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가격 '동결'…정부의 4차 중대 발표 결과에 다시 전국이 '술렁'

2026-04-24 11:35

국제유가 하락했는데도 정부가 석유값 내리지 않은 이유

정부가 4차 석유 최고가격을 또다시 동결했다.

이재명 대통령. 자료사진. / 뉴스1
이재명 대통령. 자료사진. / 뉴스1

24일 0시부터 적용된 4차 최고가격은 휘발유 리터(L)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2차·3차와 동일한 수준이 유지됐다. 국제유가 하락세를 감안하면 인하 여력이 충분했지만, 정부는 수요 관리와 물가 안정, 국제 정세 불확실성을 종합 고려해 동결을 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화상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인하 여력 있었는데 왜 동결했나

이번 4차 결정의 핵심은 '인하 여력이 있었음에도 동결했다'는 점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최근 2주간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휘발유 8%, 경유 14%, 등유 2% 하락했다. 이 하락분만 반영할 경우 휘발유는 약 100원, 경유는 약 200원, 등유는 약 30원 인하 여력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정부가 동결을 선택한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2척을 나포했다고 주장한 전날,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가격은 100달러 선을 다시 넘어선 101.91달러에 마감했다. 영국군은 22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두 척의 선박이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가능성과 이란의 추가 대응도 변수로 남아 있다.

둘째, 가격 인하가 석유 소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으로 오히려 유류 소비가 늘었다는 일부 지적을 언급하며 "가격을 내려놓는 게 100% 잘한 일이냐는 반론이 있는데 그것도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셋째, 물가 상승 압박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는 125.24로 전월 대비 1.6% 올랐다. 2022년 4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중동 전쟁 여파로 석탄·석유제품 가격이 31.9% 급등하면서 공산품 가격이 전월 대비 3.5% 상승했다. 정부 입장에선 이 시점에 석유 가격을 올릴 명분이 없었던 셈이다.

차에 주유하는 시민. 자료사진. / 뉴스1
차에 주유하는 시민. 자료사진. / 뉴스1

3차와 4차, 동결 이유는 달랐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에 상한을 두는 제도로 2주 주기로 지정된다. 지난달 13일 처음 도입된 뒤 2차 발표 때는 국제유가 상승분을 반영해 유종별로 210원씩 인상했다. 이후 3차와 4차에서 연속 동결이 이어졌지만, 두 차례 동결의 배경은 달랐다.

3차 결정 당시엔 MOPS가 상승했음에도 동결했다. 특히 경유 인상률이 휘발유보다 훨씬 높았는데, 경유가 화물차와 농어업 등 민생경제 현장에서 많이 쓰인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였다. 반면 4차는 MOPS가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에서의 동결이다. 내릴 수 있었지만 내리지 않은 것이다.

남경모 산업부 장관정책보좌관은 브리핑에서 "소비 절감을 고려하기는 했지만, 그간 3번의 최고가격제 결정 시에 국제석유제품가격 인상분을 덜 반영한 점과 서민경제 부담, 물가 및 석유소비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차부터 현재까지 국제가격 변동률을 그대로 반영했다면 4차 최고가격은 휘발유 2059원, 경유 2551원, 등유 2103원으로 결정됐어야 했다. 현재 최고가격 대비 각각 125원, 628원, 573원 높은 수준이다. 그동안 인상 요인이 누적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두 억제해왔다는 의미다.

최고가격제 없었다면 경유 2800원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았을 경우 현재 주유소 판매 가격은 휘발유 약 2200원, 경유 약 2800원, 등유 약 2500원 수준으로 형성됐을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전국 평균 경윳값이 2000원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약 800원의 인하 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이번 동결 조치가 실제 주유소 판매가격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유사 공급가격에만 상한이 적용되고 주유소 판매가격은 개별 주유소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최근 주유소 가격판. 자료사진. / 뉴스1
최근 주유소 가격판. 자료사진. / 뉴스1

남 보좌관은 "현재 정유사 공급 가격과 주유소 판매 가격 차이가 100원 내외를 유지하고 있어 현 수준에서 가격이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가격 인상 요인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석유관리원 등 유관 기관과 함께 주유소 판매 가격을 매일 모니터링하며 과도한 가격 인상을 방지할 계획이다.

정유사 손실 보전, 4조2000억 예비비 편성됐지만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 문제도 논란 중 하나다. 정부는 분기별로 정유사가 자체 산정한 손실액을 제출하면 '최고액 정산위원회' 검증을 거쳐 보전액을 확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4조2000억원의 목적 예비비를 편성해 뒀다.

일부 언론에서 정유사 손실이 1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을 제기했지만, 남 보좌관은 "정부는 정유사 손실액을 추산한 바 없다"며 "현실적으로 추산하기도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손실 보전은 원가에 기반해 계산될 건데, 정유사들도 원가를 정확하게 모른다고 주장하는 시점에서 정확한 보전 금액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최고가격제가 지속되는 동안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할 경우 정유사 손실 확대는 피하기 어렵다. 공급가격에 상한이 묶인 상태에서 원가가 오르면 그 차이는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고가격제 언제 끝나나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부분은 이 제도가 언제 종료되느냐다. 정부는 현재로선 최고가격제 폐지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남 보좌관은 "중동 상황이 여전히 유동적인 만큼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향후 미국-이란 휴전 협상이 진전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리고 국제유가가 안정된다고 판단되면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이란 협상 결과와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최고가격제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현재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종식을 위한 회담 재개를 중재하려 하고 있지만, 이란의 선박 나포 주장과 영국군의 피격 확인 등으로 협상 국면은 불안정한 상태다.

5차 최고가격은 2주 뒤 다시 결정된다. 그 시점에 MOPS 변동폭과 중동 정세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인상·동결·인하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주유소 풍경. 자료사진. / 뉴스1
주유소 풍경. 자료사진. / 뉴스1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