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가을이면 호흡기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도라지가 주목을 받는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도라지를 단순한 나물이 아니라 몸을 보하는 귀한 식재료로 여겨왔다. 하지만 특유의 아리고 쓴맛 때문에 손질을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다. 도라지의 쓴맛만 잘 잡아내면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맛있는 반찬이 되고, 환절기 건강을 지켜주는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 흙 묻은 도라지를 고르는 법부터 쓴맛을 없애는 비결까지 꼼꼼히 살피면 식탁의 수준이 달라진다.
기관지 지키는 도라지의 보물 같은 성분들
도라지가 몸에 좋다고 알려진 가장 큰 이유는 사포닌이라는 성분 덕분이다. 사포닌은 기관지의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하고 가래를 삭이는 데 도움을 준다.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목이 칼칼할 때 도라지를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껍질 부분에 영양소가 밀집해 있어 가급적 껍질을 잘 살려 먹는 것이 좋지만, 쓴맛이 너무 강하다면 적절히 벗겨내어 조리한다.
도라지는 섬유질이 풍부하고 칼슘과 철분도 많이 들어 있다. 몸 안의 열을 내려주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주어 감기 초기 증상을 잡는 데도 쓰인다. 면역력을 키우려는 노력이 중요한 요즘 같은 시기에 도라지는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식재료다. 폐와 호흡기를 맑게 해주는 성질이 있어 목을 많이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필수적인 음식으로 꼽힌다.
아린 맛 싹 빼주는 소금과 설탕의 조화
도라지를 조리하기 전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쓴맛을 제거하는 일이다. 우선 껍질을 벗긴 도라지를 먹기 좋은 크기로 찢거나 자른다. 그다음 넓은 그릇에 담고 굵은 소금을 넉넉히 뿌린다. 여기에 약간의 설탕을 함께 넣는 것이 비결이다. 소금은 도라지 속의 쓴 진액을 밖으로 뽑아내고, 설탕은 그 빈자리에 스며들어 맛을 한층 부드럽게 만든다.

소금과 설탕을 뿌린 도라지를 손으로 강하게 주물러야 한다. 이때 거품이 나오면서 도라지가 숨이 죽는 모습을 볼 수 있다. 5분에서 10분 정도 충분히 주무른 뒤 찬물에 여러 번 헹궈낸다. 그래도 쓴맛이 남아 있다면 설탕을 푼 물에 담가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약 20분 정도 설탕물에 담가두면 남은 아린 맛이 거의 사라진다. 너무 오래 담가두면 도라지 고유의 향까지 빠질 수 있으니 시간을 잘 지켜야 한다.
식초 한 방울이 만드는 아삭한 식감
쓴맛을 뺀 도라지를 더 아삭하게 즐기고 싶다면 식초를 활용해본다. 헹구는 마지막 단계에서 식초를 한두 방울 떨어뜨린 물에 잠시 담갔다 건지면 도라지의 조직이 단단해진다. 식초의 산성 성분은 도라지의 갈변을 막아주는 역할도 해서 요리를 다 했을 때 색감이 깨끗하게 유지된다.
볶음 요리를 할 때는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기가 남아 있으면 식감이 질척해지고 맛이 겉돌기 쉽다. 손으로 꽉 짜거나 마른 수건으로 닦아낸 뒤 기름에 볶아야 도라지 특유의 꼬들꼬들한 맛이 살아난다. 무침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양념이 잘 배어들게 하려면 도라지 표면의 물기를 최대한 없애야 한다.
새콤달콤한 도라지무침으로 입맛 돋우기
입맛이 없을 때 도라지무침은 훌륭한 해결사가 된다. 쓴맛을 제거한 도라지에 오이나 진미채를 곁들이면 맛과 식감이 더 풍성해진다.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다진 마늘, 식초, 매실청을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양념장은 미리 만들어 숙성시켜 두면 고춧가루가 불어 색이 더 고와지고 맛이 깊어진다.

양념장에 손질한 도라지를 넣고 가볍게 버무린다. 마지막에 참기름 한 방울과 통깨를 뿌리면 고소한 향이 진동한다. 도라지무침은 만든 즉시 먹어도 좋지만, 냉장고에서 한두 시간 숙성시키면 양념이 속까지 배어들어 맛이 더 좋아진다. 아삭하게 씹히는 도라지와 새콤한 양념의 조화는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만든다.
들기름에 볶아낸 고소한 도라지나물
제사상이나 비빔밥에 빠지지 않는 도라지나물은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쓴맛을 뺀 도라지를 팬에 올리고 들기름을 넉넉히 두른다. 들기름은 도라지의 성질과 잘 어울려 풍미를 극대화한다. 중간 불에서 은근하게 볶다가 다진 파와 마늘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이때 다시마 육수를 두세 숟가락 정도 넣고 뚜껑을 잠시 덮어두면 도라지가 부드럽게 익는다. 너무 오래 볶으면 흐물거릴 수 있으니 아삭함이 살짝 남아 있을 때 불을 끈다. 마지막에 들깨가루를 한 숟가락 듬뿍 넣으면 국물이 자작하면서도 고소함이 폭발하는 명품 나물이 완성된다. 자극적이지 않아 아이들이나 어르신들 식단에도 안성맞춤이다.

음식뿐만 아니라 차로 즐기는 도라지도 매력이 넘친다. 깨끗이 씻어 말린 도라지를 물에 넣고 달여 마시면 기관지 보호에 그만이다. 도라지만 넣으면 맛이 써서 먹기 힘들 수 있으니 배나 대추를 함께 넣는 것을 추천한다. 배의 달콤한 맛이 도라지의 쓴맛을 감싸주고 영양 궁합도 뛰어나다.
도라지를 얇게 썰어 설탕이나 꿀에 재워두면 도라지청이 된다. 1주일 정도 지나면 수분이 빠져나와 맑은 액체가 생기는데, 이를 뜨거운 물에 타 마시면 훌륭한 도라지차가 된다. 목이 붓거나 기침이 멈추지 않을 때 따뜻한 도라지차 한 잔은 약보다 나은 위로를 준다. 정과로 만들어 간식처럼 즐기는 것도 도라지를 꾸준히 섭취하는 지혜로운 방법이다.
좋은 도라지를 고르고 보관하는 법
맛있는 요리를 위해서는 원재료인 도라지를 잘 골라야 한다. 흙이 묻어 있는 채로 파는 도라지가 신선도가 높다. 껍질이 너무 두껍지 않고 잔뿌리가 많은 것이 영양가가 높다. 몸통은 단단하고 굵기가 일정한 것이 손질하기 편하다. 수입산보다 국산은 향이 훨씬 진하고 씹을수록 단맛이 우러나는 특징이 있다.
손질한 도라지가 남았다면 물기를 제거하고 비닐 팩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하지만 3일 이내에 먹는 것이 가장 좋고, 더 오래 보관해야 한다면 살짝 데쳐서 냉동실에 넣는다. 말린 도라지는 통풍이 잘되는 서늘한 곳에 두면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 있다. 흙 묻은 도라지는 신문지에 싸서 서늘한 그늘에 보관하면 일주일 정도는 싱싱함이 유지된다.
사계절 내내 사랑받는 도라지
도라지는 계절과 상관없이 우리 곁에 있지만, 특히 환절기에 그 진가를 발휘한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잦은 봄철에는 기관지를 씻어주는 청소부 역할을 하고, 추위가 시작되는 겨울에는 몸의 온도를 지키는 방패가 된다. 정성이 들어간 손질 단계를 거쳐야 제맛을 보여주는 도라지는 느림의 미학을 담은 식재료이기도 하다.
오늘 저녁 식탁에 바삭한 도라지 튀김이나 향긋한 무침 한 접시를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