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시술을 받은 뒤 환자 몸속에 거즈가 남아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지만,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의료 과실 판단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 기장군의 한 산부인과에서 자궁 시술을 받은 30대 여성 A씨는 시술 약 열흘 뒤 부정 출혈로 병원을 다시 찾았다. 당시 의료진은 지혈 처치를 진행했지만, 이후 A씨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과 고열, 오한 증상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증상은 일주일가량 지속됐고, 결국 생리 기간 중 몸 안에서 손바닥 크기의 거즈가 배출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A씨 측에 따르면, 처음 병원을 찾았을 당시 담당 의사는 해당 이물질이 거즈가 아니라 ‘녹는 지혈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형태와 재질이 일반적인 지혈제와 다르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환자 측의 항의가 계속되자 의료진은 뒤늦게 “지혈 과정에서 사용한 거즈를 제거하지 못한 것 같다”며 사실상 실수를 인정했다.

문제는 이후 수사 과정에서 형사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A씨는 담당 의사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체내에서 발견된 거즈와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입증하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의료 행위와 환자의 증상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이 사건은 의료사고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입증 책임’ 문제를 다시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형사 사건에서는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의료 분야에서는 전문적 판단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아, 환자 측이 이를 증명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A씨는 의료분쟁 조정을 위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 과정에서도 명확한 피해 입증이 쉽지 않다는 설명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정 절차에서는 양측 합의를 통한 해결이 권고되는 경우가 많지만, 피해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환자 측은 현재 경찰 결정에 불복해 이의 제기를 준비 중이며, 추가적인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체내 이물질이 실제로 발견됐다는 점에서 의료 과실 자체는 인정된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해당 의사는 “수사 결과가 이미 나온 사안”이라며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례에서 핵심 쟁점이 ‘과실의 존재’뿐 아니라 ‘그로 인한 피해 발생 여부’라는 점을 강조한다. 단순히 의료진의 실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형사 처벌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그로 인해 환자에게 실제 손해나 상해가 발생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는 의학적 지식과 자료 접근에 한계가 있어 대응이 쉽지 않은 구조라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이번 사건은 의료 안전 관리의 중요성과 함께,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을 어떻게 규명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한계를 다시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환자 측은 지속적인 통증과 불안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법적 판단이 어떻게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국에서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처리 절차는 크게 민사, 형사, 그리고 분쟁 조정 세 갈래로 나뉜다. 우선 환자나 보호자가 의료진의 과실로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하면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핵심은 의료진의 과실과 환자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다. 법원은 통상 의료 행위 당시의 의료 수준, 진료 지침, 의사의 주의 의무 이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과실 여부를 가린다.
형사 절차는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의료진이 형사 처벌을 받기 위해서는 단순 실수 수준을 넘어 업무상 과실이 인정돼야 하고, 그 과실로 인해 상해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점이 명확히 입증돼야 한다. 이 때문에 실제로 의료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형사 처벌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특히 의료 행위는 본질적으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일정 수준의 결과 발생만으로 과실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고려된다.

분쟁 조정 절차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의료사고 발생 시 소송에 앞서 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기관이다. 당사자가 신청하면 의료 전문가의 감정을 거쳐 과실 여부와 손해 정도를 판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의를 권고한다.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자동으로 조정 절차가 개시되기도 한다.
다만 의료사고에서 가장 큰 쟁점은 ‘입증 책임’이다. 일반적으로 환자 측이 의료진의 과실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의료 기록과 전문 지식이 의료기관에 집중돼 있는 현실에서 환자가 이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일부 판례에서는 환자 측 입증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의 판단이 나오기도 했지만, 여전히 기본 원칙은 유지되고 있다.
또한 의료진의 과실은 ‘주의 의무 위반’ 여부로 판단된다. 이는 동일한 상황에서 통상의 의료인이 취했어야 할 수준의 진료를 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필요한 검사를 하지 않았거나, 명백한 이상 징후를 놓친 경우 등은 과실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당시 의료 수준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결과나 불가피한 합병증 등은 과실로 보기 어렵다.
최근에는 의료사고 피해 구제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분쟁 조정 절차 활성화, 감정의 객관성 확보, 환자 설명 의무 강화 등이 대표적인 방향으로 거론된다. 특히 설명 의무와 관련해서는 의료진이 치료 방법과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을 경우 별도의 책임이 인정되는 사례도 있다.
결국 한국에서 의료사고는 단순한 결과만으로 책임이 결정되기보다는, 당시 의료 환경과 판단 과정, 그리고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 법적 분쟁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