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초와 방향제처럼 향을 내는 제품이 실내 공기를 오히려 악화시키고 호흡기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전문가 경고가 나오면서, 일상 속 ‘향기 소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은은한 향으로 공간을 쾌적하게 만든다는 인식과 달리, 일부 제품은 사용 방식에 따라 유해 물질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공개된 유튜브 '지식한상' 영상에선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가 “집 안에 향이 나는 제품을 두지 않는다”고 밝히며 관련 위험성을 설명했다. 그는 방향제, 향초, 인센스 등 향을 퍼뜨리거나 연소 과정이 동반되는 제품을 대표적인 주의 대상로 꼽았다.

권 교수는 특히 ‘태우는 방식’의 제품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향초나 인센스처럼 불을 이용해 향을 내는 제품은 유기물을 태우는 과정에서 다양한 화학물질이 발생한다”며 “이는 담배 연기와 유사하게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밀폐된 공간에서 이런 제품을 사용할 경우 미세먼지 농도가 외부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단순한 냄새가 아니라, 향을 구성하는 화학 성분이다. 방향제나 디퓨저에서 흔히 사용되는 향료는 대부분 휘발성유기화합물(VOC)로, 공기 중에 쉽게 퍼지는 특성을 갖는다. 이들 물질 중 일부는 코와 기관지를 자극해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으며, 민감한 사람에게는 두통이나 눈 따가움 같은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일부 제품에 포함되는 프탈레이트 계열 물질은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되며, 장기간 노출 시 호흡기 질환과의 연관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연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천식, 기관지염 같은 질환 악화와 관련이 있다는 보고도 존재한다. 아직 모든 인과관계가 명확히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반복 노출 시 위험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상큼한 향을 내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리모넨 역시 안심할 수만은 없는 성분으로 꼽힌다. 이 물질 자체는 감귤류 껍질에서 추출되는 자연 유래 성분이지만, 실내 공기 중에서 다른 화학물질이나 오존과 반응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포름알데하이드와 같은 자극성 물질이 생성될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포름알데하이드는 국제적으로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실내 공기 오염원 중 하나다.
이처럼 향 제품은 단기적인 자극뿐 아니라 장기 노출에 따른 누적 영향도 우려된다. 권 교수는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면역 체계나 신경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어린이, 노약자, 알레르기 질환을 가진 사람일수록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자동차 실내 역시 예외는 아니다. 밀폐된 공간 특성상 방향제 사용 시 화학물질 농도가 빠르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차 안에서도 방향제를 두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냄새를 제거하려면 환기와 청소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대안으로는 ‘향을 덮는 방식’이 아니라 ‘원인을 제거하는 방식’이 권장된다. 음식물 쓰레기, 곰팡이, 습기 등 냄새의 근본 원인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숯이나 제올라이트 같은 흡착제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냄새를 머금고 다시 방출할 수 있어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실내 공기 관리의 핵심은 환기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도 환기를 완전히 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권 교수는 “하루 3~4회 정도, 짧은 시간이라도 창문을 열어 공기를 순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5분 내외의 짧은 환기만으로도 실내에 축적된 오염 물질 농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들도 실내 공기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에어컨 내부의 곰팡이, 욕실의 습기, 가구 마감재나 페인트에서 나오는 화학물질, 각종 소독제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가스레인지 사용 시 발생하는 연소 부산물까지 더해지면 실내 공기 오염은 생각보다 복합적인 양상을 띤다. 이 때문에 요리 후 환기 역시 필수적인 습관으로 꼽힌다.
결국 향초나 방향제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제품’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사용 환경과 방식에 따라 건강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요소를 함께 지니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 질은 체감하기 어렵지만, 일상적인 선택이 장기적인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