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스스로 만든 마법의 엑셀 프로그램, 퇴사 때 삭제했는데 형사 처벌받나요?”

2026-04-26 01:53

개인 노하우 vs 회사 소유물... 법적 경계는?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한 AI 이미지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한 AI 이미지

퇴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자동화 엑셀(Excel) 파일을 삭제한 한 직장인이 회사로부터의 형사 고소 위기에 놓인 사연을 전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퇴사할 때 내가 만든 마법의 엑셀 지웠는데 고소하겠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A 씨는 "5년 동안 한 중소기업에서 회계와 총무를 맡아 근무했다"며 "지난주에 지긋지긋했던 회사에서 퇴사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전 직장으로부터 업무방해죄로 고소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받기 직전"이라고 설명했다.

A 씨에 따르면 사건의 핵심적인 발단은 그가 과거 3년간 공들여 만든 자동화 엑셀 시트를 삭제한 후 일어났다.

그는 "회사가 너무 수동적인 구조라 모든 데이터를 일일이 입력하고 대조해야 했다"며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느껴 매크로(Macro)와 함수를 활용해 마법의 엑셀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개발한 엑셀 프로그램에 대해 A 씨는 "8시간 걸릴 결산 업무를 단 30분 만에 끝낼 수 있는 내 피와 땀 눈물이 섞인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퇴사 과정에서 A 씨는 회사 측과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그는 "남은 연차 수당은커녕 인수인계가 부족하다며 마지막 달 성과급까지 깎겠다고 협박하더라. 너무 화가 나서 퇴사 당일 내가 만든 그 엑셀 툴과 자동화 서식들을 모두 삭제했다. 물론 공식적인 인수인계 문서와 원본 데이터는 그대로 남겨뒀다"고 털어놨다.

이어 "다음 날 내 후임자가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난리가 났다. 예전처럼 수기로 하려니 도저히 속도가 나지 않았고 회사는 A 씨가 고의로 업무용 파일을 파괴해서 회사의 업무를 마비시켰다며 형사 고소를 운운하고 있다"고 밝혔다.

A 씨는 "그 엑셀 툴은 회사가 시켜서 만든 게 아니다. 내 업무를 편하게 하려고 내 노하우를 쏟아부어 만든 개인 무기였다"며 "회사가 제공한 엑셀 프로그램 위에 내 지식을 얹은 것뿐인데 퇴사할 때 내 지식을 수거해가는 게 왜 죄가 되는 거냐"라고 항변했다.

해당 사연을 두고 누리꾼들은 "개인 파일 지웠는데 게거품 무는 회사면 퇴사하길 잘했다", "회사에서 월급 받으며 근로 중에 만든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소송을 걸어도 회사 손을 들어줄 확률이 높다", "회사 컴퓨터로 업무시간에 작성한 결과물을 고의로 훼손했으면 처벌받는 게 당연하다. 벌금도 받고 민사로 손해배상까지 해줘야 할 듯", "원래 있던 중요한 프로그램 자체를 지운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내 할 일을 위해 만든 방법을 지웠다고 문제가 된다고 보이진 않는다"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편 저작권법에 따르면 업무상 제작된 저작물이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임직원 개인이 아닌 회사 등 법인이 저작자가 되도록 정하고 있다.

구체적 요건은 ▲회사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제작한 콘텐츠일 것 ▲회사가 그 콘텐츠의 제작을 기획한 것 ▲업무상 제작한 콘텐츠일 것 ▲회사 명의로 공표되는 콘텐츠일 것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규정이 없을 것 등이다.

노무 법률 전문가들은 퇴사 시 감정적인 대응으로 각종 업무 파일을 고의로 훼손하는 행위는 형사 고소뿐만 아니라 회사가 입은 피해액에 대한 막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로 곧장 이어질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한다.

동시에 기업들도 직원의 뛰어난 개인 역량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주먹구구식 사내 시스템에서 벗어나 핵심 업무 프로세스와 데이터를 공식적인 사내 자산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체계적인 백업 환경을 철저히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