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적 관객 172만 명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를 장악 중인 공포 영화 '살목지'를 둘러싼 또 다른 화제거리가 불거졌다. 영화의 소재가 된 충남 예산군 광시면 살목지가 하루 200명 가까운 방문객을 모으며 '살리단길'이라는 별칭까지 얻은 가운데,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들이 펼쳐진 공간이 실제로는 전남 담양의 담양호에서 촬영됐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실제 촬영지는 담양호?
전남영상위원회는 최근 페이스북 채널에서 영화 '살목지'가 전남영상위원회 로케이션 지원작품이자 전라남도 인센티브 지원작품이라는 점을 공개했다. 위원회는 " 전체회차 중 약 80%를 전남에서 촬영하며 작품 속 긴장감 넘치는 주요 장면들을 전남의 배경 위에서 담아냈다"며 촬영지가 전라남도, 그 중에서도 담양호임을 밝혔다. 영화 속 서늘한 수면과 깊은 물속 장면들을 관통하는 공간이 충남 예산이 아닌 전남 담양에서 구현됐다는 것이다.
실제 관람객들 사이에서도 영화 촬영지가 담양호란 말이 나온다. 담양군 주민으로 보이는 한 관람객은 인터넷 커뮤니티 디미토리에 “영화 ‘살목지’ 봤는데 지도에는 충남 예산군이라고 찍히는데 풍경은 담양호라서 ‘아 저기 담양인데 예산 아닌데’ 하면서 봤다. 여러분 담양호도 와주세요. 넓고 예뻐요”란 글을 올렸다.
전남영상위원회의 공식 확인으로 담양호 촬영 사실이 알려지자, 배우들이 앞서 털어놓은 촬영 뒷이야기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살목지에서 찍은 줄 알았던 장면들이 사실 담양호에서 만들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배우 김혜윤은 수중 촬영 도중 물속에서 머리카락 같은 것이 팔을 계속 스쳤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미역인가 생각했지만 저수지에 해초가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공포감이 밀려왔고, 확인했다가는 기절할 것 같아 무시하고 촬영을 이어갔다고 했다. 배우 김영성은 "휴대폰 신호조차 잡히지 않는 실제 오지에서 찍었다"고 전했다. 그 오지가 바로 담양호 일대였던 셈이다.
담양호는 어떤 곳인가
담양호는 전남 담양군 용면에 자리한 거대 인공 호수다. 영산강 유역 종합개발 1단계 사업의 일환으로 1976년 9월 준공됐다. 제방 높이 46m, 길이 316m에 총저수량 6670만 톤 규모로, 담양 평야 4245ha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영산강 최상류의 핵심 수원이다. 강천산(전북 순창군), 치재산, 추월산(전남 담양군)으로 둘러싸여 있어 산세가 깊고 수면이 넓다. 낮에도 짙은 산 그림자가 수면을 덮는 풍광은, 공포 영화의 무대로 손색이 없다.

담양호가 단순한 농업용 저수지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그 형성 과정에 있다. 댐 건설 당시 용면 도림리·용연리·월계리 일부와 산성리·청흥리 등 여러 마을이 통째로 물에 잠겼다. 수몰 지역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뿔뿔이 흩어졌고, 수면 아래에는 집터와 골목, 논밭의 흔적이 고스란히 가라앉아 있다. 가뭄이 심한 해에는 수위가 낮아지면서 수몰 마을의 잔해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한다. 깊은 물속에 사람이 살았던 공간이 통째로 잠겨 있다는 사실은, 영화 '살목지'에서 저수지 바닥에 가라앉은 원혼들이 집단으로 떠오르는 장면과 기묘하게 겹쳐진다.
담양호는 1976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돼 담양 제1의 관광지로 꼽혀왔다. 추월산 관광단지, 가마골 청소년야영장, 금성산성 등이 인근에 자리하며, 빙어·메기·가물치·잉어·향어 등이 서식해 낚시꾼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그러나 현재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모터보트와 수상 방갈로 등 수상 시설이 모두 폐쇄됐다.
사람이 귀신보다 많은 살목지
담양호가 실제 촬영지로 확인됐지만, 방문객의 발걸음은 여전히 충남 예산 살목지로 향하고 있다. 영화의 소재이자 이야기의 출발점이 된 장소이기 때문이다. 예산군과 현지 주민에 따르면 영화 개봉 이후 살목지에는 하루 200명 가까이 찾아오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밤에 온다. 공포 분위기를 체험하겠다는 이들이 무속신앙에서 귀신의 문이 열린다고 여기는 새벽 1∼3시를 노려 일부러 찾아오기도 한다. 실시간 내비게이션에 '살목지'를 목적지로 설정한 차량이 103대를 넘었다는 글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살목지는 충남 예산군 광시면 대리에 있는 농업용 저수지다. 1982년 준공됐다. 2022년 방송사 프로그램 '심야괴담회'에 두 차례 관련 사연이 소개되며 심령 스폿으로 알려진 곳이다. 산자락 깊숙이 자리 잡아 수심이 깊고 물이 차가우며, 가을과 봄 새벽이면 저수지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일교차가 큰 밤에 혼자 마주하면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장소다.
방문객이 급증하자 예산군과 예산경찰서는 차량 24시간 통제, 오후 6시 이후 보행자 통행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