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에 숨은 ‘세입자 부담’…장기수선충당금 반환 사각지대 손본다

2026-04-22 11:45

법에는 납부, 시행령엔 반환…엇갈린 체계가 만든 분쟁의 빈틈
세입자 권리 고지 의무화 추진…입법 취지 살리려면 계약 단계부터 바꿔야

이해를 돕기위한 <자료사진> / 뉴스1
이해를 돕기위한 <자료사진> / 뉴스1

[충남=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전세와 월세 부담이 커진 것도 모자라, 세입자가 내지 않아도 될 비용까지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공동주택 현장에서 반복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장기수선충당금이다. 법 취지는 집을 가진 사람이 부담해야 할 비용인데도 현실에선 세입자가 관리비에 섞여 먼저 내고, 이사할 때조차 권리를 몰라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국회에서 이 문제를 손보는 법안 2건이 발의된 배경도 이런 제도적 허점에 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주요 시설을 교체하거나 보수하기 위해 쌓아두는 돈이다. 본래는 주택 소유자가 부담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실제 관리 현장에선 이 비용이 관리비 고지서에 포함돼 세입자가 먼저 내는 구조가 굳어졌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행 제도는 납부 의무는 법률에 두고, 반환 의무는 시행령에 규정해 입법 체계가 비대칭적이다. 세입자 입장에선 무엇을 왜 냈는지는 분명한데, 어떻게 돌려받는지는 흐릿한 셈이다. 그 결과 권리를 알지 못한 채 퇴거하거나, 임대인이 반환을 거부해 분쟁으로 번지는 일이 이어져 왔다.

이런 구조는 한국 임대차 시장의 오래된 약점을 드러낸다. 계약서의 작은 문구 하나, 관리비 명세서의 낯선 항목 하나가 세입자에게는 곧 정보 격차가 된다. 임대인과 관리주체, 공인중개사는 제도를 잘 알지만 세입자는 퇴거 직전까지도 반환 가능성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결국 법이 존재해도 고지 의무가 약하면 권리는 종이 위에만 남는다. 세입자 보호가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사후 소송보다 사전 안내가 먼저 제도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배경에서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장기수선충당금 반환 권리를 강화하는 공동주택관리법·공인중개사법 개정안 2건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반환 의무를 법률에 명시하고, 관리주체가 세입자에게 반환 관련 사항을 서면으로 안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공인중개사가 계약 체결 전 장기수선충당금의 권리관계를 확인해 임차인에게 설명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입법 취지는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세입자가 권리를 모른 채 손해를 보는 일을 줄이자는 데 있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돈을 더 주겠다는 게 아니라, 원래 돌려받아야 할 돈을 제대로 돌려받게 하자는 데 있다. 세입자 보호는 거창한 선언보다 계약 단계의 설명, 관리 단계의 고지, 퇴거 단계의 정산 같은 작은 절차에서 시작된다. 장기수선충당금 반환 문제를 바로잡는 일은 공동주택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고 임대차 시장의 불신을 줄이는 최소한의 장치가 될 수 있다. 입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반환 의무를 법률에 못 박는 데 그치지 말고, 고지 누락과 설명 부실에 대한 책임까지 분명히 하는 후속 보완이 따라야 한다.

home 양완영 기자 top0322@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