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12개 초등학교서 축구 금지”…국민 정서 발칵 뒤집힐 소식 전해졌다

2026-04-21 10:11

오늘날 급격히 사라지는 아이들의 체험, 과잉보호가 만드는 교육의 역설

전국 초등학교 6189개교 가운데 312개교, 비율로 따지면 5.04%가 교과 시간 외 축구·야구 등 스포츠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312개 초등학교서 축구 금지”라는 실태는 지난 19일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이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전국 초등학교 축구·야구 등 스포츠활동 금지 현황' 자료를 통해 확인된 수치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방과 후에 친구들끼리 공을 차고 싶어도 학교 규정상 허락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학교 운동장의 축구 골대.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학교 운동장의 축구 골대.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지역별 편차는 더욱 극단적이다. 부산은 전체 303개교 중 105개교, 34.65%가 스포츠활동을 금지하고 있으며, 서울은 605개교 중 101개교(16.69%)에 달한다. 부산의 경우 초등학교 세 곳 중 한 곳꼴로 운동장에서 공을 찰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터진 발언

이 수치가 공론화된 계기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이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발언대에 올라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직접 질의를 던졌다.

"총리님, 초등학교 다니실 때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에 축구 좀 하셨습니까."

김 총리는 "예, 그때는 할 수 있었죠"라고 답했고, 천 원내대표는 의원실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현실을 짚었다. "의원실에 응답한 곳만 봐도 전국 212개 초등학교가 운동장 축구를 못 하도록 하고 있다"는 발언이었다. 당시 조사 이후 추가 집계된 공식 자료에서는 그 수가 312개교로 늘었다.

천 원내대표는 이 상황의 원인을 한 단어로 정리했다. '민원'이다. "제일 큰 게 '다치면 누가 책임지냐'는 민원, 또 하나는 '우리 애는 잘 못해서 못 끼거나 6학년 형들만 하고 저학년은 못 한다'는 소외감·박탈감 민원"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리는 "저희로선 이해가 좀 어렵다"며 공감을 표했고, "단 하나의 학교라도 그래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초등학교 저학년의 신체활동 부족 문제 때문에 교육과정까지 바꾸면서 노력하는 마당에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교내 공간에서 자유롭게 축구를 하는 아이들. 자료사진. / 뉴스1
교내 공간에서 자유롭게 축구를 하는 아이들. 자료사진. / 뉴스1

선생님들의 반응은 달랐다

천 원내대표 본인도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키우는 학부모라고 밝혔다. 그는 "스마트폰 붙잡고 있지 말고 나가서 공이라도 차라, 이게 대부분의 심정인데, 왜 이렇게 축구를 못 하게 하는 학교가 많냐 싶어서 조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현직 초등학교 교사들의 피드백이 쏟아졌다. 내용은 예상과 달랐다. "천하람 의원이 관심 갖는 건 좋은데, 이게 이슈가 되면 높은 분들은 '축구 하라'고 압박만 하고, 민원이 들어오면 다 선생님 책임 아니냐. 그 민원은 누가 어떻게 책임져 주냐." 교사들의 반응이 의원실로 쇄도했다는 게 천 원내대표 전언이다.

그는 "이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초등학교만의 문제도 아니고, 민원을 책임져 주는 시스템이 안 생기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봤다.

초등학교 교사인 김선 한국교총 부회장도 같은 맥락의 설명을 내놨다. "운동장 규모는 정해져 있는데, 한쪽에서 축구를 하면 다른 쪽에 있는 아이들이 공에 맞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그럴 때 학부모들이 강력하게 민원을 넣기 때문에 상당수 학교가 금지하는 것"이라며 "남학생들이 소프트공으로라도 연습하고 싶다고 해도 학교 차원에서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민원인 처리 중인 교사.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민원인 처리 중인 교사.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정책 방향과 학교 현실의 충돌

아이러니한 대목은 교육 당국 정책 방향과 학교 현장의 현실이 정반대로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8학년도부터 초등 1~2학년을 대상으로 신체활동 시간을 2년간 현행 80시간에서 144시간으로 약 1.8배 늘릴 계획이다. 저학년부터 기초 체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정작 학교 운동장에서 자발적으로 공을 차는 행위는 '금지' 대상이 되고 있다.

교외 활동도 마찬가지다. 서울시교육청의 '최근 3년간 현장체험학습 운영 현황'에 따르면 1일형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한 서울 초등학교는 2023년 598개교(98.8%)에서 2025년 309개교(51.1%)로 2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학교 밖에서 뛰어노는 경험 자체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민원이 만들어 낸 구조적 악순환

축구 금지와 현장학습 급감은 개별 사건이 아니다. 교사의 법적·행정적 책임 구조가 바뀌면서 생긴 현상이다. 과거에는 사고가 나도 '운이 없었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교사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구조다. 체험학습 중 학생이 찰과상만 입어도 민원이나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면서, 교사들 사이에선 "내 인생을 걸고 행사를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무력감이 퍼졌다.

현장체험학습 차량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어린이 통학버스 이용 의무화 규정에 맞는 버스를 구하지 못하면 불법, 일반 버스를 탔다가 사고가 나면 교사가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그냥 가지 말자"는 선택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됐다.

민원 성격도 다양화됐다. 소외감·박탈감 민원이 대표적이다. 생일파티를 예로 들면, '누구는 호텔에서 하고 누구는 집에서 하는' 비교 구도, 초대받지 못한 아이의 상처, 고가 답례품 부담이 얽히면서 학교와 학원은 아예 금지를 택했다. 운동회의 경우 달리기를 하다 넘어지거나 단체 경기 중 부딪히는 것도 용납하지 못하는 민원이 들어오고, 운동회 연습 소리가 시끄럽다는 인근 아파트 주민 민원도 이어진다.

교육부 방침과 반대로 펼쳐지고 있는 한국 교육 현실.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교육부 방침과 반대로 펼쳐지고 있는 한국 교육 현실.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저출생이 키운 과잉보호, 그 뒤따르는 역설

저출생 시대에 아이 한 명 비중이 커지면서 부모의 보호 본능도 과잉으로 흐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협동심이나 사회성보다 내 아이의 안전과 성취를 우선하는 심리가 강해졌다. 수학여행의 경우에도 행선지를 두고 제주도냐, 해외냐, 국내 유적지냐를 놓고 학부모 간 의견 충돌이 생기고, 비용 부담을 이유로 행사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역설은 분명하다. 아이를 보호하려는 민원이 쌓여 아이들이 또래와 부딪히고, 지고, 화해하고, 협동하는 경험 자체를 잃어버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천 원내대표가 "소외감을 극복해 가는 과정도 교육의 일환"이라고 짚은 이유다.

교육부 장관과 국무총리 모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지만, 현장 교사들이 지적하듯 '금지 해제' 선언만으로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 민원이 들어왔을 때 그 책임을 교사 혼자 지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 즉 책임 분산 구조가 법적·행정적으로 마련되지 않으면 운동장의 공은 다시 굴러가기 어렵다는 게 현장 시각이다.

학교 운동장 축구 골대와 축구공.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학교 운동장 축구 골대와 축구공.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