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전할 때 다른 차량과 사람만 조심하면 되지 신호등 보게 하지 마라."
지난 20일부터 경찰이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선 가운데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이 같은 주장을 담은 글이 올라와 운전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단속 시행 이틀째인 22일 올라온 이 글은 8600여 건의 조회 수와 80여 개의 댓글을 기록하며 운전자들의 엇갈린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교통 분야에 종사한다고 밝힌 글쓴이는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하는 우회전 일시정지 정책으로는 보행자 사망사고가 오히려 증가하면 증가하지 감소할 것 같지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회전 혼란과 혼잡으로 막히고, 전방 직진 신호에 우회전은 일시정지 안 해도 된다고 하니 오히려 우회전 정체 후 일시정지 없이 가는 신호에는 어서 가야 한다는 심리로 차량 속도가 증가할 것"이라며 "그 경우에 사망사고가 잦았다"고 밝혔다. 이어 "교통인간공학적으로, 도로가 막히면 운전자는 짜증이 나고 조급증이 생겨 부주의해지는 경향이 있어 오히려 안전에 취약한 환경이 만들어진다"며 "규제는 최대한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이 너무 복잡" 운전자 혼란 호소 잇따라
글쓴이는 현행 우회전 통행 방법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경찰청 공식 보도자료와 홍보자료에 그림은 두세 장이 전부인데, 교통공학을 전공하고 그걸로 밥 벌어먹고 100만km 무사고인 나도 매우 헷갈릴 뿐"이라고 했다. 또 "T자형 삼거리의 경우 좌회전 신호일 때 우측 횡단보도는 녹색이지만 전방 신호기는 직진은 없고 좌회전만 녹색인 경우 일시정지를 해야 하는지 안 해도 되는지조차 불분명하다"며 "이런 식의 애매하고 불편한 일이 하나둘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본 우회전 중 사망사고의 대부분은 지금 단속하는 것과 관계가 없어 보인다"며 "우회전할 때 다른 차량과 사람만 조심하면 되지, 신호등 보게 하지 마라"고 주장했다. 또 단속에 대해서는 "이미 그때도 충분히 한 것 같은데 우회전이 막히다가 유야무야하고, 또 보여주기식 단속인 것 같은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일시정지 대신 '롤링 스톱'에 가까운 서행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그는 "일시정지에 가까운 서행이면 충분하다고 본다"며 "주의해야 할 것을 주의하게 하면 되는 것을 너무 많은 장치들로 규제하는 것은 오히려 주의력을 흩어지게 하는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덧붙여 "신호등이 많아지면 볼 것도 많아지고, 볼 게 많아지면 정작 중요한 것은 못 보게 된다는 어느 교수의 강의가 생각난다"고도 했다.
"법은 법이다" vs "규정이 너무 복잡해"
댓글란에선 팽팽한 찬반 논쟁이 이어졌다. "법은 법이다. 지키라"는 단호한 반응이 추천 27개로 가장 많은 공감을 얻었다. 반면 "법이 너무 복잡하다. 우회전 하나 하는데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그냥 우회전 시 무조건 5초 이상 일시정지 이렇게 하든가"라는 댓글도 추천 12개를 받으며 공감을 모았다. "교차로에서 일시정지하는 게 맞다. 보행자가 집중된 곳이니 잠깐 멈췄다 가는 게 훨씬 안전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보행자 입장의 반응도 나왔다. "그냥 좀 지키라면 지키면 된다. 우회전 시 일시정지하는 차량이 많아져서 길 건널 때 획기적으로 편해진 게 느껴지던데, 운전자에게도 보행자에게도 훨씬 좋다"는 댓글이 달렸다. "우회전이 무슨 벼슬이냐. 보행자는 세금 안 내느냐"는 날선 반응도 제기됐다.
단속의 실효성을 둘러싸고도 의견이 갈렸다. 한 누리꾼은 경찰청과 보험사의 공식 발표를 인용하며 "우회전 일시정지 시행 1년 만에 사고 건수가 5.6~5.9% 감소했고, 시행 직후 1개월간 사망자 수가 61.1% 급감했다. 나의 작은 불편함이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그건 좋은 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글쓴이는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을 인용해 "차 대 사람 사고에서 도로 횡단 중 사망사고는 2018년 794명에서 2024년 432명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2024년에는 전년 419명에서 오히려 늘었다"며 "우회전 차량과 사람 간 사고 통계가 어디에 존재하는지 설명해 달라"고 했다.
식당 내 금연 도입 사례를 들며 제도 정착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스쿨존에 대해 처음 속도를 제한하기 시작했을 때 얼마나 불편했냐. 지금은 다닐 만 하고 아이들은 훨씬 안전해졌다"며 "언젠가 우회전에서 일시정지 안 하면 사람들에게 눈총받는 때가 올 것"이라고 했다.
"부주의가 본질"… 제도 개선 의견도 분분
논쟁 속에서도 사고의 근본 원인은 부주의라는 데 공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한 누리꾼은 "신호 체계의 문제도 아니고 법의 문제도 아니고, 그냥 사람들의 부주의로 사람이 죽는 것"이라고 했다. "우회전하면서 옆도 안 보고 도는 사람들이 잘못"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제도 개선 방향을 놓고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우회전도 신호를 받고 하는 것으로 바꾸면 된다", "매번 우회전할 때 헷갈리게 할 게 아니라 차라리 모든 교차로에 우회전 신호등을 만들어 달라", "횡단보도를 교차로에서 좀 멀리 설치하면 안 되겠냐", "면허 취득 기준을 강화하는 게 먼저"라는 의견이 잇따랐다. 교통섬 폐지를 요구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편 경찰청은 각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와 협조해 오는 6월 19일까지 약 두 달간 우회전 통행 방법 위반에 대한 집중 단속을 이어갈 방침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방 신호가 적색일 때 우회전 시 정지선 또는 횡단보도 앞에서 반드시 일시정지해야 하며, 위반 시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 원과 벌점 15점이 부과된다. 우회전 후 만나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건너고 있거나 건너려는 경우에도 일시정지 의무가 있으며, 이를 어기면 범칙금 6만 원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지난해 우회전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비중은 56.0%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비중인 36.3%를 크게 웃돌았다. 승합차와 화물차 등 대형 차량에 의한 사고가 66.7%를 차지했고, 65세 이상 고령 보행자가 사망자의 54.8%로 절반 이상이었다. 경찰청은 우회전 시 일시정지를 통해 보행자를 확인하고 서행하는 것만으로도 사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