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대형참사 터진다...” 현직 KTX 관제사가 남긴 '소름 끼치는' 경고

2026-04-25 19:57

시속 300km 열차 조종하는 관제사, 수면 부족으로 '헛것' 본다
KTX 안전 위협하는 3조 2교대, 4조 2교대 전환 시급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소속 철도교통관제사가 과중한 교대 근무로 인한 극심한 피로 누적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근무 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고속열차 운행을 실시간으로 통제하는 핵심 인력의 업무 특성상 작은 판단 오류도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코레일에서 근무 중인 철도교통관제사라고 밝힌 작성자가 “KTX 자주 타시는 분들 읽어주세요. 조만간 진짜 대참사 터질 것 같다”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그는 현재 ‘3조 2교대’ 근무 체계 속에서 일하고 있다며 “매일 반복되는 밤샘 근무에 시달리다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 글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작성자는 관제 업무의 무게를 강조하며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제 마우스 클릭 한 번, 버튼 조작 한 번에 수백 명의 생명이 달려 있다”며 “밤샘 근무로 피곤한 상태에서 단 1초라도 판단을 놓치거나 실수를 하면 시속 300km로 달리는 열차 간 충돌 같은 끔찍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직무는 1분 1초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지만, 현재 근무 환경에서는 이를 유지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반복되는 야간 근무와 수면 부족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한계를 호소했다. 그는 “수면 장애는 기본이고, 새벽 3~4시쯤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 헛것이 보일 정도”라며 “이 상태로 중요한 판단을 계속 내려야 하는 상황 자체가 비정상적”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걸어다니는 좀비 같은 상태로 근무하는 날이 많다”며 장기간 누적된 피로가 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된 것은 ‘3조 2교대’ 근무 체계다. 이 방식은 3개 조가 주간과 야간을 번갈아 맡으며 근무하는 구조로, 개인당 야간 근무 빈도가 높고 휴식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서울교통공사나 부산교통공사 등 일부 도시철도 기관은 이미 ‘4조 2교대’ 체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4조 2교대는 4개 조가 순환하면서 근무해 상대적으로 휴식 시간이 길고 피로 누적을 줄일 수 있는 구조로 평가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작성자는 이러한 차이를 지적하며 “이처럼 높은 집중력과 책임이 요구되는 직무라면 최소한 맑은 정신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며 “관제사 인력을 확충하고 4조 2교대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구조가 계속된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수백 명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글이 확산되면서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이용자들은 “관제사가 저 정도 상태라면 철도 이용 자체가 불안하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근무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현장 상황이 과장된 것 아니냐”는 신중론도 일부 제기됐다. 그러나 대다수는 철도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코레일 측은 해당 사안을 인지하고 있으며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관제사 처우 개선을 위해 내부 간담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논의해온 사안”이라며 “다만 교대 체계 개편을 위해서는 인력 증원과 예산 확보가 필요하고,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현재 코레일 안전본부 산하 철도교통관제센터에는 약 370명의 관제사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열차 운행 계획 수립, 선로 배분, 신호 제어, 돌발 상황 대응 등 철도 운행 전반을 통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고속철도와 일반 열차가 동시에 운행되는 구간에서는 순간적인 판단이 전체 운행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업무 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조직적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3일 철도관제사 노동조합인 ‘국가철도관제노동조합’이 출범했으며, 이들은 4조 2교대 전환과 충분한 휴게시간 보장, 인력 충원 등을 주요 요구 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다. 노동조합은 향후 교섭을 통해 제도 개선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관제 업무의 특성상 피로 누적이 곧 안전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항공 관제와 마찬가지로 철도 관제 역시 실시간 판단과 집중력이 핵심이기 때문에, 장시간 근무와 수면 부족은 치명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교통 관제 인력의 근무 환경 개선은 사고 예방 차원에서 중요한 정책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근무 여건 문제를 넘어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교대 체계 개편과 인력 확충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현장의 요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