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故 이건희 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명언 9가지

2026-04-23 20:52

한 시대를 살다 간 기업인이 남긴 명언이 지금도 유효한 이유

오늘날의 삼성을 말할 때, 이건희 회장을 떼어놓고 말할 수는 없다. 한 사람이 한 기업의 역사가 됐고, 신화가 됐다. 대한민국에서 기업인 하면 반사적으로 이건희라는 이름이 떠오르는 건 그냥 생긴 일이 아니다. 1987년 12월 선친으로부터 삼성을 물려받을 당시 시가총액 1조원이던 삼성그룹은 2020년 10월 약 400조원으로 400배 가까이 불어났다. 매출액도 당시 9조9000억원에서 2018년 386조원으로 약 39배 뛰었다. 반도체라는 시대적 조건이 받쳐준 건 사실이지만, 그 조건을 먼저 읽고 올라탄 것은 이건희였다. 한때 외국에서 '코리아는 몰라도 삼성은 안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故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켐핀스키호텔에서 삼성 임원진들에게 '신경영' 구상을 밝히고 있다. / 뉴스1
故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켐핀스키호텔에서 삼성 임원진들에게 '신경영' 구상을 밝히고 있다. / 뉴스1

이건희 회장의 진가는 삼성의 역사를 써내려갔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금도, 앞으로도 써내려갈 수 있는 토대를 직접 깔았다는 데 있다. 미래를 볼 줄 알았고, 사람을 볼 줄 알았다. 오늘날 '위기의 승부사'이자 '불세출의 경영인'으로 기억되는 이유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인에게도 익숙한 브랜드 '삼성'의 신화를 쏘아 올리기까지, 경영진들에게 숙제처럼 내던졌던 말들은 경영인이 새겨야 할 마음가짐인 동시에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삶의 자세다.

'세상엔 거저 되는 것도 없고 억지로 되는 것도 없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실패 자체가 아니라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연구 개발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농부가 배고프다고 뿌릴 종자를 먹는 행위와 같다.' 어느 성현의 말 못지않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새겨야 할 금언이다.

이 회장의 철학이 담긴 어록을 추려봤다.

1.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변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정작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사람이다. 습관을 바꾸겠다고 말하면서 내일로 미루고, 관계를 바꾸겠다고 다짐하면서 어제와 똑같이 행동한다. 이 회장이 평생 강조한 말의 본질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진짜 달라지고 싶다면 껍데기가 아니라 뿌리부터 흔들어야 한다. 인생에서 변화란 각오가 절반이고, 실행이 나머지 절반이다.

2. "95%의 사람은 직접 보고 나서야 믿는다"

말만 앞서는 사람을 아무도 따르지 않는다. 부모가 책 읽으라고 말하면서 정작 TV만 보고, 일찍 자라고 하면서 자신은 새벽까지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다면 아이는 절대 듣지 않는다. 사람을 움직이는 건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바란다면, 먼저 자신이 그걸 살아내야 한다.

3. "바람이 강할수록 연은 더 높이 오른다"

순탄한 길만 걸어온 사람과 숱한 역경을 버텨낸 사람은 결국 다른 사람이 된다. 연이 높이 오르려면 맞바람이 있어야 하듯, 사람도 저항 없이는 단단해지지 않는다.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그 시간이 나중에 어디서 쓰일지 아직 모르는 것이다. 버티는 사람과 주저앉는 사람의 차이는 결국 여기서 갈린다.

4. "과거의 성공에 취하는 순간, 정상은 남의 것이 된다"

한때 잘나갔다는 사실은 지금을 보장하지 않는다. 학창 시절 우등생이었다는 것도, 젊을 때 승승장구했다는 것도 지금 이 순간엔 아무 쓸모가 없다. 세상은 멈추지 않고 바뀌는데 혼자 제자리에 서 있으면 결국 뒤처진다. 현상 유지는 성장이 아니라 퇴보의 다른 말이다. 잘 나갈 때일수록 더 냉정하게 지금을 봐야 한다.

1988년 7월 23일 정계최고 경영자 전지 세미나 연설 모습. / 뉴스1
1988년 7월 23일 정계최고 경영자 전지 세미나 연설 모습. / 뉴스1

5. "회장도 사원도 인권은 같다"

직함이 높다고 사람의 무게가 달라지지 않는다. 나이가 많다고, 돈이 많다고, 직급이 높다고 상대를 함부로 대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진짜 존중받는 사람은 자리로 군림하지 않는다. 지식과 태도, 그리고 상대를 대하는 방식이 그 사람의 됨됨이를 결정한다. 권위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쌓이는 것이다.

6. "강점에 집중하면 압도적 1위가 된다"

모든 걸 잘하려는 사람은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못 한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하는 것을 냉정하게 찾아내고 거기에 집중할 때 비로소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자리가 만들어진다. 약점을 메우는 데 쓰는 에너지보다 강점을 날카롭게 가는 데 쓰는 에너지가 인생에서 훨씬 크게 돌아온다.

7. "준비 부족, 안이한 생각, 경솔한 행동 이 셋이 실패를 만든다"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에 걸린다.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거나, 될 거라는 막연한 낙관으로 현실을 외면했거나, 너무 성급하게 밀어붙였거나.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려는 사람이라면 이 문장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경고가 된다. 시대가 바뀌어도 실패의 공식은 바뀌지 않는다.

8. "'메이드 인'의 시대는 끝났다, '메이드 바이'의 시대가 왔다"

어디서 만들었느냐보다 누가 만들었느냐가 중요한 시대다. 이건 제품 이야기만이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 어느 회사에 다니느냐보다 어떤 사람이냐가 결국 그 사람의 가치를 결정한다. 스펙보다 브랜드, 브랜드보다 본질이 앞서는 시대가 이미 와 있다.

9.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사람이 앞서간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는 사람과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까지 읽어내는 사람은 결국 다른 인생을 산다. 위기도 마찬가지다. 닥치고 나서야 보이는 사람과 오기 전에 먼저 읽어내는 사람의 차이는 단순한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평소에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얼마나 넓게 보려 했느냐의 차이다.

이건희 회장은 2020년 10월 25일 향년 78세로 타계했다. 하지만 생전에 남긴 말들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누군가의 메모장에서, SNS 피드 어딘가에서 계속 살아 돌아다닌다. 물론 이 회장의 이름을 달고 퍼지는 어록 가운데 일부는 출처가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누리꾼들은 "이건희 회장이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구구절절 맞는 말인 것 같아 배울 점은 배워야겠다"는 반응을 쏟아낸다. 진위 논란이 붙은 어록조차 끊임없이 공유되는 건 결국 그 말들이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故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0년 1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 2010에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뉴스1
故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0년 1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 2010에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뉴스1
home 김태성 기자 taesung1120@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