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 출신의 우완 정통파 투수 최현일(25)이 한국 프로야구(KBO) 입성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LA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올해의 투수상'을 수상하고, 룰5 드래프트를 통해 워싱턴 내셔널스 조직으로 이적하는 등 굴곡진 미국 생활을 마무리한 그는 현재 대한민국 육군에서 복무 중이다. 2027년 4월 전역 후 2028 KBO 신인 드래프트 참가를 목표로 삼은 최현일의 커리어 여정을 짚어본다.

서울고에서 미국으로, 다저스 유망주 탄생
최현일은 서울고 재학 시절부터 LG 트윈스의 1차 지명 후보로 거론될 만큼 국내 유망주 랭킹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그는 국내 드래프트 대신 미국 직행을 택했고, 2019년 LA 다저스와 계약하며 마이너리그에 첫발을 내디뎠다.
진짜 존재감을 드러낸 건 2021년이었다. 싱글A에서 24경기에 등판해 8승 6패,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했고, 다저스 구단으로부터 '마이너리그 올해의 투수상'을 받았다. 그 결과 2022년 MLB 파이프라인이 선정한 다저스 유망주 전체 순위에서 12위에 오르며 미국 야구계의 시선을 끌었다.
다저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층을 보유한 구단이다. 워낙 뛰어난 투수 자원이 많다 보니 마이너리그에서 성적을 내도 1군 콜업 기회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최현일도 그 벽을 넘지 못하는 사이 부상까지 맞닥뜨렸다. 커리어 전반의 가장 큰 시험대였다.
룰5 드래프트란 무엇인가
이 시점에서 최현일의 커리어에 중요한 분기점이 됐던 룰5 드래프트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생소한 용어지만 구조 자체는 단순하다.
MLB 각 구단은 유망주를 보유할 수 있는 로스터 규모에 제한이 있다. 일정 기간이 지나도 1군 40인 로스터에 등록하지 않은 선수는 다른 팀이 정해진 금액을 지불하고 데려갈 수 있다. 이것이 룰5 드래프트다. 실력 있는 선수가 특정 구단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마이너리그에 묻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2024년 12월 워싱턴 내셔널스가 룰5 드래프트를 통해 최현일을 지명했다. 다저스가 그를 1군 로스터에 올리지 않은 사이, 내셔널스가 그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 데려간 것이다. 사실상 "당신네 팀에서 못 쓰는 선수를 우리가 쓰겠다"는 선언이었다.
워싱턴에서 증명한 내구성, 트리플A까지 오른 실력
워싱턴 내셔널스 산하에서 최현일은 트리플A와 더블A를 오가며 한 시즌 30경기, 10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수치 자체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부상 이력이 있는 투수가 3년 연속으로 100이닝 이상을 던졌다는 것은 팔 건강과 내구성을 입증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트리플A는 메이저리그 바로 아래 단계다. 언제든 1군으로 콜업될 준비가 된 선수들이 경쟁하는 곳이며, 전 세계 야구 선수 중 극소수만이 도달하는 레벨이다. 최현일은 루키 리그에서 시작해 싱글A, 더블A를 거쳐 트리플A까지 밟았다. KBO 드래프트에 나올 경우 이 경력 자체가 희귀한 무기가 된다.
그러나 트리플A까지 올라서도 메이저리그 문이 쉽게 열리지 않는 게 현실이다. 불투명한 콜업을 기다리며 20대 중반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내는 것보다 확실한 커리어를 설계할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SPOTV 뉴스 보도 등에 따르면 마이너리그 FA 자격을 앞두고 그가 내린 결정은 '한국 복귀'였다.
KBO 복귀를 막는 벽, 2년 유예 규정
국내로 돌아오려는 최현일 앞에는 KBO 규정이라는 제도적 장벽이 놓여 있었다. KBO는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해외 리그에 진출한 선수가 현지 계약을 종료한 후 2년간 KBO 리그에 입단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국내 유망주가 드래프트를 거치지 않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이 규정에 따르면 최현일은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계약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2년이 지나야 KBO 구단과 계약할 수 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자칫 공백기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군 복무를 '전략적 시간'으로 바꾼 결단
최현일은 이 2년을 그냥 흘려보내는 대신 군 복무와 맞물리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지난해 가을 육군에 입대해 현재 복무 중이며, 전역 예정일은 2027년 4월이다.
유예 기간과 군 복무 기간이 겹치도록 시점을 조율한 것이다. 전역 시점이 되면 2년 유예 기간도 사실상 거의 채워진다. 즉, 군대를 다녀오면서 동시에 KBO 입단 자격도 갖추는 구조다.
목표는 2027년 가을에 열리는 2028 KBO 신인 드래프트 참가다. SPOTV 뉴스에 따르면 최현일의 아버지인 최승표 코치라운드 대표는 "내년 4월 전역 후 드래프트를 차근차근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8년 드래프트, 구단들이 군침 삼킬 이유
KBO 구단 입장에서 최현일 같은 자원은 매우 드물다. 국내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부분의 지명 대상은 대학 졸업 후 군 복무를 마치지 않은 선수들이거나, 고졸 선수들로 구성된다. 트리플A 경험을 갖춘 군필 투수가 신인 드래프트에 나오는 경우는 사실상 전례를 찾기 힘들다.
드래프트에 나올 경우 최현일이 '즉시 전력감 1순위'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야구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그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마이너리그 최상위 레벨인 트리플A까지 실전 경험을 쌓은 우완 정통파 투수라는 점이다. 해외파 선수들이 KBO에서 곧바로 활약하는 사례는 이미 여럿 있었고, 최현일 역시 그 흐름에 올라탈 조건을 갖췄다.
둘째, 3년 연속 100이닝 이상 소화한 내구성이다. KBO 구단들이 투수를 뽑을 때 가장 경계하는 요소 중 하나가 부상 리스크다. 최현일은 마이너리그에서 팔이 버텨준다는 것을 숫자로 보여줬다.
셋째, 군 복무를 마친 상태로 드래프트에 나온다는 점이다. 군필 여부는 KBO 구단이 선수 지명 우선순위를 정할 때 중요하게 따지는 요인이다. 입단 직후 군 문제로 공백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구단 입장에서 장기 계획을 세우기 훨씬 수월하다.

마이너리그 시스템, 최현일이 밟아온 계단
최현일 경력을 이해하려면 우선 미국 마이너리그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MLB는 하나의 1군 팀 아래에 여러 단계의 산하 팀을 두는 구조다. 루키 리그에서 시작해 싱글A, 더블A, 트리플A를 거쳐야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다.
루키 리그는 입단 직후 신인들이 모이는 곳이다. 싱글A는 본격적인 프로 적응 단계, 더블A는 검증된 유망주들이 경쟁하는 구간이다. 트리플A는 메이저리거 직전 단계로, 부상 선수의 재활이나 1군 대기 선수들이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최현일은 이 계단을 루키 리그부터 하나씩 올라가 트리플A까지 닿았다.
전 세계에서 야구를 직업으로 삼는 선수가 수만 명이라면, 트리플A까지 오르는 선수는 극히 일부다. 그 사실만으로도 최현일 커리어가 갖는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