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시작부터 막는다…2009년생부터 평생 담배 못 사는 ‘이 나라’

2026-04-24 03:17

2009년생부터 담배 구매 영구 금지
연령 매년 높이는 방식 도입

영국이 2009년생부터 평생 담배를 살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흡연구역에서 시민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흡연구역에서 시민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21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영국 의회는 ‘비흡연 세대’를 만들기 위한 담배·전자담배 법안을 통과시켰다.

매체에 따르면 이 법안은 담배 구매 가능 연령을 해마다 한 살씩 높이는 방식으로 지금은 18세부터 담배를 살 수 있지만 내년에는 19세, 그다음 해에는 20세부터만 구매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2009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는 앞으로 평생 합법적으로 담배를 살 수 없게 된다. 대상에는 일반 담배뿐 아니라 시가와 다른 담배 제품도 포함된다.

영국이 이처럼 세대 단위로 담배 구매를 끊어내는 강한 규제에 나선 배경에는, 흡연이 여전히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라는 현실이 깔려 있다. 영국 정부는 담배를 예방 가능한 사망과 질병의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데, 영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해마다 약 6만4000명이 흡연으로 목숨을 잃고 흡연 관련 질환으로 인한 입원도 연간 40만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정부가 이번 법안을 단순한 생활 규제가 아니라 보건정책의 핵심 과제로 내세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영국 정부가 거듭 강조하는 지점은 흡연 문제가 개인 건강에 그치지 않고 NHS(영국 국민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부담으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흡연 관련 암과 심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만 NHS가 해마다 약 30억파운드를 쓰는 것으로 추산된다. 생산성 저하와 복지 비용까지 합치면 사회적 부담은 더 커진다. 영국 정부와 현지 언론이 이번 법안을 두고 “미래 세대의 흡연 시작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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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에는 담배 판매 연령 제한 강화 외에 금연 구역을 넓히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학교와 병원 주변, 놀이터 등 어린이 생활권을 중심으로 야외 금연 구역이 확대되고, 기존 실내 금연 공간에서는 전자담배 사용 규제도 강화된다. 다만 전자담배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아니며, 청소년 접근을 제한하고 공공장소에서의 사용을 줄이는 방향에 무게가 실렸다. 영국 정부는 이번 조치를 장기적으로 담배 판매 자체를 줄여나가기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으며, 보건 당국도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다만 논란도 적지 않다. 성인이 된 뒤에도 특정 상품을 평생 살 수 없게 하는 방식이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흡연의 원인이 되는 사회적·심리적 문제를 풀지 못한 채 접근만 막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전자담배 업계에서는 규제가 강해질수록 비공식 시장이 커지거나 일부 흡연자가 다시 일반 담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해외도 움직였다…뉴질랜드·몰디브·유럽의 금연 규제 흐름

영국이 ‘비흡연 세대’를 만들겠다며 초강도 규제에 나서자, 비슷한 시도를 했거나 다른 방식으로 금연 정책을 강화해온 나라들 사례도 다시 함께 언급되고 있다. 단순히 흡연율을 낮추는 수준을 넘어, 애초에 담배를 접할 기회를 줄이려는 흐름이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가장 자주 비교되는 국가는 뉴질랜드다. 뉴질랜드는 2022년, 특정 연도 이후 출생자는 평생 담배를 구매할 수 없도록 하는 ‘세대별 금연 정책’을 도입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영국이 이번에 채택한 방식과 구조가 거의 같은 사례다. 다만 이 정책은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정권 교체 이후 1년 만에 폐기되면서, 강력한 금연 정책이 실제로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을 남겼다. 영국 법안을 두고도 비슷한 의문이 따라붙는 이유다.

전자담배 매장에 전시된 다양한 종류의 액상을 담은 전자담배 모습.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전자담배 매장에 전시된 다양한 종류의 액상을 담은 전자담배 모습.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몰디브는 한발 더 나아간 사례로 꼽힌다. 2007년 이후 출생자에게 담배를 판매할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해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담배 없는 세대’를 제도적으로 고정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현지에서는 불법 유통 증가나 세수 감소 같은 부작용 가능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규제 강도가 높을수록 예상치 못한 비용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읽힌다.

유럽 주요국은 특정 세대를 겨냥해 판매를 금지하기보다는, 흡연이 가능한 공간과 제품 자체를 점점 좁혀가는 방식이다. 프랑스는 해변과 공원, 학교 주변, 버스 정류장 등 야외 공간까지 금연 구역을 확대했고, 벨기에는 일회용 전자담배 판매를 전면 금지하며 청소년 접근 차단에 나섰다. 담배뿐 아니라 전자담배까지 ‘입문 경로’ 자체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한국도 예외 아니다…청소년 흡연, 고교 진학 시점이 분기점

한국도 청소년 흡연 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질병관리청이 2026년 4월 공개한 청소년건강패널조사 분석 결과를 보면, 전체 담배 제품의 연차별 신규 사용률은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으로 올라가는 시기에 3.29%로 가장 높았다. 중학교 2학년 1.34%, 중학교 3학년 2.38% 등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증가하다가 고등학교 진학 시점에 정점을 찍는 흐름이다.

질병관리청은 2019년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학생 5051명을 2024년까지 추적한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중학교 후반에서 고등학교 초반이 흡연 예방을 위한 핵심 개입 시기라고 강조했다.

현재 흡연율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난다. 질병관리청과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담배제품 현재사용률은 남학생 5.4%, 여학생 2.8%였고, 특히 남학생 고등학생은 8.3%로 중학생 2.7%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여기에 전자담배 확산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일반 담배 흡연율은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전자담배 사용률은 같은 기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흡연 형태만 바뀌었을 뿐, 청소년이 니코틴에 노출되는 경로는 오히려 다양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액상형·가열형 전자담배는 접근성이 높고 상대적으로 덜 해롭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내에서도 청소년 흡연 문제는 단순한 현재 흡연율보다 담배를 처음 접하는 시점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급 전환 시기에 흡연 경험이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중학교 후반에서 고등학교 초반을 대상으로 한 예방 교육과 규제 강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영국처럼 세대별 구매 금지 수준의 강한 규제가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청소년의 흡연 시작 자체를 늦추거나 차단해야 한다는 정책적 요구는 점점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유튜브, 연합뉴스TV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