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에 온기가 감돌기 시작하면 산야는 저마다의 생명력을 틔워내느라 분주해진다. 이 시기에 미식가들과 건강을 생각하는 이들의 마음을 가장 설레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봄나물이다.
수많은 봄나물 중에서도 ‘산나물의 왕’이라 불리는 곰취나 두릅에 못지않게 귀한 대접을 받는 존재가 바로 다래순이다. 달콤하고 시원한 열매를 맺는 다래나무가 그 열매를 맺기 전, 오직 봄철 짧은 기간에만 허락하는 어린순은 그 맛과 향이 가히 일품이라 할 수 있다.
구독자 275만 유튜브 채널 '김대석 셰프TV'에서는 "지금 안 먹으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라는 말로 이 나물을 소개했다.

1. 다래순, 자연이 빚어낸 고귀한 식재료의 정체
다래나무는 우리나라 전역의 깊은 산골짜기나 전석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덩굴식물이다. 대형 마트에서 흔히 접하는 키위는 사실 이 다래나무를 개량한 ‘양다래’이며, 우리 산천에서 자라는 토종 다래는 크기는 작지만 그 당도와 풍미가 훨씬 농축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다래순은 이 다래나무가 봄철에 밀어 올리는 연한 싹을 의미한다. 보통 4월 중순에서 5월 초순 사이에 채취하는데, 이 시기가 지나면 줄기가 금방 억세져서 나물로 먹기 어렵기 때문에 채취 시기를 정확히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래순이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희소성과 독특한 식감에 있다. 인위적으로 대량 재배하기보다는 자연 상태의 덩굴에서 일일이 손으로 따야 하는 수고로움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또한 다래순은 다른 나물들처럼 향이 지나치게 강해 호불호가 갈리지 않으면서도, 씹을수록 올라오는 은은한 단맛과 고소함이 조화를 이루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는 마치 산속의 정기를 그대로 응축해 놓은 듯한 느낌을 주며, 한 번 그 맛에 매료된 소비자들은 매년 봄마다 다래순을 확보하기 위해 산지를 직접 찾기도 한다.

2. 몸을 깨우는 생명의 에너지, 다래순의 영양 성분
다래순은 단순히 입을 즐겁게 하는 반찬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현대 과학으로 분석한 다래순의 영양 성분은 놀라울 정도로 풍부하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성분은 비타민 C다. 다래순에 함유된 비타민 C의 양은 감귤류나 사과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높으며, 이는 환절기에 급격히 떨어지는 면역력을 보강하고 춘곤증으로 인한 피로를 해소하는 데 탁월한 역할을 수행한다.
비타민뿐만 아니라 다래순은 식이섬유의 보고이기도 하다. 현대인들의 고질적인 문제인 불규칙한 식습관과 이로 인한 장 기능 저하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훌륭한 천연 대안이 된다.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내 환경을 개선하여 배변 활동을 돕고 체내에 쌓인 노폐물과 중금속을 흡착하여 배출하는 정화 작용을 돕는다. 또한 다래순에는 칼륨이 많이 들어 있어 체내 나트륨 수치를 조절하고 부종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한방 의학적인 관점에서도 다래순은 귀한 약재로 여겨져 왔다. 본초강목이나 동의보감에 따르면 다래나무의 순과 열매는 성질이 차고 맛이 달아 열을 내리고 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특히 위장 질환을 다스리고 소화를 돕는 효능이 있어 예로부터 속이 답답하거나 소화가 잘되지 않을 때 민간요법으로 자주 활용되었다. 최근에는 다래순에 포함된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항염증 및 항산화 작용을 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그 가치가 더욱 조명받고 있다.

3. 정성이 빚어내는 깊은 맛, 다래순무침 조리법
다래순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다른 나물보다 조금 더 세심한 손길이 필요하다. 다래순 자체에 함유된 약간의 아린 맛과 독성을 제거하는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꼼꼼한 세척과 손질이다. 산에서 갓 채취한 다래순은 흙이나 마른 잎이 섞여 있을 수 있으므로 찬물에 여러 번 헹구어 이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이때 너무 억세진 줄기는 과감히 잘라내야 나중에 질긴 식감으로 인한 불편함을 방지할 수 있다.
그다음 단계는 데치기 과정이다.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소금을 한 큰술 넣어 끓인다. 물이 팔팔 끓기 시작하면 손질한 다래순을 넣는데, 잎보다 줄기가 먼저 익을 수 있도록 줄기 쪽을 먼저 담그는 방식이 권장된다. 데치는 시간은 약 2분에서 3분 정도가 적당하며, 젓가락으로 줄기를 눌러보았을 때 부드럽게 들어가는 지점이 가장 알맞은 상태다. 너무 살짝 데치면 아린 맛이 남고, 지나치게 오래 데치면 나물의 아삭한 식감이 사라져 식감이 저해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데친 다래순은 즉시 차가운 물에 담가 열기를 식혀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비법은 바로 ‘우려내기’ 과정이다. 차가운 물에 담근 상태로 최소 4시간에서 반나절 정도 그대로 두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다래순 특유의 떫고 아린 맛이 물로 빠져나가게 되며, 비로소 다래순 본연의 순하고 담백한 맛이 살아나게 된다. 중간중간 물을 갈아주면 더욱 효과적으로 쓴맛을 제거할 수 있다.
충분히 우려낸 다래순은 손으로 물기를 꼭 짜서 준비한다. 본격적인 무침 단계에서 양념은 다래순의 향을 가리지 않도록 가볍게 하는 것이 정석이다. 국간장이나 멸치액젓으로 기본적인 간을 잡고, 다진 마늘과 파를 약간씩 첨가한다. 여기에 고소함을 더해줄 들기름을 넉넉히 두르는 것이 포인트다. 참기름도 훌륭한 대안이지만, 산나물의 투박하고 깊은 맛에는 들기름이 훨씬 조화롭다. 마지막으로 통깨를 손바닥으로 으깨어 가루를 내어 뿌려주면 고소한 풍미가 극대화된 다래순무침이 완성된다. 만약 조금 더 진한 맛을 선호한다면 된장을 아주 살짝 섞어서 무쳐 구수한 맛을 살리는 것도 방법이다.

4. 계절을 넘어 즐기는 지혜, 건다래순과 보관법
다래순은 제철이 지나면 구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오랫동안 즐기기 위한 보관법이 발달해 왔다. 그것이 바로 '묵나물' 형태의 건다래순이다. 봄에 갓 딴 다래순을 살짝 데친 뒤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바싹 말린다. 이렇게 말린 다래순은 수분이 빠지면서 영양분이 농축되고 식감은 더욱 쫄깃해지는 특성을 갖는다.
말린 다래순을 다시 요리할 때는 상당한 정성이 요구된다. 미지근한 물에 하룻밤 정도 충분히 불린 후 끓는 물에 삶아내면 생나물과는 또 다른 묵직하고 깊은 풍미를 풍긴다. 이를 들기름에 달달 볶아 간장으로 간을 맞추면 정월대보름이나 명절상에 올리는 최고급 나물 요리가 된다. 고기를 씹는 듯한 질감과 산야의 향기가 어우러진 묵나물 볶음은 겨울철 부족하기 쉬운 식이섬유와 비타민을 보충해 주는 훌륭한 저장식품 역할을 한다.
생다래순을 단기간 내에 소비하지 못할 경우에는 보관에 유의해야 한다. 씻지 않은 상태로 신문지나 키친타월에 싸서 지퍼백에 넣은 뒤 냉장고 채소칸에 보관하면 약 3일 정도는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의 기간이 지나면 금방 무르기 때문에 장기 보관을 원한다면 데쳐서 물기를 약간 머금은 상태로 소분하여 냉동 보관하는 것이 정석이다. 냉동된 다래순은 차후 찌개에 넣거나 비빔밥 재료로 활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5. 식탁 위에 차려진 작은 숲, 다래순무침이 주는 의미
현대인들은 흔히 바쁜 일상 속에서 빠르고 자극적인 음식에 익숙해져 있다. 인공 감미료와 강한 양념이 뒤섞인 음식들은 일시적인 만족감을 줄지는 몰라도 신체적, 정신적 치유를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래순무침은 소비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산 깊은 곳에서 자연의 순리대로 자라난 이 나물은 인위적인 가공이 가해지지 않은 순수한 자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다래순무침 한 젓가락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풀내음과 고소함은 무뎌진 미각을 깨워준다. 그것은 단순히 영양소를 섭취하는 행위를 넘어 계절의 변화를 수용하고 자연과 호흡하는 과정이다. 또한 정성스럽게 무친 나물을 나누어 먹는 식탁은 점차 희박해져 가는 정서적 유대감을 회복시키는 매개체가 된다.
결론적으로 다래순무침은 봄이 선사하는 가장 소박하면서도 강력한 보약이다. 화려한 외양은 아니지만 그 속에 담긴 영양과 맛은 어떤 고급 요리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건강 관리에 소홀하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다래순은 천연 영양제이며, 입맛을 잃은 이들에게는 훌륭한 식욕 촉진제가 된다.
이번 봄이 지나가기 전, 시장이나 산지에서 다래순을 접하게 된다면 그 푸르른 생명력을 식탁 위로 옮겨볼 것을 권장한다. 다래순을 다듬고 무치는 정성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하나의 휴식이 될 것이며, 완성된 나물 한 접시는 신체를 더욱 맑고 건강하게 가꾸어 줄 것이다. 자연이 제공하는 이 귀한 계절의 기회를 만끽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웰빙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