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 문학책 구매 열풍…지난해 가장 많이 찾은 소설은

2026-04-21 14:14

소설·시·희곡 도서 구매량 3년 연속 상승
지난해, 정대건 작가의 '급류' 10대 선호
올해 1~3월 '자몽살구클럽' 1020 베스트셀러

한때 '시험을 위한 독서'에 머물렀던 청소년·청년층의 독서가 이제는 취향을 드러내고 서로를 연결하는 문화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텍스트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기록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1020층의 문학 독서 열풍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생성한 서점 자료사진. 21일 예스24에 따르면 1020세대의 소설·시·희곡 분야 도서 구매량은 최근 3년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AI가 생성한 서점 자료사진. 21일 예스24에 따르면 1020세대의 소설·시·희곡 분야 도서 구매량은 최근 3년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읽고, 남기고, 나누는 독서…1020 문학 열풍 확산

최근 10~20대를 중심으로 문학책을 읽는 흐름이 뚜렷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목을 끈다. 이른바 '텍스트힙(Text Hip, 텍스트와 멋지다는 뜻을 가진 힙의 합성어)'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독서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예스24에 따르면 1020세대의 소설·시·희곡 분야 도서 구매량은 최근 3년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2024년에는 전년 대비 38.1% 증가했고, 2025년에도 15.3% 성장세를 이어갔다. 2026년 역시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3.6% 증가하며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문학 작품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10대가 가장 많이 구매한 도서는 정대건 작가의 소설 '급류'였다. 책은 저수지와 계곡이 유명한 지방도시 진평을 배경으로 17살 동갑내기인 도담과 해솔의 사랑과 성장을 그리고 있다.

이어 한로로 작가의 '자몽살구클럽'이 2위에 올랐으며, 양귀자 작가의 스테디셀러 '모순'은 5위에 이름 올렸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8위를 차지했다. 한국소설이 상위권에 다수 포진한 점이 주목된다.

20대 역시 자격증·취업 관련 학습서 수요가 높은 가운데, 이를 제외하면 '모순'이 가장 높은 판매 순위를 기록했다. 이어 '자몽살구클럽', '혼모노', '급류' 등이 소설 장르에서 뒤를 이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올해 1~3월 기준 1020세대 베스트셀러 1위(학습서 제외)는 '자몽살구클럽'이 차지하며 문학 중심 독서 경향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독서 문화가 단순히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남기는 것'까지 확장된 점도 특징이다. 2025년 국내도서 리뷰를 작성한 10대 회원 수는 전년 대비 54.2% 증가했고, 리뷰 수는 113.1% 급증했다. 20대 역시 회원 수 20.9%, 리뷰 수 35.0% 수치로 증가하며 기록 중심 독서 문화가 확산되고 있음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SNS와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읽고, 기록을 남기고, 타인과 공유하는 독서'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풀이가 나온다.

예스24 관계자는 "최근 1020세대는 단순 보상을 위한 리뷰보다 자신의 생각과 감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데 의미를 두는 경향이 강하다"라고 전했다.

정대건 작가의 '급류' / 민음사
정대건 작가의 '급류' / 민음사

왜 젊은층에게 '텍스트힙'이 유행하고 있을까?

첫번째 요인으로는 '디지털 디톡스'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숏폼 영상 중심의 콘텐츠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오히려 깊이 있는 텍스트를 찾는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다. 책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비교적 긴 호흡으로 사고할 수 있는 매체로 인식되며, 집중과 몰입을 원하는 젊은층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오히려 디지털로 인한 'SNS 중심의 자기 표현 수단'으로 텍스트가 활용되는 면모도 있다. 1020세대는 인스타그램, 블로그, X(구 트위터)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취향과 감정을 공유하는 데 익숙하다. 이때 책 속 문장을 발췌해 올리거나, 읽은 뒤 느낀 점을 정리하는 기록이 단순한 독서 인증을 넘어 자신의 감수성을 드러낼 수 있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1020 세대에게 '멋(Hip)'이란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을 발굴하고 전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읽은 책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은 영상 콘텐츠 시대에 새로운 모습으로 포착되며 효과적인 자기 표현 수단이 되어준다.

출판 시장의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출판계는 1020세대의 감성을 반영한 디자인, 마케팅, 주제 설정 등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표지 디자인이나 굿즈 제작, 유튜브 콘텐츠를 활용한 소통 등 젊은층의 취향에 맞게 출판계가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책 자체가 '소장하고 싶은 콘텐츠 혹은 아이템'으로 인식되는 경향도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민음사TV에 출연한 배우 박정민 자료사진. / 유튜브 '민음사TV'
민음사TV에 출연한 배우 박정민 자료사진. / 유튜브 '민음사TV'

4월 23일은 세계 책의 날…독서의 의미 다시 상기하면

23일은 '세계 책의 날(World Book Day)'이다. 이 기념일은 독서와 출판을 장려하고 저작권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1995년 유네스코가 제정했으며, 1996년부터 매년 이어져 오고 있다.

특히 4월 23일이라는 날짜가 선택된 데에는 상징적인 이유가 있다. 이날은 세계 문학사에서 중요한 작가들이 세상을 떠난 날과 겹친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와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가 모두 1616년 4월 23일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다양한 문인들의 기일과도 맞물려 문학적 의미가 깊은 날짜로 평가된다. 이에 유네스코는 이러한 상징성을 반영해 4월 23일을 '책과 저작권의 날'로 지정하고, 전 세계적으로 독서 문화를 확산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AI로 생성한 자료사진.
AI로 생성한 자료사진.

그렇다면 왜 우리는 여전히 책을 읽어야 할까. 독서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개인의 삶과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활동으로 꼽힌다.

우선 독서는 사고력을 확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책은 하나의 주제나 사건을 깊이 있게 다루기 때문에, 독자는 자연스럽게 맥락을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는 단편적인 정보 소비와는 다른 차원의 인지 활동으로, 문제 해결 능력과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독서는 공감 능력을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특히 소설과 같은 문학 작품은 다양한 인물의 삶과 감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자신과 다른 환경에 놓인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개인의 인간관계뿐 아니라 사회적 소통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정서적 안정 측면에서도 독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정 시간 집중해 책을 읽는 행위는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빠르게 흘러가는 디지털 콘텐츠와 달리, 책은 비교적 느린 호흡으로 내용을 따라가게 하기 때문에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한다. 최근 '디지털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독서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휘력과 표현력 향상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효과다. 다양한 문장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언어 감각이 향상되고, 이는 글쓰기와 말하기 능력으로 이어진다. 특히 청소년기 독서는 학습 능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아가 독서는 평생 학습의 기반이 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사고를 확장하는 능력은 중요한 경쟁력이다. 책은 이러한 과정을 가장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매체로, 시대가 변해도 그 가치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처럼 독서는 개인의 사고와 감정, 그리고 삶의 방향까지도 넓혀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세계 책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우리가 일상 속에서 책과 얼마나 가까이 지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오는 23일을 맞아 평소 읽고 싶었던 책 혹은 관심을 두었던 책이 있다면 한번 꺼내보는 것도 좋겠다.

home 오예인 기자 yein5@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