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나는 밥상] ''프링글스는 감자칩이 아닙니다!'' 제조사가 직접 법정에서 외친 사연

2026-04-24 09:46

세금 면제를 위해 '감자칩 아님'을 주장한 P&G의 황당한 법정 공방
쌍곡 포물면 설계로 탄생한 프링글스, 감자칩인가 비스킷인가?

폼나는 밥상

[브랜드 비화] "프링글스는 감자칩이 아닙니다"… 제조사가 스스로 정체성을 부정한 기막힌 사연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간식 프링글스. 누구나 당연히 '감자칩'이라고 생각하는 이 제품을 두고, 정작 제조사인 P&G가 법정에서 "프링글스는 감자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던 황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전 세계가 다 아는 제품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해야만 했던 이 이색적인 법정 공방 뒤에는 엄청난 금액이 걸린 '세금 문제'가 숨어 있었습니다.

■ "우리는 비스킷에 가깝다"… 눈물겨운 자기 부정의 시작

사건은 2007년 영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영국의 부가가치세법에 따르면, 대부분의 일반 식품은 면세 대상이었으나 '감자칩'을 포함한 감자 가공 스낵에는 17.5%라는 높은 세율이 적용되고 있었습니다. 엄청난 세금을 내야 할 위기에 처한 P&G는 법정에서 프링글스가 감자칩이 아니라는 논리를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P&G 측은 "진짜 감자칩은 감자를 얇게 썰어 튀기기 때문에 씹을 때 바삭하게 부서지지만, 프링글스는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린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프링글스의 감자 함유량이 약 42%에 불과하며, 감자 슬라이스가 아닌 반죽을 성형해 만들기 때문에 일반적인 감자칩보다는 오히려 '비스킷'이나 '케이크'에 더 가까운 형태라고 주장했습니다.

■ 1심 승소와 2심의 반전 "누가 봐도 감자 맛인데?"

놀랍게도 1심 재판부는 P&G의 이 독특한 논리를 받아들였습니다. 프링글스의 독특한 모양과 반죽 제조 방식이 전통적인 감자칩과는 차이가 있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이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P&G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절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영국의 국세청은 즉각 항소했습니다. 이어진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1심의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재판부는 "프링글스에 들어가는 성분 중 감자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누가 봐도 감자의 맛과 모양을 가진 제품을 감자칩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영국 법원은 프링글스를 공식적인 '감자칩'으로 규정했고, P&G는 결국 그대로 세금을 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 세금은 졌지만 과학은 남았다… 프링글스의 공학적 설계

비록 세금 재판에서는 패소했지만, 프링글스가 일반 감자칩과 다르다는 P&G의 주장은 제품의 '공학적 설계' 측면에서 보면 일리가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프링글스의 상징인 안장 모양 곡선 디자인은 화학자 '프레드릭 바우어'가 수학적인 '쌍곡 포물면' 원리를 적용해 만든 결과물입니다.

이 정교한 설계 덕분에 얇은 과자가 통 안에서 깨지지 않고 일정하게 포개질 수 있었으며, 일반 감자칩보다 더 큰 바삭 소리를 내어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독보적인 위치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 맺음말

세금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감자칩이 아닌 비스킷'이라 불렀던 프링글스의 재판 이야기는 오늘날까지도 마케팅과 법조계에서 흥미로운 사례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비록 법적으로는 감자칩이라는 판결을 받았지만, 규격화된 원통형 용기와 정교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프링글스는 여전히 일반적인 감자칩을 넘어서는 독창적인 간식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home 허지혜 기자 hzezze04@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