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기구에 점자 안내를 직접 부착한 한 트레이너의 사연이 전해지며, 일상 속 ‘작은 접근성 개선’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단순한 친절을 넘어 장애인의 안전과 자율성을 고려한 실질적인 행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20일 SNS에는 자신을 헬스트레이너라고 밝힌 작성자가 영상을 올리며 관련 사연을 공개했다. 그는 “최근 헬스장에 시각장애 회원이 등록했는데, 기구에 아무런 안내가 없어 이용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다”며 점자 안내 제작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기존 헬스장 기구들은 대부분 시각 정보에 의존해 사용 방법이 안내되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의 경우 타인의 도움 없이 이용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작성자는 문제를 인식한 뒤 직접 해결 방법을 찾았다. 그는 휴대용 점자 인쇄기를 구매해 기구마다 이름과 사용법을 점자로 표시하기 시작했다. 다만 처음 시도하는 작업이었던 만큼 제작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는 “설명서를 보면서 만들었지만 익숙하지 않아 ‘숄더프레스’ 하나 제작하는 데도 5~10분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며 점자 안내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 같은 시도는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안전 문제와도 직결된다. 헬스장에 비치된 기구는 대부분 금속 재질로 크고 무거운 경우가 많아, 위치나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부딪히거나 다칠 위험이 있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경우 이러한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 작성자는 “기구를 잘못 건드리면 멍이 들거나 통증이 생길 수 있다”며 “누구나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현재 점자 안내는 일부 기구에만 적용된 상태지만, 그는 향후 모든 기구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특히 해당 시각장애 회원이 다시 방문했을 때 직접 확인을 받고, 불편한 점을 보완해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단순히 ‘해줬다’는 수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이용자의 경험을 반영해 개선해 나가겠다는 접근이다.

이 사연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영상은 하루 만에 수만 건의 ‘좋아요’를 기록했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챙긴 진짜 배려다”, “작은 행동이지만 사회를 바꾸는 시작 같다”는 댓글이 잇따랐다. 일부 이용자들은 “헬스장뿐 아니라 다양한 공공시설에도 이런 점자 안내가 확대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작성자의 이러한 행동은 개인적인 경험에서도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재 경기도의 한 농아노인복지센터에서 체육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장애 유형을 가진 사람들을 접하며 ‘접근성’에 대한 인식을 키우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처음 방문했을 때 수어를 사용하는 체육 강사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어도, 점자도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선의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태도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 역시 이러한 사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장애인 접근성은 거창한 정책이나 대규모 예산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 작은 변화들이 축적되며 개선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민간 영역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시도는 제도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피트니스 센터나 공공 체육시설에 점자 안내나 음성 안내 시스템을 도입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장애인 체육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여전히 시설 접근성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사례는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현실적인 개선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누군가를 위한 배려’가 결국 모두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든다는 사실이다. 점자 안내는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기구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 이용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즉, 특정 집단을 위한 변화가 전체 이용자의 편의로 확장되는 구조다.
이번 사례는 거창한 제도나 정책이 아니더라도 개인의 문제의식과 실천이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은 불편을 지나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긴 한 트레이너의 선택이,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