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친구가 있는데 술 마시고 제게 실수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22일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애 올라왔다. 게시자는 해외여행 귀국 전날 술자리에서 벌어진 일을 상세히 털어놨다.
그는 "만취한 여자친구가 전 남자친구와 비교하는 내용을 꽤나 구체적으로 말했다"며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는데 열흘이 지난 지금도 잔상이 남아 수면까지 방해받고 있다"고 했다. 내년 결혼을 목표로 일정을 조율하던 중에 벌어진 일인 만큼 충격이 크다고 했다.
여자친구는 술이 깬 뒤 백배 사죄하고 술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게시자는 쉽게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는 "취중진담이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며 "제가 참여하지 않은 술자리에서 어떤 실수가 있었을지, 앞으로 있을지도 걱정된다"고 했다. 결혼 후에도 술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술은 못 끊어요" 누리꾼들, 이구동성으로 경고
게시글에는 60여 개의 댓글이 쏟아졌다. 반응의 공통분모는 하나였다. "술 좋아하는 사람은 못 고친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결혼 전의 불안 요소는 결혼 후에 분쟁 요소로 남는다"며 "음주, 흡연, 도박, 극성 취미는 잠시 참을 수는 있지만 끊기는 매우 힘들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술 좋아한다는 범주에 드는 사람 중에 술을 줄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며 "큰 사고를 치고 나서야 아예 끊은 사람은 딱 하나 있더라"고 했다.
특히 '술을 줄이겠다'는 약속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한 누리꾼은 "소량만 마시겠다는 말은 대체로 못 지킨다. 그게 가능한 사람은 애초에 만취할 때까지 술을 먹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술버릇이 안 좋은 사람은 술을 줄이는 게 아니라 아예 끊어야 한다"며 "끊는다는 선언 후 오랜 기간 실제로 지키는 성의를 보여야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이혼 경험을 가진 누리꾼의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술 좋아하고 주체 못 하는 사람은 살면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며 "결혼하면 수십 년간 같이 살아야 하는데, 결혼 전에 비슷한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결혼은 비추"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분란의 원인은 달랐지만 반복되는 문제로 18년을 끌다 이혼했다"는 자신의 경험을 짧게 남기기도 했다.
결혼한다면 최대한 신중하게 진행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혼인신고는 최대한 천천히 하고, 피임을 철저히 하며, 결혼 전 2년 이상 동거해보라"라고 권했다. 그러면서 "술을 집에서 혼자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면 고쳐 쓸 수 있지만, 술자리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면 고쳐 쓰지 못한다"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술이 문제가 아니다… 본질은 전 남친과의 비교"
일부 누리꾼의 시선은 술 문제보다 발언 내용 자체에 쏠리기도 했다. 여러 댓글이 "취중진담은 진실"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문제의 본질이 술이 아닌 여자친구의 속마음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 누리꾼은 "마음속에 담고 있는 생각을 입 밖으로 내는 계기에 불과하지 술은 잘못이 없다"며 "상대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현명한 판단을 하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꽤나 구체적으로 전남친과 비교했다면 취기에 한 게 아니라 진심으로 한 것"이라며 "살면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남과 비교해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했다.
한 누리꾼은 "앞으로 당신을 계속 전 남친과 비교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진짜 문제"라며 "자존감이 이것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면 해프닝으로 넘기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일찍 정리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술자리 발언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지 말라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한 누리꾼은 "취중진담이 있겠지만 전부가 진심은 아니다"며 "그 순간의 감정이 증폭된 경우가 많아 평소의 진심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전 남친과의 비교 발언이 어떤 내용이었는지에 집중하지 말고, 그 말을 한 이유와 맥락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며 "결혼까지 이야기하는 관계라면 서로의 장단점을 파악한 것이고, 부족한 부분을 함께 채워나가는 것이 진정한 파트너십"이라고 말했다.
"조상이 도우셨다"…결혼 전 리트머스 시험지
이번 사연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표현은 단연 "조상님이 도우셨다"였다. 결혼 전에 상대방의 민낯을 미리 확인할 수 있었다는 의미에서, 역설적으로 이번 사건을 '기회'로 보는 시각이 다수를 이뤘다.
한 누리꾼은 "중간에 쎄했던 그 단서를 놓치지 말았어야 했는데, 다시 돌아간다면 번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결혼 전에 미리 알게 돼 다행 아니냐"며 "여자친구의 그런 단점까지 커버할 정도로 사랑하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결혼 전 반복되는 음주 문제와 언어폭력의 징후는 절대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알코올 의존도가 높으면 결혼이라는 안정된 관계 속에서 오히려 음주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음주 후 언어폭력이 동반될 경우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관계 내 권력 역학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결혼 전 상담을 권고한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취중 발언은 단순히 '술김에 나온 헛소리'로 치부하기 어렵다. 알코올은 전두엽의 억제 기능을 약화해 평소 의식적으로 억눌러 온 생각이나 감정이 표출되도록 만든다. 즉 없던 생각이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있었지만 드러내지 않았던 내면의 감정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전 남자친구와의 구체적인 비교 발언은 단순한 실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이 점이 가장 큰 핵심으로 거론됐다. 한 누리꾼은 "술이야 줄일 수 있지만, 마음속의 생각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그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거나 무시할 수 있어야 관계가 편안해질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날 정말 좋아하는가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해보라"며 여자친구의 진심 자체를 짚었다.
게시자는 "술을 끊으라고 말했을 때 상대가 끊지 못하면 이별하는 게 현명한지 유부남 선배들의 의견을 구하고 싶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