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베일을 벗자마자 온라인이 술렁이고 있다. 아이유, 변우석이라는 초호화 캐스팅으로 방영 전부터 올해 최대 기대작으로 꼽혔던 작품이지만, 막상 첫 방송 이후 시청자들 시선이 집중된 곳은 주연 배우들이 아니었다.

드라마 화제 중심에 선 이는 바로 배우 공승연이다.
"공승연 혼자 정극 찍는다"
공승연은 이번 작품에서 입헌군주제를 배경으로 한 21세기 왕실의 어른, 대비 윤이랑 역을 맡았다. 첫 방송 직후 시청자 게시판과 SNS 등에서는 "공승연 나올 때만 숨 참고 본다", "드라마를 혼자 멱살 잡고 끌고 간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단순한 인상적인 장면 하나가 아니라, 등장하는 매 순간 작품 무게중심을 잡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TV 칼럼니스트 정석희는 첫 방송을 보고 "공승연이 혼자 정극을 찍고 있는 느낌"이라고 직접 표현했다. 고군분투라는 단어가 어울릴 만큼 주변 연기와 온도 차이가 도드라진다는 것이다. 공승연의 발성과 딕션은 이번 작품에서 특히 주목받는 요소다. 왕실의 품격을 살리면서도 현대극의 자연스러움을 함께 가져가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인데, 공승연은 차분하되 힘 있는 보이스 톤으로 이 균형을 잡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절제된 연기 방식도 인상적이다. 아들 왕위를 지키려는 서늘한 카리스마와 그 이면의 불안감을 과한 감정 표현 없이 눈빛과 미세한 표정 변화만으로 전달했다. 시청자들이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귀에 박힌다"고 반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부 시청자 사이에서는 공승연 장면만 따로 캡처해 공유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으며, 씬스틸러를 넘어 작품 전체를 지탱하는 핵심 축이라는 의견들도 나온다.
공승연 연기가 유독 돋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21세기 대군부인' 설정은 현대 사회에 입헌군주제가 존재한다는 독특한 가상 세계관이다. 완전한 사극도, 완전한 현대극도 아닌 이 어중간한 경계에서 대부분의 배우들이 어색함을 드러내기 쉬운 구조다. 그런데 공승연이 연기하는 대비 윤이랑은 그 경계를 가장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캐릭터로 꼽힌다. 왕실 어른이라는 지위에서 오는 권위와 냉정함, 동시에 아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어머니로서의 감정선을 이중으로 구현해야 하는 복잡한 역할인데, 공승연은 이 두 층위를 억지 없이 오가며 장면마다 다른 밀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대사를 처리하는 방식이 다른 배우들과 확연히 구별된다는 반응이 많다. 같은 대본 위의 문장이라도 어떤 배우가 읽느냐에 따라 무게가 달라진다는 점을 공승연이 이번 작품에서 직접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멈춤 타이밍, 강약 조절, 시선 처리까지 계산된 듯 맞물리면서 짧은 대사 하나로도 장면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는 장면이 여럿 포착됐다.
그런 공승연이 이번 작품에서 아이유, 변우석이라는 초대형 스타들 사이에서 연기력만으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사실은 단순한 씬스틸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화제성 캐스팅이 전면에 배치된 작품에서 연기 자체로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것은 실력이 검증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데뷔 15년 차에 찾아온 이 반응이 공승연이라는 배우의 이름을 대중에게 다시, 그리고 더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아이유·변우석, 기대만큼 못 미쳤나

아이유와 변우석을 향한 시청자 반응은 엇갈린다. 두 배우 모두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스타라는 점에서 캐스팅 자체는 화제를 끌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첫 방송 이후다.
아이유가 맡은 성희주는 재벌 출신이지만 신분상 평민인 인물로, 거침없고 당당한 캐릭터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들은 아이유 특유의 귀여운 이미지가 강하게 작용해 재벌의 무게감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감정선이 있는 장면에서의 호흡이 단조롭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아이유가 이전 드라마 '나의 아저씨', '폭싹 속았수다' 등에서 보여준 연기 스펙트럼과 비교했을 때, 이번 캐릭터에서는 아직 그 폭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변우석은 '선재 업고 튀어'로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던 만큼 기대치가 최고점에 달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이안대군 역에서는 다소 경직된 표정 처리와 대사의 불안한 호흡이 몰입을 방해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아직 캐릭터를 완전히 입지 못한 것 같다", "감정선이 평면적이라 주인공 서사에 이입하기 어렵다"는 시청자 의견이 주를 이룬다.
평론가 정석희는 "첫 주만 보고 내년 백상에 이 드라마를 추천하겠느냐 하면 못 한다"며 "작품으로도 배우로도 그럴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더 보게 되면 어떨지는 아직 모르겠다"는 단서를 달아 초반부만으로 단정 짓기 어렵다는 입장도 함께 전했다.

연출과 영상미는 어땠을까
배우 반응 못지않게 드라마 자체 완성도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세트 구성과 영상미가 MBC 사극의 기존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더러 나온다.
MBC는 그간 사극 영상미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해 왔다. '궁' 등 과거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이번 작품 영상미와 군주제 설정의 세밀함이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가 평론가와 시청자 양쪽에서 나오고 있다. 왕실 배경 드라마인 만큼 세트 스케일과 색감, 의상 디테일이 작품 몰입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이 부분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과시하는 식의 연출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연출을 맡은 박준화 감독에 대한 평가도 복잡하다. 박 감독 연출력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MBC 특유의 영상 노하우와 결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극 중 주인공 두 사람의 티격태격 구도에만 집중되는 서사 구조도 우려를 낳는다. 주연 캐릭터 둘 외에 와닿는 인물이나 대사가 없다는 점, 중견 배우들 무게감이 작품 안에서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 사항으로 꼽혔다. 이 구도가 계속되면 결국 지루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평론가 측에서 직접 제기됐다.

공승연, 이번이 터닝 포인트가 될까
공승연은 1993년생으로, 2012년 CF 데뷔 이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풍문으로 들었소' '육룡이 나르샤' '써클 : 이어진 두 세계' '소방서 옆 경찰서' '악연' '핸섬가이즈'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작업했으나, 주연급 스포트라이트보다는 탄탄한 조연 혹은 서브 주인공 위치에서 인정을 받아온 배우다.
이번 '21세기 대군부인'에서의 반응은 그의 커리어에서 이전과는 다른 국면을 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비주얼 캐스팅과 스타 파워 중심의 드라마에서 연기 자체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사실은 의미가 작지 않다.
시청자들이 스타성이 아닌 연기력 자체에 반응했다는 점이 이번 호평의 핵심이다. 데뷔 14년 차에 찾아온 이 기회가 공승연이라는 배우 이름을 대중에게 다시 각인시키는 분수령이 될지, 앞으로의 방송 흐름이 그 답을 줄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대군부인' 시청 전 필수 가이드 : 주요 설정 연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