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람치고 "살고 싶다"는 말을 한 번쯤 해보지 않은 이가 드물다. 깨끗한 거리, 친절한 서비스, 풍부한 먹거리와 독특한 서브컬처. 여행자의 눈에 비친 일본은 퍽 매력적인 나라다. 그러나 그 나라에서 실제로 돈을 벌고, 세금을 내고, 월세를 내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일본에서 11년째 거주 중인 한국인 유튜버 JM은 최근 자신의 채널을 통해 현지 생활의 단점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화려한 관광지 뒤편, 외국인 노동자로서 마주하는 일본 생활의 현실이다. 이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실제 일본 거주 경험자들의 증언과 반론이 뒤섞이며 뜨거운 토론으로 이어졌다.
"월급 명세서 보면 멘털 나간다"
JM이 첫 번째로 꼽은 단점은 경제적 부담이다. 그중에서도 세금 문제가 핵심이다. 그는 "한국 기준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라면서 특히 2년차부터 주민세 폭탄이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첫 해 소득을 기준으로 이듬해 주민세가 산정되는 구조 탓에 갓 정착한 외국인들이 예상치 못한 고지서를 받아들고 당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주민세는 소득의 약 10%가 부과되는 방식으로, 소득세의 10%가 주민세로 전환되는 한국과는 산정 기준부터 다르다.
연금과 보험 부담도 상당하다. 일본 국민연금은 10년 이상 납부해야 수급 자격이 생긴다. 중간에 귀국할 경우 일부만 돌려받을 수 있어, 수년간 납부하고도 실질적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일본 국민연금은 소득의 9%, 한국은 4.5%다. 단순 비교만으로도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퇴직금 문제도 거론됐다. JM은 일본에는 법적으로 강제되는 퇴직금 제도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서는 반론도 나왔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법적 강제는 아니지만, 일본 기업의 75~80%가 퇴직금 제도를 운영 중"이라며 일부 과장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처럼 1년 근속에 1개월치 급여가 법으로 보장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은 사실이다.
주거비 부담도 빠지지 않았다. JM에 따르면 도쿄에서 월세 90만 원 수준의 방은 한국보다 훨씬 좁고, 오래된 건물인 경우가 많다. 전기·가스·수도 등 공과금까지 더하면, "연봉은 올랐는데 손에 남는 돈은 줄어드는" 역전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와이파이가 없는 카페가 많고, 배달 음식은 종류가 적고 비싼 것도 생활 체감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도쿄 도심 기준으로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반론도 있었다. 실제 거주자 중 일부는 "오사카나 수도권 외곽은 서울과 월세 수준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저렴하며, 주택수당 등 회사 복리후생을 감안하면 주거 부담이 더 낮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행지의 일본"과 "사는 곳의 일본" 사이의 간극
JM은 일본 거주의 심리적 피로감도 언급했다. 여행할 때는 돈을 쓰러 온 손님으로서 환영받지만, 현지에서 돈을 벌기 시작하는 순간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회사·세무·연금·행정 처리를 모두 일본어로 처리해야 하는 현실은 언어 장벽을 넘어 피로도를 배가한다.
주거 환경의 문제도 지적됐다. 일본 특유의 낡고 좁은 주택 구조, 단열 취약, 방마다 개별 보일러 대신 각 공간을 따로 난방해야 하는 방식은 혹독한 겨울철에 더욱 두드러진다.
먹거리와 관련해서도 현실적인 지적이 나왔다. 여행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음식과 달리 실제 생활에서 예산 내에서 먹을 수 있는 선택지는 규동·카레·패스트푸드 위주로 좁아진다는 것이다. 가처분 소득의 한계가 식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커뮤니티에서는 이에 대한 다양한 경험담이 쏟아졌다. 일본에서 4년간 주재원으로 근무했다는 한 이용자는 "생활이 잘 맞았고, 현지 회사로의 이직도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결국 귀국했다. 내 인생에서 몇 안 되는 좋은 결정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을 모두 경험한 다른 이용자는 "타국 생활에서 오는 외로움과 돈 문제를 3년 안에 못 버티고 돌아오는 경우가 수십 명 중 대부분"이라며 이른바 '마의 3년'을 언급하기도 했다.
"취업 문턱은 낮다"… 실거주자들이 꼽는 장점
논의는 단순한 '일본 비판'으로 수렴되진 않았다. 실제 거주자들은 일본 생활의 장점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가장 많이 언급된 장점은 취업의 용이함이다. 여러 거주자들은 "한국에서 취업하는 것보다 일본에서 하는 편이 본인 스펙보다 1, 2단계 높은 기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이용자는 "올해 일본 대기업에 내정을 받았는데 한국이었으면 ‘쉬었음 청년’이었을 내게 이 정도 연봉의 취직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비전공자 출신 개발자들이 일본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언급됐다.
고용 안정성도 주요 장점으로 꼽혔다. "해고가 사실상 어렵고, 실직해도 갈 곳이 많아 취업 걱정이 덜하다"는 것이다. 경쟁보다는 안정을 원하는 이들에게 일본의 노동 시장 구조가 더 맞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직을 통한 연봉 인상이 비교적 수월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제시됐다. 한 장기 거주자는 "이직 한두 번으로 연간 100~200만 엔 인상은 어렵지 않다"며 현재 급여 수준을 한국에서 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사회 시스템의 안정감을 평가하는 의견도 있었다. 한 혼혈 거주자는 "단점이 분명히 있지만 국가 시스템 자체는 평등하게 느껴진다"고 표현했다. 연 2회 지급되는 보너스, 결혼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문화 등도 거론됐다.
한국과 일본 모두를 경험한 이용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공유된 결론은 이것이었다. "같은 급여를 받는다면 한국이 살기 좋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본인 스펙으로 한국에서는 들어가기 힘든 수준의 기업에 일본에서 취직할 수 있다면 따져볼 만한 선택지이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