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지자체의 뻔한 현수막 홍보 공식이 깨졌다. 전남 곡성군의 숲을 지키는 공무원들이 책상을 박차고 나와 직접 운동화 끈을 동여맸다. 
지난 19일 진행된 이 역동적인 길거리 릴레이는 한 직원의 일상적인 조깅 습관에서 비롯됐다. 혼자 뛰는 대신 동료들과 함께 가치 있는 메시지를 전해보자는 사내 게시판의 작은 제안이, 어느새 지역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참신한 프로젝트로 둔갑한 것이다.
◆ 철쭉꽃 흩날리는 강변길, 땀방울로 새긴 경각심
이날 자발적으로 모인 직원들은 붉은 철쭉이 만개한 섬진강 줄기를 따라 장장 12km 코스를 쉼 없이 내달렸다. 이들의 손에는 흔한 물병 대신 산림 보호 문구가 선명하게 적힌 깃발이 쥐어져 있었다. 단순히 달리기만 한 것이 아니다. 거친 숨을 내쉬면서도 강변을 찾은 상춘객과 마을 주민들에게 다가가 화재 예방 안내문을 직접 건네며 밀착형 소통을 이어갔다.
◆ 기차 승객들도 환호한 ‘움직이는 홍보관’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귓가를 맴도는 마을 방송이나 시야를 가리는 플래카드 대신, 땀 흘리며 달리는 공무원들의 진정성 있는 뜀박질에 시민들은 호기심과 박수로 화답했다. 특히 섬진강 명물인 증기기관차를 타고 곁을 지나던 관광객들이 창문 너머로 손을 흔들며 열렬한 응원전을 펼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지루할 수 있는 행정 캠페인이 그 자체로 하나의 역동적인 길거리 퍼포먼스가 된 셈이다.
◆ 이색 행보 뒤에 숨겨진 단호한 메시지
가쁜 숨을 고르던 한 참가자는 “내 생애 첫 장거리 달리기라 고됐지만, 그 이상의 벅찬 보람을 느낀다”고 소회를 전했다. 기획을 주도한 관계자 역시 “우리의 푸른 숲을 지켜낼 수만 있다면 마라톤 풀코스라도 매일 달릴 각오가 되어 있다”며 활짝 웃었다. 다만, 곡성군은 이러한 친근한 소통 행보와는 별개로, 산림 인접 지역에서의 불법 소각 등 화재를 유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