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없는 선거판이 펼쳐지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중앙 지도부를 통째로 배제한 채 독자 선대위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도가 지역구인 국민의힘의 안철수·김은혜·송석준·김성원·김용태·김선교 의원은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선거는 유례없는 위기"라며 경기도 자체 선대위를 즉시 발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후보를 확정하고 경기도 전역을 누비고 있는데, 우리는 후보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저들은 모든 역량을 모은 용광로 선대위를 꾸렸지만 우리는 아직 불을 지필 준비조차 돼 있지 않다"라며 경기도 자체 선대위 발족 이유를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이 단순한 조직 정비 차원이 아니라는 점은 의원들의 발언에서 드러났다. 송석준 의원은 기자들에게 장동혁 지도부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 의식이 포함된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답했다.
수도권은 물론이고 TK까지 "우리끼리 뛴다“
서울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19일 경선 경쟁자였던 박수민 의원과 윤희숙 전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위촉하며 중도 확장형 자체 선대위 구성을 공식화했다.
오 시장은 장 대표가 제안한 중앙당 주도 혁신선대위 조기 출범에 대해 시점을 늦춰달라고 요구하며 지도부의 조기 개입을 사실상 차단했다.
그는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지금 장 대표가 후보들에게 짐이 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직격했다. 이어 "후보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를 타이밍인데, 당 지도부는 여기 있어도 별로 할 일이 없는 국면에 돌입했다. 그렇기에 변명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또 "우리 당이 계엄 이후 진심으로 반성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정당이 되겠다는 것을 언행일치로 보여줘야 사람들이 다시 기회를 줄까 말까인데, 언행일치가 안 됐다"고도 했다.
오 시장은 전국 광역단체장 후보들과 별도로 연락해 지도부와 무관하게 지역 후보끼리 연대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도 예외가 아니다. 이철우 경북지사 후보는 지난 14일 대구경북 통합선대위 구성을 공식 제안했고, 대구시장 본경선에 오른 추경호 의원은 즉각 호응하며 "대구·경북은 대한민국 보수의 뿌리이자 중심"이라고 화답했다. 추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장 대표에게 지원 유세를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 "장 대표가 판단할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부산시장 후보인 박형준 시장도 조만간 김두겸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지사와 함께 부·울·경(PK) 통합선대위 구성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 시장은 "중앙선대위가 전체적으로 선거를 이끌기보다는 지역별, 권역별 전략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독자 노선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장동혁 2선 후퇴론 분출... 민주당 분위기와 대조적
탈(脫)지도부 흐름을 가속화한 결정적 계기는 선거 국면에 강행된 장 대표의 8박 10일 미국 방문이었다. 장 대표는 방미 중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 미 국무부 관계자, 미 하원 동아태 소위원장인 영 김 의원 등을 면담했다. 그러나 당 안팎의 반응은 냉소 일색이다.
친한(친한동훈)계 박정하 의원은 유튜브 인터뷰에서 "천수답 방미"라며 "당에 누를 많이 끼쳤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 역시 "후보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를 타이밍인데, 본인 주장으로는 방미가 지방선거를 위해 갔다고 하는데 설명이 없다"고 꼬집었다.
장 대표가 귀국한 뒤에도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강원도 방문 일정을 잡자 김진태 강원지사 후보는 "직접 쓴소리를 할 생각"이라고 예고했다.
장 대표 2선 후퇴론도 분출하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장 대표와) 헤어질 결심은 한 두 달 전부터 했던 것 같다"며 "장 대표가 특정 후보를 지원하면 10표는 붙일 수 있어도 100표는 잃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당 안팎에서 장 대표 사퇴 요구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는 "선거를 앞두고 당내 갈등이 집중되면 후보들이 묻힐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후보들이 모두 정해지는 대로 장 대표는 자연스럽게 2선 후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분위기는 대조적이다. 정청래 대표는 후보가 확정될 때마다 직접 파란 점퍼를 입혀주는 퍼포먼스를 이어가고 있다.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에게는 지난 15일 부산 현장 최고위 회의에서 직접 점퍼를 입혀줬고,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에게는 17일 용산 현장 최고위에서 같은 의식을 치렀다. 정 대표는 정 후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유능함을 인정하고 민주당이 공인하며 성동구민이 극찬한 검증된 일꾼"이라고 공개 지지를 밝혔다. 조만간 16개 광역단체장 후보와의 합동 기자회견도 열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