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1% 찬성에 6만 6000명 투표…5월 총파업 예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 3월 18일 쟁의투표를 실시해 93.1%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했다. 전체 노조원 대비 투표율은 73.5%. 6만 6000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지난 23일 결의대회를 가진 노조는 다음달 DS부문 사업부 전면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2026년 임금교섭 교섭위원 선정이 완료된 상태에서 노사 간 협상 타결의 실마리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은 기본급 7% 인상, 영업이익의 15~2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 성과급 상한선 폐지, 성과급 산정 기준 공개 등이다. 사측은 기본급 3% 인상을 제안하고 성과급 상한선 유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 간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 15%는 반도체 호황기 기준으로 약 45조 원 규모에 달할 수 있는데, 이는 삼성전자의 연간 연구개발 투자액을 웃도는 수준이어서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송 교수는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생산 손실이 1분당 수십억 원, 하루에 최대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평택캠퍼스 생산라인에 50%의 가동 차질이 생길 경우 잠재 손실은 최대 30조 원에 이를 수 있으며, 파업이 장기화하면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최대 10조 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0.78%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국가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 이탈, 환율 변동성 확대로 인한 조달비용 상승까지 더하면 파업의 경제적 충격은 숫자로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진짜 리스크는 안 보이는 비용… 한 번 이탈한 고객은 안 돌아온다"
송 교수 분석의 핵심은 직접적인 생산 손실보다 '보이지 않는 비용'이 훨씬 더 치명적이라고 했다. 그는 파업 비용을 생산 중단, 매출 감소 같은 '보이는 비용'과 신뢰 약화, 투자 연기, 산업 생태계 충격 같은 '보이지 않는 비용'으로 구분하고, 후자가 더 장기적이고 치명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빙산의 수면 위로 드러난 부분이 단기 생산 손실이라면, 수면 아래 감춰진 훨씬 거대한 덩어리가 구조적 후유증이라는 것이다.
'보이는 비용'은 복구 가능하다. 생산라인이 다시 돌아가면 직접 손실은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비용'은 한번 발생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고객사 이탈, 공급망 재편, 투자 지연, 기술격차 확대, 산업 생태계 취약화, 국가 리스크 상승이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파업 발생 이후 신뢰 하락, 주문 이탈, 투자 지연, 기술격차 확대, 생태계 취약화, 국가 리스크 상승으로 이어지는 7단계 연쇄 비용 구조가 형성된다는 것이 송 교수의 분석이다.

"공급망은 한번 재편되면 쉽게 되돌아오지 않는다.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리스크 분산을 위해 TSMC 등 대체 공급선 검토에 나설 수 있으며, 공정 검증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한 번 이탈한 고객은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실제로 글로벌 주요 고객사들은 공급 안정성을 엄격히 평가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AMD는 공급망 회복 탄력성을 ESG 평가 항목에 포함하고 있고, 엔비디아는 분기·반기 단위 공급업체 평가 결과를 물량 배분에 직접 반영한다. 이처럼 공급 안정성을 핵심 기준으로 삼는 고객사 구조에서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곧바로 글로벌 시장 지위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은 가격보다 신뢰가 우선인 산업이라는 점에서, 공급 불안은 단순한 계약 차질이 아니라 관계 자체의 붕괴를 의미한다.
단기 가격 상승의 착시 효과도 지적됐다. 공급 축소로 인한 단기 가격 상승은 겉보기에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시장 왜곡의 시작이다. 장기적으로 수요 위축과 고객의 공급처 다변화를 가속하고 시장 지배력 약화로 귀결된다. AI 반도체 수요 급증 국면에서 공급 불안은 고객사의 전략 자체를 바꾸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대만 언론이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어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도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AI 패권 경쟁기의 기회비용 상실이 가장 크다"
송 교수는 '보이지 않는 비용'의 핵심으로 다섯 가지를 꼽았다. 신뢰 자산의 소멸, 전환비용에 따른 영구적 시장 상실, AI 반도체 패권 경쟁기의 기회비용 상실, 핵심 인재 이탈,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다.
이 중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 시점에서의 내부 갈등이 가장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기술은 1, 2년만 뒤처져도 경쟁력을 잃는다. 엔비디아, TSMC, 인텔이 사활을 건 AI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에 내부 갈등 수습에 역량을 소모하는 것 자체가 막대한 기회비용이다."
반도체 산업은 수십조 원 단위의 선제 투자가 필수적인 구조다. 투자 타이밍이 곧 경쟁력을 결정한다. 파업으로 생산과 수익이 불안정해지면 증설과 연구개발 의사결정이 보류되고, 기업 전체의 미래 전략에 제동이 걸린다. 반도체 기술은 1, 2년만 뒤처져도 경쟁력을 상실하는 특성상, 파업으로 인한 최대 30조 원의 손실 전망은 단순히 재무적 수치가 아니라 기술 경쟁력 자체의 후퇴를 의미한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현재 AI 수요 급증과 생산 불안정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은 '위험도 매우 높음' 구간에 해당한다. 반면 AI 수요 급증과 생산 안정이 결합될 경우 가격 프리미엄 확보와 시장 지배력 강화가 가능해진다. 파업은 삼성전자를 가장 유리한 구간에서 가장 위험한 구간으로 밀어넣는 사건이다. 거버넌스를 통해 '수요 급증·생산 안정' 영역에 고정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는 것이 송 교수의 진단이다.
1754개 협력사·지역 상권까지 연쇄 타격 우려
파업의 충격은 삼성전자 내부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1754개 소재·부품·장비 협력사로 연결된 거대한 산업 생태계의 허브다. 송 교수는 파업 비용이 삼성전자 내부를 벗어나 외부 산업 생태계 전체로 확산되는 '외부불경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평택캠퍼스의 경우 생산라인 1개당 협력사를 포함해 약 3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동이 중단되면 대규모 고용 기반뿐 아니라 지역 상권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소 협력사들은 수요 변동에 취약한 구조여서 가동률 하락이 투자 축소와 고용 감소로 직결돼 연쇄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파업 비용이 삼성전자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산업 생태계 전반의 문제로 번진다는 뜻이다.
국가 경제 전반으로도 파장이 번진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약 35%를 차지하는 핵심 전략산업으로, 삼성전자가 그 중심에 있다. 파업이 반복될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 전체를 불안정한 투자처로 인식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 감소, 자본 조달 비용 상승, 환율 변동성 확대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경제학적으로도 이번 사태는 다층적인 시사점을 갖는다. 반복게임 이론 관점에서 보면 평판과 신뢰의 자산가치가 핵심이다. 한 번의 비협조, 즉 파업이 장기적인 징벌 전략을 촉발해 양측 모두에게 손실을 안긴다. 신뢰는 한번 상실하면 복구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협상이론 관점에서는 위협점 강화보다 파이 확대형 이익공유가 파레토 효율적이다. 제로섬이 아닌 포지티브섬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힉스 패러독스"… 정보 비대칭이 비효율적 균형 만든다
송 교수는 이번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성과급 산정 기준의 불투명성과 정보 비대칭을 지목했다. 노사가 파업이 모두에게 손해임을 알면서도 서로의 정보를 숨기거나 과장하는 과정에서 비효율적 균형에 도달한다는 '힉스 패러독스'가 현재 상황에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힉스 패러독스란 합리적인 노사 당사자라면 파업 없이 예상되는 결과로 직접 합의하는 것이 비용 절감 측면에서 최적임에도, 정보 비대칭과 기대 오차로 인해 파업이 발생하고 장기화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사측이 수익성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노조는 파업을 통해 사측의 실제 수익성을 유도하려 한다. 파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노조의 양보 폭이 확대된다는 애셴펠터-존슨(Ashenfelter-Johnson) 모형도 현 상황에 적용된다. 학습속도가 빠를수록 파업 기간이 단축되고, 할인율과 외부옵션이 최적 파업 기간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된다.
독점노조 모형 관점에서도 현 상황은 해석된다. 노조가 임금을 독점적으로 설정하고 기업이 고용을 결정하는 구조에서는 임금 상승과 고용 감소의 트레이드오프가 불가피하다. 반도체 산업의 비탄력적 노동수요 구조는 노조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반면, 파업 손실 규모도 동시에 확대시킨다. 이 때문에 노조와 기업 모두 노동수요곡선을 벗어난 계약곡선 위에서 협상할 때 공동이익이 극대화된다는 맥도널드-솔로(McDonald-Solow) 모형의 시사점이 주목된다. 성과급과 고용 조건을 동시에 교섭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투명한 성과보상 체계·쿨링오프 제도화…6대 과제 제시
송 교수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대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ROIC(투하자본이익률)·TSR(총주주수익률)·EVA(경제적 부가가치) 등 객관적 경영지표에 기반한 성과보상 기준을 공개하고 정례화하는 것이다. 둘째, 단순한 상한선 폐지 요구 대신 캡(상한)·플로어(하한)·클로백(환수) 메커니즘을 도입해 구간형 성과공유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셋째, 노·사·외부 전문가 3자가 참여하는 독립 중재·검증위원회를 설치해 중립적 분쟁 해결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다. 넷째, 호황기 투자·교육 적립 기금을 운영하는 노사 공동 투자위원회를 꾸려 장기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다섯째, 필수 공정 인력 보호와 교대 유연화를 통한 공급망 연속성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다. 여섯째, 파업 이전 조정 절차인 쿨링오프를 제도화하고 신속조정 절차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분기별 핵심성과지표(KPI) 리뷰와 보상 기준 점검을 위한 상설 노사정 협의체 운영, 수주·가동률·이익 팩트체크 대시보드를 통한 정보공개 플랫폼 구축, 48~72시간 내 신속중재와 자동 쿨링오프 메커니즘 구축도 해법으로 제안됐다. 독일의 공동결정제도(Mitbestimmung)와 스웨덴의 살트셰바덴(Saltsjöbaden) 협약 같은 글로벌 선진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성과급 산정 방식도 단순히 '영업이익의 15~20%'를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간 현금 지급에 3년 단위 성과주식(PSU·RSU)과 5년 장기성과를 결합한 다층 보상 구조, 경기·메모리 사이클을 반영한 성과 조정 필터, 사후 검증 가능한 공식과 가중치 공시 등 경제학적으로 정합한 인센티브 체계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파레토 효율 결과만을 선택하는 '강효율 계약 모형(Strongly Efficient Contracts)'의 도입도 제안됐다. 노사가 임금과 고용 조건을 동시에 교섭하는 구조를 갖출 때 파업 빈도가 줄고 장기적 협력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 모형에서는 고용량과 생산량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성과급 배분 구조, 즉 고정된 임금총액의 배분만으로도 노사 공동이익 극대화가 가능하다.
송 교수는 "파업은 단순한 임금 협상의 문제가 아니다. 신뢰, 투자, 공급망, 국가 경쟁력을 동시에 건드리는 사건이며, 결국 노조도 그 비용을 오랫동안 고스란히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기반의 성과보상 재설계와 투명한 거버넌스 강화가 노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해법이라는 것이 송 교수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