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권위자 확언 "6년 뒤엔 노화로 인한 사망 사라진다"

2026-04-21 14:26

■ 40년 전 커즈와일의 AGI예언 현실화하나
"3년 안에 AGI 온다…이것도 보수적인 예측"
"2030년대 중반엔 수술 없이 AI가 뇌속으로"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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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한 남자가 학계에서 비웃음을 샀다. "2029년까지 컴퓨터가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AI 콘퍼런스에 수백 명의 전문가가 모였고, 그 가운데 80%는 그 시점을 100년 후로 봤다. 이들과 달리 레이 커즈와일은 30년 후로 예측했다.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그가 옳았음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커즈와일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AI 콘퍼런스 '휴먼X' 무대에 올라 "AGI는 늦어도 2029년까지 확실히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예측이 오히려 "보수적인 견해"라고 덧붙였다. 실제 AGI 실현은 더 빠를 수도 있다는 뜻이다. AGI란 특정 분야에 특화된 현재의 AI와 달리 인간처럼 어떤 지적 과제든 수행할 수 있는 인공 일반지능을 뜻한다.

발명가이자 예언자, 커즈와일은 누구인가

1948년생인 커즈와일은 현재 구글의 수석 연구원이자 AI 비전너리 직책을 맡고 있다. 그러나 그를 단순히 구글 직원으로 규정하는 건 어폐가 있다. 그는 61년 이상 AI 분야를 개척해 온 인물로, 현재 생존한 사람 중 AI 연구 경력이 가장 길다.

그의 발명 이력은 화려하다. 시각장애인이 인쇄물을 들을 수 있도록 한 최초의 인쇄물 음성변환 기기, 어떤 서체도 인식할 수 있는 최초의 전방위 광학문자인식(OCR) 시스템, 실제 피아노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음악 신시사이저의 개발자가 바로 커즈와일이다. 이 신시사이저는 스티비 원더가 "진짜 피아노 소리를 내는 악기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한 데서 탄생했다. 미국 국가기술훈장을 받았고, 2002년에는 전미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MIT-레멜슨상도 수상했다. 빌 게이츠는 그를 "인공지능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어 가장 뛰어난 인물"이라고 평했고, 포브스는 "궁극의 사고 기계"라고 불렀으며,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칠 줄 모르는 천재"라고 묘사했다.

레이 커즈와일 / 커즈와일 페이스
레이 커즈와일 / 커즈와일 페이스


커즈와일이 단순한 몽상가가 아닌 이유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그가 1990년대 이후 내놓은 147개의 예측 가운데 115개(78%)는 정확히 맞아떨어졌고, 12개는 1, 2년의 오차를 둔 채 사실상 적중했다. 이를 합산하면 86%의 예측 정확도다. 소련 붕괴 전 "셀룰러폰과 팩스 같은 분산형 통신기술이 소련의 정보 독점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그의 1990년 예측은 현실이 됐다. 2000년 이전에 컴퓨터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길 것이라는 예측도 IBM 딥블루가 1997년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으면서 적중했다. 스마트폰, 음성 인식 비서, 자율주행차, AI 기반 검색엔진도 수십 년 전에 예고한 것들이다.

'특이점이 온다'—한 권의 책이 세상을 바꾸다

커즈와일의 이름을 세계에 각인한 건 2005년 출간된 저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다. 이 책은 AI와 기술의 미래를 다룬 비소설 작품이다. 인류가 머지않아 생물학적 한계를 초월할 것이라는 주장을 방대한 데이터와 논리로 뒷받침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은 AI와 미래학에 관심 있는 수많은 독자와 기업인, 연구자들에게 필독서가 됐다.

이 책의 핵심 논거는 '가속 수익의 법칙(Law of Accelerating Returns)'이다. 기술 발전은 선형이 아니라 지수함수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 법칙에 따르면, 특정 기술이 일정 임계점을 넘으면 폭발적으로 확산한다. 방 하나를 가득 채우던 컴퓨터가 주머니 속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는 데 걸린 시간이 얼마나 짧았는지를 상기해보면 이해가 쉽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커즈와일은 이 책에서 인류의 진화를 6단계 시대로 나눴다. 물리학·화학, 생물학·DNA, 뇌, 기술, 기술과 인간 지능의 융합, 마지막으로 '우주가 깨어나는' 시대다. 그는 현재 인류가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시대의 경계에 서 있다고 봤다. 2005년 이 책에서 그가 제시한 예측—2029년 AGI, 2045년 '특이점' 도래—은 당시에는 황당한 공상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ChatGPT가 등장하고, GPT-4가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고, AI가 단백질 구조를 해독하면서 커즈와일의 예측은 점점 예언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후속작 '특이점이 더 가까워졋다(The Singularity Is Nearer)'를 출간했다. 이 책은 출간 첫날부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고, 아마존의 생명공학 분야 도서 판매 순위 상단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현재 2029년 1월 출간을 목표로 'AGI가 왔다!'라는 세 번째 책을 집필 중이다.

"뇌에 AI가 들어온다"—2030년대의 청사진

커즈와일이 이번 '휴먼X' 콘퍼런스에서 제시한 미래 시나리오는 AGI 실현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AI가 인간의 뇌와 물리적으로 융합되는 단계를 구체적으로 그렸다.

커즈와일에 따르면 2030년대 초에는 뇌와 AI의 경계가 허물어져 어떤 생각이 인간의 뇌에서 나왔는지, AI에서 나왔는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2030년대 중·후반이 되면 AI가 수술 없이도 실제로 뇌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는 나노기술의 발전을 전제로 한 예측으로, 극도로 작은 장치들이 혈류를 타고 신경계에 접근한다는 개념이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커즈와일은 콘퍼런스에서 "AGI는 늦어도 2029년까지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며 ”AI는 더 이상 들고 다니는 기기가 아니라 인간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30년대에는 수술 없이도 AI가 뇌 속에 들어오게 되고, 결국 분리할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수명 연장에 대한 전망도 내놨다. 그는 2032년이 되면 AI 기반 의학 발전이 노화로 인한 수명 단축을 역전시킬 것이라고 봤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지금은 우리가 1년을 살면 그만큼 몸이 늙어 수명이 1년 줄어든다. 그런데 의학 기술이 발전하면 1년을 사는 동안 노화를 4개월치 되돌릴 수 있게 되고, 2032년이 되면 1년을 살아도 수명이 전혀 줄지 않는 균형점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수명 탈출 속도(Longevity Escape Velocity)'로, 기술의 진보 속도가 노화의 속도를 따라잡는 순간이다. 그 시점을 넘어서면 이론적으로 노화로 인한 사망은 사라진다.

AI 업계 거인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예측

AI 업계의 다른 거인들도 저마다의 ‘숫자’를 내놓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2024년 3월 "5년 이내에 AI가 모든 인간 시험에서 인간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과를 낼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를 역산하면 2029년이다. 커즈와일과 시점이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한층 더 공격적이다. 머스크는 2024년 AGI가 2025년에 달성될 것이라고 했다가, 이후 2026년으로 시점을 조정했다.

그는 다보스 포럼에서도 "2026년 내로 AGI에 도달할 것"이라는 발언을 재확인했다. 머스크는 2024년 "AI가 2026년에는 가장 똑똑한 인간보다 더 영리해질 것이고, 2029년에는 모든 인간을 합친 것보다 더 스마트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점은 커즈와일의 '특이점' 예측과 비슷한 궤적이다.

드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의 CEO는 2030년을 전후한 시점으로 AGI 도래를 예측했다. 그는 2025년 아이오스 AI+ 서밋에서 "AGI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변혁적인 순간이며, 지평선에 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진정한 인간 수준의 AGI"를 위해서는 창의성, 지속 학습, 강건한 추론 능력 등 아직 풀리지 않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우리는 이미 AGI의 지평 너머에 와 있고, 디지털 초지능은 손에 닿는 거리에 있다"고 말했다. 올트먼은 지난해 10월 라이브스트림에서 2026년 9월까지 인턴 수준의 AI 연구 보조 시스템을, 2028년 3월까지 대형 연구 프로젝트를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AI 연구원' 수준의 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내부 목표를 공개했다. AI가 AI 연구 자체를 수행하는 단계, 즉 자기 강화의 고리가 만들어지는 시점을 겨냥하는 것이다.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해 2월 "AGI는 2, 3년 내에 온다"고 했다. 2027, 2028년이라는 시점이다. 그는 AI가 향후 인간보다 1만 배 더 영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딥러닝의 대부'가 마음을 바꾼 날

이 논쟁에서 가장 극적인 반전을 보여준 인물은 노벨상 수상자이자 '딥러닝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이다. 그는 2000년대 초 스탠퍼드 콘퍼런스에서 AGI까지 100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문가 집단의 다수 의견에 동조했다. 커즈와일이 홀로 30년을 주장할 때, 힌턴도 그쪽이 아닌 다른 쪽에 서 있었다.

그러나 2023년 5월 힌턴은 구글을 떠나면서 생각이 바뀌었음을 공개했다. 그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AGI가 30~50년, 혹은 그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AGI까지의 시점을 5~20년으로 수정했다. 커즈와일이 1999년에 혼자 주장하던 내용에 딥러닝의 대부가 24년 만에 동의한 셈이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픽사베이 자료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픽사베이 자료사진.

힌턴은 GPT-4 같은 대형 언어 모델의 능력이 자신의 예측을 무너뜨렸다고 인정했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급진적인 신약을 보게 될 것이고, 암 치료도 훨씬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AI가 가져올 위험에 대해서는 경고를 멈추지 않았다. "AI가 30년 내에 인류 멸종으로 이어질 확률이 10~20%"라고 그는 봤다.

커즈와일은 이런 우려에도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그는 이번 콘퍼런스에서 "사람들은 실업 같은 부정적인 측면을 지적하고 있고, 나도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긍정적인 측면이 부정적인 측면을 압도할 것"이라고 했다. "악용되는 AI에 대한 방어 체계도 더욱 정교해질 것이며 우리는 그에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날 그가 집필 중인 새 책과 관련해 소개한 일화도 흥미를 끌었다. 커즈와일은 구글 제미나이에 "커즈와일이 새 책을 썼다던데 무슨 내용인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제미나이는 "커즈와일은 새 책을 쓰지 않았지만, 만약 썼다면 이런 내용일 것"이라며 상세한 내용을 제시했다. 그는 제미나이가 써준 내용을 출판 제안서로 그대로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AI가 이미 자신이 하려던 말을 알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제미나이는 창의적인 작업을 할 능력이 있다. 이는 인간의 창의성과 융합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이 일화는 커즈와일 본인이 예측해 온 '인간 지능과 AI의 융합'이 이미 조용히, 구체적으로 진행 중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졌다. 무대에는 그의 아들인 벤처 투자사 '케미스트리'의 이선 커즈와일 공동창업자도 함께 올랐다. 이선은 AI 시대의 경쟁이 단일 기업의 독식이 아닌, 산업 전반에 스며드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봤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