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4개월 된 아들을 잔혹하게 학대해 숨지게 한 친모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 1부(김용규 부장판사)는 23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30대 친모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남편 B씨에게는 징역 4년 6개월이 선고됐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무기징역, B씨에게 징역 10년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욕조에 빠졌다"며 신고…병원 도착 당시 거의 사망 직전 상태
지난해 10월 22일 낮 12시 30분쯤, 친모 A씨는 "아이가 욕조에 빠져 숨을 쉬지 않는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병원으로 이송된 해든이의 상태는 참혹했다. 개복 수술 과정에서 약 500cc의 출혈이 확인됐고, 신체 곳곳에서 색이 다른 멍과 뇌출혈, 20여 곳이 넘는 골절이 발견됐다. 이후 확인된 골절은 총 23곳에 달했다. 아이는 두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입원 나흘 만에 숨졌다. 부검 결과 사인은 다발성 외상에 따른 출혈성 쇼크 및 장기부전이었으며, 해든이는 출생 133일 만에 짧은 삶을 마치고 세상을 떠났다.
A씨는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발생한 익수 사고라며 학대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이 확보한 영상과 음성에는 학대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녹음 파일에는 둔탁한 타격음과 아이의 울음소리가 반복적으로 기록됐으며, A씨가 "죽어, 제발 좀 죽어, 죽여버릴 거야"라고 외치는 음성도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A씨는 낮 12시 3분 아이의 상태 이상을 인지하고도 27분이 지난 뒤에야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서는 맥주캔이 발견됐고, 당시 음주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홈캠 영상 4,800개에 담긴 충격적인 학대 장면들
수사기관이 추가로 확보한 약 4,800개 분량의 홈캠 영상에서는 아이를 거꾸로 들거나 얼굴을 발로 밟는 장면, 베개로 얼굴을 덮는 모습 등 지속적인 학대 정황이 확인됐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8월 24일부터 아이가 숨질 때까지 총 19차례에 걸쳐 학대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남편 B씨는 아내의 학대를 알면서도 방치하고, 사건 참고인에게 고소하겠다고 협박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등)로 구속기소됐다. 친부 B씨는 아들이 사망한 당일 성매매 업소를 방문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재판에서 "기억 안 난다" "모르겠다"…탄식 쏟아진 법정
공판 과정에서 검찰은 A씨를 상대로 홈캠 영상 속 폭행 장면과 욕조 방치 경위, 신고 지연 이유 등을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A씨는 살해 고의성을 부인하며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 "모르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아이를 강하게 때리면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이나 위급성을 인식했는지 묻는 질문에도 "그렇게 심각한지 몰랐다",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혐의를 사실상 부인하는 답변이 이어질 때마다 법정 안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A씨의 변호인은 "두 아이를 돌보는 과정에서 극심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고 순간적인 감정 폭발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살해의 고의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아동학대살해가 아닌 아동학대치사 범위에서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A씨는 최후진술에서 "부모로서 제가 저지른 잘못을 책임지고 무거운 형벌이 내려져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아이를 아프게 해서, 죽음에 이르게 해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아이에게 평생 사죄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방영 후 전국민 공분…탄원 8만 건
이 사건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홈캠 영상이 공개되면서 '해든이 사건'으로 알려졌고, 전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은 8만 건에 달했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36명도 최고형 선고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선고가 열린 이날 순천지원 앞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부모들이 해든이를 애도하고 아동학대 근절·법 개정을 촉구하는 추모집회를 열었다. 친모가 탄 호송차를 참가자들이 가로막는 장면도 포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