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위에서 건진 한 입…‘세계테마기행’ 극한의 식탁을 만나다

2026-04-29 19:33

'세계테마기행' 4월 29일 방송 정보

대서양을 마주한 이베리아 사람들에게 바다는 늘 두 얼굴을 가진 공간이었다. 거센 파도와 암초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삶과 식탁을 열어준 무대이기도 했다. EBS1 ‘세계테마기행’ 4부작 ‘맛으로 읽는 스페인·포르투갈’ 3부는 거친 자연을 견디며 얻어낸 강렬한 한 입을 따라간다.

'세계테마기행'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세계테마기행'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오는 29일 방송되는 3부 ‘극강의 한 입을 찾아서’는 유라시아 대륙 최서단 호카 곶에서 시작된다. 이곳 어부들은 ‘악마의 손가락’이라 불리는 거북손을 찾아 파도가 몰아치는 바위 위로 향한다. 거북손은 절벽과 암초에 붙어 자라는 해산물로, 조수간만의 차와 파도, 날씨를 정확히 읽어야만 채취할 수 있다. 한순간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는 대서양의 바위 위에서 어부 에르만도 씨와 함께하는 채취 과정은, 한 접시의 음식이 얼마나 치열한 자연의 시간 끝에 오는지 보여준다.

다음 여정은 포르투갈의 ‘빵 바구니’라 불리는 베자로 이어진다. 드넓은 밀밭 사이로 서 있는 거대한 풍차는 이 지역의 풍경을 상징한다. 이슬람 지배기 전해진 풍차 제작 기술은 물이 부족하고 바람이 강한 베자의 환경과 만나 독특한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풍차 지기 프란시스코 할아버지는 바람의 방향을 읽고, 배의 돛을 다루듯 풍차 날개를 조정한다. 오래된 풍차를 여전히 움직이는 그의 손길에는 대를 이어온 자부심과 애정이 담겨 있다.

베자에서는 전통 방식으로 빵을 굽는 장인도 만난다. 기계도 온도계도 없이 오직 감각과 눈대중만으로 반죽을 빚어내는 이오네 할머니는 갓 구운 빵보다 6일 된 빵을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남은 빵을 버리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 아소르다에 있다. 올리브유조차 귀하던 시절, 딱딱해진 빵까지 살려낸 이 음식은 가난한 사람들의 식탁을 지켜준 한 그릇이었다. 생선 수프에 빵을 풀어 끓인 아소르다에는 베자 사람들이 살아온 근면하고 단단한 시간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세계테마기행’은 이번 3부에서 특별한 맛을 단순한 별미로만 다루지 않는다. 파도 속에서 목숨을 걸고 얻어낸 거북손, 바람을 읽어 밀을 갈아온 풍차, 남은 빵 한 조각까지 다시 살려낸 서민의 음식까지. 이베리아의 식탁은 자연을 이겨낸 결과가 아니라, 자연과 맞서고 적응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남긴 기록처럼 다가온다.

거친 대서양과 바람 부는 평원, 그리고 오래된 빵 한 그릇에 담긴 삶을 따라가는 ‘세계테마기행’ 3부 ‘극강의 한 입을 찾아서’는 29일 오후 8시 40분 방송된다.

※ 해당 글은 아무 대가 없이 작성됐음을 밝힙니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