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간판타자가 드디어 돌아온다.

노시환은 23일 LG 트윈스와의 잠실 원정 경기에 1군 엔트리로 복귀한다. 지난 13일 1군 말소 이후 열흘 만의 귀환이다. 노시환은 이미 지난 21일부터 잠실구장 원정에 합류해 팀 훈련에 참여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는 21일과 22일 LG와의 연전에서 이틀 연속 패배를 당했다. 특히 22일 경기는 LG 선발 웰스에게 8회까지 단 1안타에 묶이는 충격적인 무기력함을 드러냈다. 결국 1안타 1볼넷으로 0-3 완봉패를 허용했다. 4회를 제외한 8번의 공격에서 1루 출루조차 하지 못했다. 팬들 사이에서 노시환의 복귀를 기다리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KBO 역대 최장·최고액 비FA 계약…307억의 무게
노시환은 올 시즌 KBO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오프 시즌, 한화 구단은 노시환과의 다년 계약 협상을 추진했고, 지난 2월 22일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합숙 훈련 중이던 노시환과 공식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조건은 2027시즌부터 2037시즌까지 11년, 옵션 포함 총액 307억 원이다. FA 계약과 비FA 다년 계약을 통틀어 KBO리그 역대 최장 기간이자 최대 규모 계약으로 기록됐다.

당시 손혁 한화 단장은 "노시환은 144경기 출장을 목표로 하는 모범적인 선수로, 팀은 물론 리그를 대표하는 우타 거포로 성장했다"며 "장종훈·김태균의 뒤를 이어 한화이글스를 상징하는 타자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6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취득할 예정이었던 노시환을 시장에 나오기 전에 선점한 결정이었다.
이 계약을 두고 팬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11년이라는 기간은 선수 생애 전체를 묶는 수준이고, 307억이라는 금액은 FA 시장에서도 최상위 규모다. 하지만 노시환이 그동안 보여준 성적은 그 기대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했다.
2023·2024 두 시즌 연속 30홈런-100타점…가을야구도 존재감
노시환은 2000년생으로, 부산수영초-경남중-경남고를 거쳐 2019년 2차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다. 프로 2년 차인 2020년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빠르게 주목받았다.
2023년은 커리어하이였다. 131경기 514타수 153안타, 타율 0.298, 31홈런, 101타점, 출루율 0.388, 장타율 0.541을 기록하며 홈런왕과 타점왕을 동시에 차지했다. 2024년에도 기세는 이어졌다. 정규시즌 전 경기인 144경기에 출전해 539타수 140안타, 타율 0.260, 32홈런, 101타점, 출루율 0.354, 장타율 0.497을 올렸다. 2년 연속 30홈런-100타점 클럽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가을야구에서도 노시환은 팀 핵심이었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 22타수 9안타, 타율 0.429, 2홈런, 5타점을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통과를 이끌었다. LG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21타수 7안타, 타율 0.333, 1홈런, 2타점으로 제 몫을 했다. 한화를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올려놓은 한 축이 바로 노시환이었다.
WBC 부진에서 시작된 슬럼프, 개막 후 홈런 '0'
문제는 올 시즌이다. 노시환은 WBC에서 부진했고, 소속팀 복귀 후 시범경기에서는 6경기 18타수 5안타, 타율 0.278, 출루율 0.350로 그럭저럭 실전 감각을 다진 듯 보였다. 하지만 정규시즌 개막 후 상황이 달라졌다.
개막 후 13경기에 출장해 타율 0.145(55타수 8안타), 출루율 0.230, 장타율 0.164에 그쳤다. 홈런은 단 하나도 없었고, 장타라고 부를 수 있는 건 2루타 1개뿐이었다. 타점은 3개, 득점은 6개였다. 지난해 32홈런을 친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극도로 침체된 흐름이었다.

결국 팀 내 4번 타순에서 6번 타순으로 밀려났고, 지난 13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2군 강등 이후 퓨처스리그 3경기에 출장해 13타수 3안타, 타율 0.231을 기록했고, 이후 추가 2군 경기 없이 빠르게 1군 복귀를 준비했다.
"잠도 못 잘 정도"…김경문 감독이 2군에 보낸 이유
김경문 감독은 노시환의 2군행 이유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2군을 보낸 것은 잘하라고 보낸 게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 때문이다. 야구가 안 될 때는 잠도 못 잘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더 믿음을 보내야 한다"고 했다. 성적 문제가 아닌 정신적 재충전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대형 계약 이후 극도의 부진을 겪는 선수들에게 심리적 압박이 신체 능력만큼이나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는 건 야구계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타격 슬럼프의 경우 기술적 결함보다 자신감 저하와 과도한 의식이 더 큰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307억이라는 계약금이 오히려 노시환의 어깨를 짓눌렀을 가능성이 있다.
22일 잠실구장에서 김 감독은 "시환이가 내일 들어온다"고 직접 확인했다. 연패 탈출을 위한 카드로 노시환을 다시 꺼내 든 셈이다.
선발 매치업…황준서 vs 불펜데이 LG
이날 경기에서 한화는 좌완 황준서를 선발로 내세운다. LG는 외국인 투수 치리노스가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불펜 이정용을 선발로 올리고 불펜데이로 운영할 계획이다. 치리노스의 이탈은 LG 입장에서도 적지 않은 손실이고, 이는 한화 타선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준다.
노시환이 1군에 복귀한다고 해서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리그를 대표하는 우타 거포의 존재 자체가 상대 배터리에 주는 압박은 분명히 다르다. 한화 타선의 구성 자체가 노시환의 유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노시환의 복귀 소식에 팬들 반응은 이미 뜨겁다. 3연패 위기에 처한 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한화는 23일 잠실에서 연패 탈출을 시도한다.
KBO 타격 주요 부문 선두, 살펴보니
23일 경기 전 기준 KBO 타격 주요 부문 선두는 다음과 같다. 타율 부문에서는 박성한(SSG 랜더스)이 0.486으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뒤를 이어 류지력(삼성) 0.417, 박준수(두산) 0.392, 문성주(LG) 0.371, 페라자(한화) 0.367 순이다.
홈런 부문은 장성우(kt wiz)와 김도영(KIA)이 각 6개로 공동 1위다. 오스틴(LG), 에레디아(SSG), 레이예스(롯데)가 5개로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타점 부문에서는 강백호(한화 이글스)가 23타점으로 선두를 지키고 있다. 문현빈(한화)이 21타점으로 2위, 박성한(SSG)·김현수(KT)·장성우(KT)가 19타점으로 공동 3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