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회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133억 투자했더니 벌어진 일

2026-04-25 19:21

삼성전자 매입 단가는 10만 8800원, SK하이닉스는 58만 7800원

알레르망 침구 / 알레르망 홈페이지
알레르망 침구 / 알레르망 홈페이지


내 침구 1위 업체가 이불 장사로 번 돈을 반도체 주식에 베팅해 대박을 터뜨렸다. 알레르망이 바로 이 회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한 133억 원이 채 1년도 안 돼 2배 가까운 평가 차익으로 돌아왔다. 침구 업계 1위 기업이 본업을 넘어 자본 운용 능력까지 입증한 셈이다.

삼성에 33억, 하이닉스에 100억 베팅

서울경제에 따르면 알레르망은 지난해 자체 자금 약 133억 원을 투입해 삼성전자 3만 주(주당 평균 매입 단가 10만 8800원·총 약 33억 원)와 SK하이닉스 1만 7132주(주당 평균 매입 단가 58만 7800원·총 약 100억 원)를 매입했다. 매입 단가 수준을 고려하면 지난해 연말에 집중 매수했을 가능성이 높다.

24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21만 9500원, SK하이닉스는 122만 2000원을 기록했다. 이를 알레르망 보유 주식 수에 대입하면 삼성전자 3만 주의 현재 평가액은 약 65억 8500만 원, SK하이닉스 1만 7132주의 평가액은 약 209억 3600만 원으로 합산 약 275억 원 규모다. 매입 원가 133억 원과 비교하면 평가 차익이 140억 원을 훌쩍 웃돈다. 이는 지난해 알레르망이 기록한 전체 순이익 265억 원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1년 내내 이불과 매트리스를 팔아 남긴 수익의 절반 이상을 주식 시세 차익만으로 단숨에 벌어들인 셈이다. 수익률로 환산하면 약 105%에 달한다. 133억 원을 넣어 140억 원 넘게 불린 결과다.

종목별로 나눠 보면 삼성전자의 경우 매입 단가 10만 8800원에서 24일 종가 21만 9500원으로 주당 11만 700원가량 올랐다. 3만 주 기준 평가 차익은 약 33억 원으로, 투자 원금을 그대로 다시 번 셈이다. SK하이닉스 투자는 보다 극적이다. 매입 단가 58만 7800원에서 122만 2000원으로 주당 63만 4200원 상승했다. 1만 7132주 기준 평가 차익은 약 108억 원으로, 투자 원금 100억 원을 뛰어넘는 수익이 발생했다.

현금 80% 투자 이례적 승부수

알레르망 입장에서 이번 투자는 이례적인 선택이라고 한다. 회사는 그동안 국채·펀드·부동산 등 안정성 위주의 자산으로 여유 자금을 운용해 왔다. 특정 상장 주식에 이처럼 대규모 자금을 한꺼번에 투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투자 원금 133억 원은 2024년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80% 이상에 해당하며, 같은 해 기록한 당기순이익 115억 원보다도 많은 규모다. 사실상 가용 현금 대부분을 두 종목에 집중한 셈이라 강한 확신 없이는 실행하기 어려운 베팅이었다.

알레르망 침구 / 알레르망 홈페이지
알레르망 침구 / 알레르망 홈페이지

주가의 본격적인 상승세가 올해 초부터 시작된 탓에 지난해 회계상 순이익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올해 두 종목의 주가 상승분이 당기순이익에 반영될 경우 알레르망의 올해 당기순이익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알레르망은 대체 어떤 회사?

알레르망은 2000년 설립된 침구·침대 전문기업이다. 사명은 독일어 '알레르기(Allergie)'와 프랑스어 '망(man·그물)'을 합쳐 "알레르기를 잡는 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종운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알레르기 프리 침구'라는 차별화 마케팅을 앞세워 경쟁사와 큰 격차를 유지하며 침구 업계 1위 자리를 10년 넘게 지켜왔다.

알레르망 침구 / 알레르망 홈페이지
알레르망 침구 / 알레르망 홈페이지



지난해 매출 1236억 원, 영업이익 270억 원을 기록했다. 2016년부터 2025년까지 10년 연속 백화점 침구 매출 1위 타이틀도 보유 중이다. 1999년 국내 최초로 알레르기 방지 침구 원단 특허를 획득한 이래 2012년 영국 알러지협회(BAF)로부터 14개 품목에 대한 항알러지 인증을 국내 최초로 받는 등 기술력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2004년 롯데백화점 첫 입점을 시작으로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장했고, 2016년 매장 300개 돌파와 함께 연매출 1000억 원을 달성했다.

2020년부터는 침구를 넘어 매트리스 등 침대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며 사업 다각화도 이어가고 있다. 영국 침대 기업 해리슨 스핑크스와 기술 협력을 통해 알레르망 스핑크스라는 자체 매트리스 브랜드를 내놓았고, 2024년에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T412 빌딩을 매입해 알레르망 타워로 이전하며 서울 사무소를 강남 중심부로 옮겼다. 선릉역 도보 3분 거리인 테헤란로 대로변에 자리 잡은 사옥 확보는 회사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보로 읽힌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