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익히지 않고 먹는 식습관이 건강에 예상보다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특히 일부 식재료는 위생 상태와 관계없이 기생충이나 독성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유튜브 채널 ‘지식한상’에는 ‘반신마비, 실명, 쇼크까지 옵니다. 의사들은 절대 먹지 않는 생선회’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 출연한 알레르기내과 전문의 권혁수 교수는 “일부 음식은 절대 생으로 먹지 않는다”며 기생충 감염과 독성 위험성을 강조했다.
권 교수는 대표적으로 소의 생간과 천엽 같은 동물 내장을 지목했다. 과거에 비해 사육 환경이 개선되면서 기생충 감염률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위험 요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히 익히지 않은 간에는 ‘개회충’ 감염 위험이 존재한다. 이 기생충은 장에 머무르지 않고 혈류를 타고 간, 폐, 뇌, 눈 등 다양한 장기로 이동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염증 반응이 심하게 나타나며 혈관 손상이나 혈전 형성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한 경우 뇌졸중이나 시력 손상, 심지어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다.

민물 생선과 게 역시 위험 식재료로 꼽힌다. 권 교수는 민물회나 민물 게장을 두고 “간흡충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간흡충증을 일으키는 간흡충은 사람의 담관에 기생하며 수십 년간 생존할 수 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이 기생충은 20~30년 이상 체내에서 활동하며 만성 염증을 유발한다. 장기간 방치될 경우 담도암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 역시 간흡충을 1군 발암 요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민물 게나 가재를 날것으로 섭취할 경우에는 폐흡충 감염 위험이 있다. 폐흡충증은 폐에 기생하는 기생충 질환으로, 초기에는 기침이나 가벼운 흉통으로 시작되지만 심해지면 객혈(피 섞인 가래)이나 호흡곤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환자에서는 기생충이 뇌로 이동해 신경계 이상이나 발작, 뇌출혈까지 유발하는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바다 생선회 역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대표적인 위험 요인은 ‘아니사키스’로 불리는 고래회충이다. 아니사키스증은 이 기생충이 인체에 들어오면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섭취 후 몇 시간 내 극심한 복통과 구토를 유발할 수 있다. 기생충이 위벽이나 장벽을 파고들면서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복막염으로 진행되거나, 알레르기 반응으로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모든 생식이 무조건 위험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위생적으로 관리된 식당에서 적절한 손질 과정을 거친 해산물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다. 문제는 가정에서 직접 손질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경로로 유통된 식재료를 날것으로 섭취하는 경우다. 특히 도마나 칼 등 조리 도구의 위생 관리가 미흡하면 기생충이 교차 오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방을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생충은 60도 이상의 열에서 사멸하기 때문에 가열 조리는 감염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냉동 역시 일정 부분 효과가 있지만, 모든 기생충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과신은 금물이다. 또한 생식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신선도가 검증된 재료를 사용하고, 내장 제거와 세척 과정을 철저히 해야 한다.
정기적인 건강 관리도 중요하다. 기생충 감염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거나 단순한 소화불량으로 오인되기 쉽다. 따라서 복통이나 원인 불명의 피로감, 체중 감소 등이 지속될 경우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일부 전문가는 예방 차원에서 1년에 한 번 정도 구충제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다만 이는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의료진과 상담 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문화의 다양성과 기호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 요소까지 감수할 필요는 없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나 임산부의 경우 기생충 감염이 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익숙한 음식이라도 섭취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