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 청약 당첨=인생 역전? 40억 로또와 부정청약 실태

2026-04-24 21:05

추적60분 4월 24일 방송 정보

서울 아파트 청약 시장을 둘러싼 분위기는 더 이상 단순한 ‘내 집 마련의 기회’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청약 한 번으로 수억 원, 많게는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누군가는 수년 동안 통장을 유지하고 가점을 쌓아도 번번이 문턱 앞에서 돌아선다. 여기에 부정청약 의혹과 청약 통장 거래,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청약제도는 ‘기회의 사다리’인지, 일부만 올라탈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인지 질문을 받고 있다. KBS1 ‘추적60분’은 5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주택청약제도의 현재를 들여다본다.

KBS1 '추적60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KBS 제공
KBS1 '추적60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KBS 제공

오는 24일 방송되는 ‘추적60분’ 1453회 ‘그들만의 리그 – 누구를 위한 청약제도인가’는 1977년 도입된 주택청약제도의 취지에서 출발한다. 청약은 무주택자에게 보다 형평성 있는 내 집 마련 기회를 제공하고, 주택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의 청약 시장은 그 출발점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 3구 등 인기 지역 청약은 당첨만 되면 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로 ‘로또 청약’으로 불리고 있다.

방송은 먼저 청약 당첨이 한 개인의 삶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보여준다. 서울의 한 대단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이은영 씨는 예비번호 400번대라는 불리한 조건에서도 기회를 잡았다. 집값 하락기와 맞물린 행운이었다. 분양가 7억 원대였던 아파트는 현재 실거래가 18억 원에 육박한다. 주변에서는 부러움이 쏟아지고, 당사자에게는 ‘인생의 큰 관문 하나를 넘었다’는 만족감이 남았다. 청약 당첨이 단순히 집 한 채를 얻는 일이 아니라 자산 격차를 단숨에 벌리는 사건이 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제작진도 직접 청약 시장 안으로 들어간다. 영등포의 한 아파트에서 무순위 청약, 이른바 ‘줍줍’ 물량이 나오자 13만 명이 몰렸다. 당첨될 경우 최대 9억 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청약이었다. 청약 준비 모임에서는 복잡하게 바뀐 제도를 공부하고, 당첨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강의를 듣고 현장을 찾는 사람들을 만난다. 청약이 더 이상 단순한 신청 절차가 아니라 정보력과 전략, 타이밍이 모두 동원되는 경쟁이 된 셈이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공정성에 대한 불신도 커진다. 올해 1월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였던 이혜훈 전 의원을 둘러싸고 부정청약 의혹이 제기됐다. 결혼한 자녀를 부양가족에 포함해 청약 점수를 높였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아파트는 분양가 대비 가격이 크게 올라 시세차익만 4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혼인신고와 전입신고가 제때 이뤄졌다면 당첨이 불가능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낙첨자들의 박탈감은 더 커졌다.

부정청약 문제는 특정 인물의 의혹에 그치지 않는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부정청약 적발 건수는 총 252건이었다. 이 가운데 위장전입이 가장 많았고, 위장이혼, 자격 매매와 불법 전매가 뒤를 이었다. 제작진은 청약 통장을 사고파는 브로커와도 접촉한다. 브로커들은 매도자와 매수자를 연결하며 불법의 경계를 ‘탈법’이라는 말로 흐린다. 누군가는 정직하게 시간을 쌓고, 누군가는 제도의 빈틈을 이용해 앞질러 가는 현실이다.

청약제도는 세대 간 갈등의 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4인 가족 기준 만점인 69점을 받은 사람들은 오랜 기간 무주택 상태를 유지하며 점수를 쌓았지만, 신혼부부와 다자녀 가구 등 특별공급 비중이 커지면서 일반공급에서 기회가 줄었다고 말한다. 반대로 청년층과 신혼부부 역시 만족하지 못한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한 청년은 혼인신고를 미루고 있다. 두 사람의 소득이 합산되면 특별공급 자격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집을 마련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결혼과 가족 구성의 선택까지 흔드는 상황이다.

청약 통장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에만 약 30만 명이 청약 통장을 해지했다. 10년 넘게 통장을 유지해온 이들조차 원하는 지역에 당첨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며 등을 돌리고 있다. 오랫동안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지’라는 마음으로 버텨온 사람들에게 청약은 더 이상 희망이 아니라 불안의 상징이 되고 있다. 집값은 오르고, 경쟁률은 치솟고, 제도는 복잡해지는 사이 평범한 무주택자들의 체감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당첨 이후에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잠실의 한 대단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김명호 씨는 당첨의 기쁨을 오래 누리지 못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분양대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저소득 신혼부부 가정을 배려한 특별공급으로 당첨됐지만, 정작 대출이 막히자 자산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은 분양대금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 그는 부족한 금액을 채우기 위해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P2P 대출까지 알아봐야 했다. 제도는 무주택자에게 기회를 준다고 말하지만, 금융 규제는 그 기회를 실제 소유로 이어가기 어렵게 만드는 모순이 생긴다.

KBS1 '추적60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KBS 제공
KBS1 '추적60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KBS 제공

전문가들은 청약제도의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부정청약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복잡한 공급 유형과 기준을 단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청약이 투기 수단이 아니라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 장치로 기능하려면, 제도 설계와 대출 정책, 공급 구조가 서로 충돌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추적60분’은 이번 방송에서 청약을 둘러싼 기대와 좌절을 함께 따라간다. 당첨되면 인생이 달라지는 현실, 탈락하면 더 큰 박탈감을 안기는 구조, 그리고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불법과 편법의 현장까지 들여다본다. 내 집 마련의 꿈으로 출발한 청약제도는 지금 누구를 위한 제도로 남아 있는지 묻는다.

KBS1 ‘추적60분’ 1453회 ‘그들만의 리그 – 누구를 위한 청약제도인가’는 24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 해당 글은 아무 대가 없이 작성됐음을 밝힙니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