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이틀 만에 1위 찍었다…‘19금’ 달고도 넷플릭스 휩쓴 한국 드라마

2026-04-26 10:05

소원 이루는 앱의 24시간 저주, 고등학생들의 운명은?
신인 배우들이 만드는 학원 호러, 청불도 이길 수 없는 공포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는 높은 진입 장벽에도 반응은 빠르게 터졌다. 공개된 지 단 이틀 만에 넷플릭스 대한민국 TOP 10 시리즈 정상에 올랐고, 동시에 43개국 TV시리즈 TOP10에 진입하며 해외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체는 지난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한국형 YA 호러 시리즈 ‘기리고’다.

19금인데 공개 2일 만에 넷플릭스 1위 / 넷플릭스
19금인데 공개 2일 만에 넷플릭스 1위 / 넷플릭스

‘기리고’는 소원을 이뤄주는 앱을 내려받은 고등학생 다섯 명이 갑작스러운 죽음의 저주와 맞닥뜨리는 이야기다. 10대에게 가장 익숙한 스마트폰 앱을 공포의 출발점으로 삼고, 우정과 첫사랑, 시기와 질투 같은 학창 시절의 감정을 저주와 죽음, 복수라는 장르적 장치와 결합했다.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라 청춘의 불안과 욕망을 호러로 풀어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공개 초반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기리고’가 선택한 10대 주인공 설정은 단순한 연령대 전략을 넘어선다. 스마트폰 앱, 학교, 친구 관계, 질투와 소유욕처럼 현실적인 요소들이 저주의 규칙과 맞물리면서, 시청자는 비현실적인 사건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공포의 출발점은 초자연적이지만 감정의 뿌리는 현실에 닿아 있는 구조다. 이 균형이 초반 순위 상승을 만든 가장 큰 동력으로 보인다. 당분간 화제성도 이어질 전망이다.

청불 한계 뚫고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1위

신예들로 캐스팅 해 화제 모은 넷플릭스 시리즈 / 넷플릭스
신예들로 캐스팅 해 화제 모은 넷플릭스 시리즈 / 넷플릭스

26일 넷플릭스 코리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 1위는 ‘기리고’가 차지했다. 2위는 ‘오늘도 매진했습니다’, 3위는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4위는 ‘신이랑 법률사무소’, 5위는 ‘사냥개들’이었다. 이어 ‘최강로드 식포일러’, ‘용감한 형사들’, ‘원펀맨’, ‘데스게임’, ‘성난 사람들’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눈에 띄는 대목은 ‘기리고’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달고도 공개 이틀 만에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등급 특성상 시청층 확산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작품은 오히려 이 제약을 화제성으로 바꿨다. 공개 당일에는 넷플릭스 43개국 TV시리즈 TOP10에 진입했고, 다수 국가에서 5위권 안에 들며 순조로운 글로벌 출발을 알렸다.

이 흐름은 최근 극장가에서 공포 흥행을 이끈 ‘살목지’와도 맞물린다. ‘살목지’는 26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전날 14만7855명을 동원하며 18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고, 누적 관객 수 187만4686명을 기록했다. 손익분기점 80만 명도 개봉 일주일 만에 넘겼다. 극장에서는 ‘살목지’, OTT에서는 ‘기리고’가 공포 장르의 봄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소원을 이루는 앱, 24시간 뒤 찾아오는 죽음

넷플릭스가 처음 선보이는 한국 영 어덜트(YA) 호러 시리즈 '기리고' /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처음 선보이는 한국 영 어덜트(YA) 호러 시리즈 '기리고' / 넷플릭스

‘기리고’의 핵심 설정은 직관적이다. 세아, 나리, 건우, 하준, 형욱 등 다섯 명의 고등학생 절친은 소원을 이뤄준다는 앱 ‘기리고’의 존재를 알게 된다. “사주를 적고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은 처음에는 장난처럼 들리지만 결과는 처참하다. 앱을 사용한 뒤 24시간 타이머가 끝나면 참혹한 죽음이 찾아온다.

이 설정이 강한 이유는 공포의 장치가 낯선 물건이나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스마트폰 앱이라는 데 있다. 작품은 일상적인 도구를 저주의 통로로 바꾸며 현실감 있는 불안을 만든다. 누구나 손에 쥐고 있는 화면 하나가 죽음의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는 설정은 YA 호러 특유의 즉각적인 몰입감을 끌어낸다.

박윤서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메인 연출을 맡았다. 그는 영화 ‘특별시민’과 ‘명량’의 조감독, 넷플릭스 ‘킹덤’ 시즌2의 B감독을 거쳤다. 박 감독은 호러 장르가 비현실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하지만 현실과 맞닿게 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또 핸드폰이나 앱을 활용한 호러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기리고’는 사건의 속도와 서사를 풀어가는 구조가 종잡을 수 없어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인 배우 중심 캐스팅, 캐릭터 준비도 강했다

영화 '특별시민', '명량' 조감독과 넷플릭스 '킹덤' 시즌2의 B감독을 맡았던 박윤서 감독의 첫 메인 연출작 / 넷플릭스
영화 '특별시민', '명량' 조감독과 넷플릭스 '킹덤' 시즌2의 B감독을 맡았던 박윤서 감독의 첫 메인 연출작 / 넷플릭스

‘기리고’는 강미나를 제외하면 신인 배우들이 주연급 라인업을 채운 작품이다. 전소영, 백선호, 현우석, 이효제 등 라이징 신예들이 고등학생 캐릭터를 맡았다. 박윤서 감독은 대본의 신선함을 살리기 위해 신인 배우들과 함께하면 좋겠다고 판단했고, 실제 작업 과정에서 공포 장르의 특징이 더 잘 드러났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준비 과정도 눈에 띈다. 앱을 친구들에게 처음 소개하며 사건의 문을 여는 형욱 역의 이효제는 오타쿠 같은 캐릭터의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20㎏을 증량했다. 육상 유망주 세아 역의 전소영은 실제 국가대표 선수에게 두 달간 육상 훈련을 받았고, 이공계 천재 하준 역의 현우석은 코딩 수업을 들었다. 아이들을 구하려 애쓰는 무당 방울 역의 노재원은 실제 무당의 자문을 거쳤다.

강미나는 부잣집에 아이돌 같은 외모로 주목받는 임나리를 연기한다. 그는 나리에 대해 소유욕이 강하고 원하는 것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가지려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포일러를 피하면서도 “나리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각 인물의 욕망과 감정이 뒤엉킨 학원 호러라는 점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기리고' 특별출연 전소니 / 넷플릭스
'기리고' 특별출연 전소니 / 넷플릭스

특별출연도 힘을 보탠다. 전소니는 주인공들의 조력자이자 저주의 실체를 쫓는 무당 햇살 역으로 등장한다. 극 중 햇살은 하준의 누나이자, 대기업을 다니던 평범한 삶을 뒤로하고 개명 후 신의 길을 걷게 된 인물이다. 그는 ‘기리고’ 앱이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원령이 만들어낸 저주임을 간파하고, 아이들이 처한 위기의 본질을 짚어낸다.

학원 호러에 오컬트·액션 더한 복합 장르

‘기리고’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학원 호러의 틀 안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품은 전통적인 공포뿐 아니라 오컬트, 액션, 학원물의 요소를 함께 배치했다. 박윤서 감독은 영화가 아니라 시리즈로 만들면서 서사적인 부분을 최대한 개연성 있게 구성하고,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려 했다고 밝혔다.

'기리고' 공식 포스터 / 넷플릭스
'기리고' 공식 포스터 / 넷플릭스

공간 연출도 핵심이다. 학생들에게 가장 익숙한 학교는 한순간에 저주의 배경으로 바뀐다. 햇살과 방울의 신당 역시 전형적인 신당의 이미지와 다른 방식으로 구성돼 신비롭고 오싹한 분위기를 만든다. 현실 공간과 저주 공간을 오가는 설정은 게임 속에 들어간 듯한 몰입감을 강화하고, 매회 끝날 때마다 드러나는 앱의 새로운 사실은 다음 회차를 누르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한다.

시청자 반응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 작품을 본 누리꾼들은 “나이대에 맞는 배우들을 쓴 것 같아서 좋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억지가 아닌 연기와 서사로 수긍하게 만들었다”, “학원물 중에 역대급으로 무섭고 잔인하게 잘 만들었다”, “하루 만에 다 봤다”, “소재도 신선하고 무섭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유튜브, Netflix Korea 넷플릭스 코리아

신인 배우 중심의 캐스팅, 앱 저주라는 현대적 소재, 청불 호러의 강한 수위가 공개 초반 입소문을 만든 셈이다. 전소영, 강미나, 백선호, 현우석, 이효제 등이 출연하는 넷플릭스 한국형 YA 호러 시리즈 ‘기리고’는 4월 24일 오후 5시 전편 공개됐다. 총 8개 에피소드로 구성됐으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받았다.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1위에 오른 이 작품이 극장가의 ‘살목지’에 이어 봄 시즌 호러 흥행의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