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앉아서 10개월 만에 1억 2000만원 벌었습니다”

2026-04-22 18:51

한 네티즌이 직접 계좌 인증 사진 공개해 눈길

지난해 6월 삼성SDI 직원 한 명이 회사 유상증자에 참여해 우리사주를 매입했다. 주당 14만 원, 237주. 총 3318만 원어치였다. 회사는 대출을 전액 지원했고 1년간 이자도 없었다. 그리고 약 10개월 후, 그의 우리사주 계좌에는 놀라운 숫자가 찍혔다. 평가금액 1억 5286만 5000원. 수익률 360.7%.

화제를 모은 계좌 인증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와이고수
화제를 모은 계좌 인증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와이고수

한 삼성SDI 직원이 21일 오후 주식 커뮤니티 와이고수에서 우리사주 계좌 화면을 공개했다. 삼성SDI 237주, 평가금액 1억 5286만 5000원, 수익 1억 1968만 5000원(360.7%). 그는 "독일 벤츠, 아우디, BMW 등에 업고 훨훨 날아보자"라는 말과 함께 계좌 화면을 올렸다.

작성자는 댓글을 통해 매입 경위를 상세히 밝혔다. 지난해 6월 유상증자 당시 우리사주 조합원 자격으로 주당 14만 원에 매입했으며, 회사가 전액 대출을 지원하고 1년간 이자도 받지 않는 조건이었다고 했다. "매력적인 조건이라서 바로 샀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연차에 따라 기본배정 수량과 추가배정 수량이 나뉘며, 237주는 그에게 배정된 물량이었다.

그는 "이젠 나도 무섭다. 내리고 싶어도 6월까지 못 판다"고 했다. 우리사주는 의무보유 기간이 있어 일정 기간 매도가 제한된다. 그는 의무보유 기간이 풀리는 6월에 즉시 매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금 이대로라면 6월에 바로 익절할 것 같다. 줄 때 먹어야지"라고 했다.

한 삼성SDI 직원이 21일 오후 주식 커뮤니티 와이고수에서 우리사주 계좌 화면을 공개했다.  / 온라인 커뮤니티 와이고수
한 삼성SDI 직원이 21일 오후 주식 커뮤니티 와이고수에서 우리사주 계좌 화면을 공개했다. / 온라인 커뮤니티 와이고수

삼성SDI 주가는 최근 극적으로 올랐다. 삼성SDI는 1970년 삼성전자공업이 일본전기와 합작해 설립한 삼성-NEC에서 출발했다. 초기엔 흑백TV 브라운관을 생산했고 이후 컬러 브라운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1999년 현재의 사명으로 바꾼 뒤 2차전지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오늘날 배터리 전문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본사는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있다. 천안·울산·화성 등 국내 주요 사업장과 독일·헝가리·미국 등 해외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까지 삼성SDI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2024년 12월 영업이익이 -2815억 원을 기록하는 등 적자가 이어졌고,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의 매도가 겹치면서 주가는 1년 전 48만 원에서 절반 수준인 22만 원대까지 추락했다. 지난해 3월엔 주주배정 유상증자 발표로 장중 20만 원선마저 붕괴되며 5년 전 주가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그 유상증자가 바로 이 직원이 주당 14만 원에 우리사주를 살 수 있었던 계기였다. 당시 암울했던 분위기 속에서 회사 대출에 이자 면제 조건까지 붙었음에도 선뜻 손을 든 직원이 얼마나 됐을지는 알 수 없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10개월 만에 원금의 3배 이상을 돌려줬다.

반전은 올해 들어 시작됐다. 삼성SDI 주가는 최근 3개월 동안 7% 넘게 급등했다. 22일에는 개장 전 넥스트레이드에서 일시적으로 82만 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22일 종가는 전일 대비 1만 4000원(2.17%) 오른 65만 9000원이다.

삼성SDI 자료사진. / 뉴스1
삼성SDI 자료사진. / 뉴스1

반등의 핵심에는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분위기 변화가 있다. 삼성SDI는 지난 20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차세대 전기차용 고성능 각형 배터리 공급을 위한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최소 수조 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이로써 삼성SDI는 독일 3대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를 모두 고객사로 확보하게 됐다. 지난해 기준 BMW, 폭스바겐그룹, 스텔란티스, KG모빌리티 등이 이미 주요 납품처였는데 벤츠까지 더해지면서 유럽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입지가 한층 두터워진 셈이다.

증권가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유럽의회의 산업가속화법(IAA) 발의와 경쟁사 생산 차질이 맞물리면서 삼성SDI를 비롯한 국내 배터리 업체의 신규 수주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은 삼성SDI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79% 올린 88만 원으로 상향하며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커뮤니티 댓글란에는 부러움과 응원이 이어졌다. 역시 삼성SDI 직원으로 보이는 네티즌은 "나도 8월부터 팔 수 있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우리사주 제도는 임직원이 자사 주식을 시장가보다 유리한 조건에 매입할 수 있도록 설계된 복리후생 제도다. 회사가 대출을 지원하고 이자까지 면제해주는 경우도 있어 주가 상승기에는 일반 투자자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 반면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도 고스란히 직원 몫이 된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