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방송 이후 분위기가 심상치않은 드라가 있다.

바로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에 대한 이야기다.
'허수아비는' 방송 2회 만에 시청률이 수직 상승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대한민국 최악의 장기 미제 사건이었던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드라마는 첫 방송 직후부터 '영화 같은 몰입감' '실화라 더 소름 돋는다' 등의 시청자 반응이 SNS와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2회 만에 시청률 4.1%…ENA에서 이례적 상승세
'허수아비'는 지난 20일 첫 방송됐다. 1회는 ENA 월화극 평균 수준 시청률로 출발했으나, 2회에서 약 2.5배 수직 상승해 4.1%(전국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했다. ENA 채널 규모와 특성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통상 케이블·종편 드라마에서 2회 안에 이 같은 상승폭을 보이는 사례는 드물다.

입소문이 시청자 유입을 이끈 구조였다. 1회를 보면 2회를 안 볼 수가 없다는 반응이 잇따랐고, 첫 회 시청자들이 주변에 적극적으로 추천하면서 2회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티빙 OTT 독점 공개…콘텐츠 라인업 확장
티빙은 '허수아비' 첫 방송에 맞춰 OTT 독점 공개를 확정했다. 티빙은 지난 13일 이를 공식 발표했으며, ENA 본방송과 동시에 티빙에서만 스트리밍된다. OTT 플랫폼 가운데 티빙이 독점권을 확보하면서, 본방 시청이 어려운 직장인·젊은 층 유입도 함께 노린 구조다.
박준우 감독 X 이지현 작가…'모범택시' 콤비의 귀환
제작진 조합이 방송 전부터 장르물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연출을 맡은 박준우 감독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PD 출신으로, 드라마 '모범택시'와 '크래시' 등을 연출한 장르물 전문가다. 극본은 '모범택시' 일부 회차를 집필한 이지현 작가가 담당했다.

박 감독은 범죄의 잔혹함을 시각적으로 묘사하는 방식보다, 사건을 마주하는 인물들의 심리와 당대의 시대적 공기를 포착하는 연출로 정평이 나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든 접근 방식이다. 실제 1~2회에서도 참혹한 범행 장면보다 그것을 목격한 인물들의 표정과 반응, 사건을 둘러싼 권력의 움직임 등이 공포의 중심에 놓였다.
박해수 X 이희준 X 곽선영…'혐오 관계' 콤비의 팽팽한 긴장감
캐스팅 자체가 이 드라마의 핵심 흡인력이다. 주인공 강태주 역은 박해수가 맡았다. 1988년 좌천돼 고향 강성으로 돌아온 강력계 형사로, 잇따라 발생하는 참혹한 살인 사건들이 연쇄살인임을 직감하고 수사에 나선다. 이희준은 태주의 악연이자 냉철한 엘리트 검사 차시영을 연기한다. 오직 권력에만 관심 있는 인물로, 태주와는 과거부터 지독한 악연을 쌓아온 사이다. 곽선영은 사건 추적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는 기자 서지원 역을 맡아 두 남자와 대립과 공조를 반복한다. 이 밖에 송건희, 서지혜, 정문성, 백현진, 유승목도 출연진에 이름을 올렸다.

두 주인공 관계 설정이 드라마의 핵심 긴장감을 만든다. 강태주는 차시영이 진실을 권력의 이익에 맞게 묻으려 했다고 의심하면서도,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그의 힘이 필요하다. 차시영 역시 자신의 야망을 위해 강태주의 집요한 수사력을 필요로 한다. 서로를 증오하면서도 이용해야 하는 딜레마, 이른바 '혐관(혐오 관계) 공조'가 이 드라마의 중심 서사다.
박해수는 특수분장을 통해 1988년의 열혈 형사와 2019년의 노년 프로파일러를 모두 소화한다. 한 인물의 30년 세월 변화를 얼굴과 목소리 톤으로 구분해 표현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1인 2역에 가까운 열연이다.
제목 '허수아비'의 의미…다층적 상징
제목은 실제 이춘재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범인의 자수를 유도하기 위해 사건 현장에 세워뒀던 실제 허수아비에서 따왔다. 단순한 소품 이름이 아니다. 진범을 가리기 위해 억울하게 세워진 가짜 범인들, 진실을 알면서도 침묵해야 했던 시대적 구조, 누군가에게 조종당했던 공권력을 동시에 상징한다.

드라마는 1988년 수사 현장과 2019년 프로파일러가 된 강태주의 현재를 교차하며 전개된다. 과거의 선택이 어떤 현재를 만들었는지, 2019년 밝혀진 진실이 30년 전 인물들을 어떻게 다시 흔드는지를 쫓는 구조다.
'살인의 추억'과 비교되는 이유…그러나 결정적 차이점
'허수아비'는 방송 초반부터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2003)과 비교되고 있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공통 모티브로 삼았고, 1980년대 지방 소도시를 배경으로 형사가 연쇄살인범을 쫓는다는 설정이 겹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작품은 시작점부터 다르다. 단순히 드라마와 영화라는 매체 차이가 아니라,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정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살인의 추억'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실제로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가 만들어진 2003년 당시까지도 진범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봉준호 감독은 이 '모른다'는 사실 자체를 영화의 핵심 정서로 삼았다. 수사관들은 범인을 잡으려 할수록 점점 더 무너지고, 결말에서 형사는 카메라를 향해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 눈빛은 "당신이 범인일 수도 있다"는 질문이기도 하고, "우리는 끝내 알지 못했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살인의 추억'의 공포는 잡히지 않은 범인이 아니라, 진실에 영영 닿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절망에서 온다.

반면 '허수아비'는 그 절망이 끝난 지점에서 시작한다. 2019년, 이춘재는 DNA 증거에 의해 진범으로 특정됐고 자백까지 했다. 33년 만의 일이었다. 드라마는 이 '결말'을 전제로 깔고, 오히려 더 불편한 질문을 꺼내든다. 왜 33년이나 걸렸는가. 그 세월 동안 무엇이, 누가, 진실을 막았는가.
'살인의 추억'이 현장의 형사들 사이 갈등과 공조에 집중했다면, '허수아비'는 형사와 검사 사이, 즉 수사권과 기소권 사이의 권력 역학을 전면에 배치한다. 차시영이라는 인물은 단순한 악역이 아니다. 그는 진실보다 자신의 커리어와 권력 유지를 우선시하는 엘리트 법조인의 전형으로 그려진다. 강태주가 사건의 진실에 집착할수록, 차시영은 그것이 자신의 야망에 미칠 파장을 계산한다. 두 사람이 손을 잡아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설정은, 정의가 얼마나 불순한 동맹 위에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장치다.

피해자 가족들 서사도 이 드라마가 '살인의 추억'과 갈리는 지점이다. '살인의 추억'은 피해자보다 수사관에 집중했다. 그것이 영화의 선택이었고, 수사의 광기와 무력감을 담는 데 효과적인 방식이었다. 그러나 '허수아비'는 30년이라는 시간을 다루는 만큼, 사건이 남긴 사람들의 삶을 함께 조명한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서 세월을 보낸 사람들, 그 가족들이 견뎌온 낙인, 진범이 밝혀진 뒤에도 온전히 회복되지 않는 상처들이 드라마의 또 다른 서사 축을 구성한다.
결국 '살인의 추억'이 "우리는 왜 범인을 잡지 못했나"를 물었다면, '허수아비'는 "범인을 잡고 나서도 왜 이 사회는 달라지지 않았나"를 묻는다. 전자가 수사 실패에 관한 이야기라면, 후자는 진실이 늦게 도착했을 때 이미 파괴된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두 작품은 같은 사건을 다루지만, 서로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1980년대 시대 재현…"소품 하나하나가 다르다"
시청자 반응 중 두드러지는 지점 중 하나는 시대 구현의 완성도다. 1980년대 후반의 소품, 패션, 사회적 분위기를 세밀하게 재현했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40~50대 이상 시청자들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낯선 배경이 오히려 새로운 몰입 요소가 됐다.
'허수아비' 원작은 따로 없다. 매주 월요일, 화요일 ENA에서 오후 10시 본방송되는 '허수아비' OTT는 티빙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티빙에서만 독점으로 이뤄진다.
다음은 '허수아비' 주요 등장인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