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서울 여의도 한복판이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농업인들의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다. 21일 오후, 트랙터와 농기구 대신 투쟁의 띠를 두른 2만여 명의 지역 농축협 조합장과 농민들이 국회 앞에 집결했다. 
이들은 현재 정부 주도로 속도를 내고 있는 농협법 개정안을 ‘농협의 뿌리를 흔드는 관치 횡포’로 강력히 규탄하며, 생업을 뒤로한 채 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절박함을 토로했다. 단순히 제도를 고치는 수준을 넘어, 농민들의 자주적인 협동조합을 정부의 입김 아래 두려는 시도라는 것이 이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 탁상행정에 등 돌린 현장… 96%가 반대하는 ‘직선제’
성난 민심의 배경에는 탁상공론식 입법에 대한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비상대책위원회가 공개한 내부 지표는 현장의 싸늘한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부가 개혁의 핵심으로 내세운 ‘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에 대해 전국 조합장의 96.1%가 고개를 저었다. 나아가 농림축산식품부의 옥죄기식 직접 감독권 확대(96.8%)와 외부 인사 중심의 감사 기구 신설(96.4%)안 역시 압도적인 거부감에 직면했다. 농촌 현실과 동떨어진 채 규제와 통제에만 혈안이 된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 5대 방어선 구축 “통제 아닌 협동조합 정체성 보장하라”
투쟁의 열기가 고조된 가운데, 참석자들은 농협의 자율성을 수호하기 위한 5대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관치 감독 즉각 중단 ▲안정성을 위협하는 독소조항 폐기 ▲자회사에 대한 고유의 지도·감독권 유지 ▲옥상옥 구조의 신설 감사 기구 철회 ▲일방적인 직선제 전환 시도 중단 등이 담겼다. 이들은 정부의 개입이 결국 지원 사업의 축소를 불러와 그 피해가 고스란히 농가 부채와 경영난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 농업계 총결집 “진정한 주인은 조합원… 타협 없는 항전”
이번 사태는 단순한 내부 반발을 넘어 농업계 전체의 연대 투쟁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주요 농업인 단체들 역시 연대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의 일방통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박경식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오늘의 궐기는 위기에 처한 농업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이라며, “이번 법안은 개혁이라는 가면을 쓴 명백한 개입”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농협의 주권은 정부 관료가 아닌 현장의 조합원에게 있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졸속 입법을 멈추지 않는다면 국회와 농식품부를 상대로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는 단호한 결의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