장 컸고, 30대는 1조 7452억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최근 제도의 변화와 맞물려 완전히 뒤집혔다. 지난 2월 10일부터 전통적인 주식이나 채권의 매각 대금뿐만 아니라 가상화폐 매각 대금도 자금조달계획 신고 내용에 투명하게 포함되도록 법이 개정되면서 숨겨져 있던 30대의 자금 출처가 명확히 드러난 것이다.
이에 대해 리얼투데이의 구자민 리서치연구원은 "공식적인 제도권 통계에 마침내 코인 자금이 반영되자마자 과거에 기타 자금 등의 항목으로 교묘하게 숨어있거나 단순히 과도한 대출에만 의존하는 것으로 보였던 30대의 맹렬한 주택 구매력이 사실은 코인과 같은 신흥 위험 자산 시장의 고수익에 크게 기대고 있었음이 명백하게 입증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즉 젊은 세대가 불안정한 코인 시장에서 얻은 이익을 부동산이라는 안전하고 전통적인 실물 자산으로 갈아타며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는 현상이 통계로 확인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