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이 다음 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하며 총파업 투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삼전 노조 총파업 첫날 이재용 자택 앞 집결…성과급 상한 폐지 요구
삼성전자 공동투쟁본부는 다음 달 21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관할 경찰서에 신고를 완료했다. 이날은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의 시작일이기도 하다.
노조는 집회를 마친 후 기흥·화성·평택 등 5개 주요 사업장을 순회하며 파업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총파업 기간은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으로, 오는 28일부터 총파업 찬반 설문이 진행된다.

노조가 총수 자택을 집회 장소로 정한 것은 보상 체계의 실질적 결정권이 이 회장에게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평택사업장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이 회장을 향해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했다.
협상 테이블에 대리인을 내세울 게 아니라 총수 본인이 직접 반도체 현장에 나와 노동자들과 마주 앉으라는 요구였다. 최 위원장은 이 회장의 자산 가치와 경영진 보상은 눈에 띄게 늘어나는 동안 현장 직원들에게 돌아온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뿐이었다고 지적하며, 성과에 걸맞은 보상이 없으면 삼성의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의대회에는 약 4만 명이 집결한 것으로 추정된다.
노조의 요구는 현행 연봉 50% 상한선으로 묶인 성과급 제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5%를 직원들에게 배분하라는 것이다. 이 요구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 중 하나가 경쟁사 SK하이닉스와의 보상 격차다.
올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토대로 계산하면 임직원 1인당 평균 약 6억 3000만 원의 성과급 지급 여력이 생긴다는 분석이 시장에서 나왔다. 삼성전자에는 성과급 상한선이 적용되는 반면 하이닉스에는 그런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노조는 상한제 폐지의 명분으로 이 수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루 집회만으로 반도체 생산 58% 감소…18일 파업 땐 30조 손실
노조의 투쟁력은 결의대회 당일 생산 현장에서 곧바로 감지됐다. 지난 23일 야간 근무 기준 메모리 공장 생산량은 전날 대비 18.4% 감소했고, 삼성전자가 차세대 사업으로 육성 중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은 같은 시간대 생산량이 58.1%까지 줄었다.
노조 측은 이 수치를 근거로, 18일 전일 파업이 이어지면 삼성전자가 감당해야 할 생산 공백이 30조 원 규모로 불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측은 성과급은 임금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강경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가 이 갈등을 풀지 못할 경우 단순한 생산 차질을 넘어 인력 유출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역대급 보상으로 반도체 전문 인력을 끌어당기는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인재 이탈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다음 달 한남동 집회와 18일 총파업이 삼성전자의 실적 반등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