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면 바로 6만 원...단속 시작되자 운전자들 줄줄이 적발 중인 ‘이것’

2026-04-21 09:39

우회전 일시정지, 모르던 운전자들 전국서 줄줄이 적발
보행자 56% 사망하는 우회전 사고, 멈춤이 답이다

경찰이 칼을 빼들자마자 전국 도로 곳곳에서 운전자들이 줄줄이 걸렸다.

우회전 위반차량 단속하는 경찰.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우회전하려는 운전자는 전방 신호가 빨간불일 경우 반드시 일시 정지해야 하며, 우회전 후에도 보행자가 있거나 건너려 할 때는 멈춰야 한다. 경찰청은 오는 6월 19일까지 2달간 우회전 통행 방법 위반에 대한 집중 단속을 이어간다 / 뉴스1
우회전 위반차량 단속하는 경찰.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우회전하려는 운전자는 전방 신호가 빨간불일 경우 반드시 일시 정지해야 하며, 우회전 후에도 보행자가 있거나 건너려 할 때는 멈춰야 한다. 경찰청은 오는 6월 19일까지 2달간 우회전 통행 방법 위반에 대한 집중 단속을 이어간다 / 뉴스1

서울 강남 대치역 사거리에서는 보행 신호가 켜진 횡단보도를 그대로 지나친 승용차가 즉시 단속됐고, 경기 고양·부산·전북 전주·충북 청주에서도 비슷한 위반이 잇따랐다. 한 번 적발되면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 원에 벌점 10점이 부과되는데도, 현장 반응은 의외였다. “서행이면 되는 줄 알았다”, “멈춰야 하는 건 아는데 정확한 기준은 몰랐다”는 운전자가 적지 않았다.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가 이미 시행 중인데도 단속 첫날부터 위반 차량이 쏟아진 건, 법보다 오래된 운전 습관이 아직 더 강하게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번 집중 단속이 단순한 교통법규 점검을 넘어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몇 초 빨리 가려던 우회전이 실제로는 보행자 사고와 직결될 수 있어서다.

단속 시작되자마자 서울부터 부산까지 줄줄이 걸렸다

20일 서울 관악구 봉천로 사거리에서 교통안전계 경찰관들이 우회전 일시 정지 의무 위반 집중단속을 하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우회전하려는 운전자는 전방 신호가 빨간불일 경우 반드시 일시 정지해야 하며, 우회전 후에도 보행자가 있거나 건너려 할 때는 멈춰야 한다. 경찰청은 오는 6월 19일까지 2달간 우회전 통행 방법 위반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실시할 방침이다 / 뉴스1
20일 서울 관악구 봉천로 사거리에서 교통안전계 경찰관들이 우회전 일시 정지 의무 위반 집중단속을 하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우회전하려는 운전자는 전방 신호가 빨간불일 경우 반드시 일시 정지해야 하며, 우회전 후에도 보행자가 있거나 건너려 할 때는 멈춰야 한다. 경찰청은 오는 6월 19일까지 2달간 우회전 통행 방법 위반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실시할 방침이다 / 뉴스1

21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40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역 사거리에서 흰색 승용차 한 대가 우회전을 하며 보행 신호가 켜진 횡단보도를 그대로 지나쳤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여성 보행자는 화들짝 놀라 걸음을 멈췄고,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났어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장면이었다. 해당 차량은 곧바로 경찰에 단속돼 범칙금 6만 원과 벌점 10점을 부과받았다. 같은 장소에서도 오후 2시 20분부터 3시까지 40분 동안 승용차 1대와 오토바이 2대 등 모두 3대가 우회전 통행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서울만의 일이 아니었다. 같은 날 연합뉴스, 뉴스1 등 보도를 종합하면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문촌18단지 사거리에서는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5대가 일시정지 의무를 어겨 단속됐고, 부산에서는 우회전 보행자 사고 다발 지점인 연제구 월륜교차로 등에서 일시정지 위반 83건,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24건 등 모두 107건이 적발됐다. 전북 전주시 덕진광장 사거리에서도 오전 10시부터 1시간 동안 10건이 걸렸고, 충북 청주 시외버스터미널 사거리 일대에선 약 1시간 사이 15대가 단속망에 걸렸다. 경찰이 단속을 본격화하자마자 위반 사례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쏟아졌다는 점이 이번 상황의 핵심이다.

“멈추는 건 알았는데 언제 가는지 몰랐다” 혼선은 왜 계속될까

'우회전 일시정지' 줄줄이 단속. “우회전 일시정지 법이 있는지 몰랐다”, “멈췄다가 가는 건 알았지만 정확히 언제 지나갈 수 있는지는 몰랐다”, “보행자가 완전히 건널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줄은 몰랐다”는 반응 이어져 / 뉴스1
'우회전 일시정지' 줄줄이 단속. “우회전 일시정지 법이 있는지 몰랐다”, “멈췄다가 가는 건 알았지만 정확히 언제 지나갈 수 있는지는 몰랐다”, “보행자가 완전히 건널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줄은 몰랐다”는 반응 이어져 / 뉴스1

경찰청은 이날부터 6월 19일까지 두 달간 우회전 통행 방법 위반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2022년 7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우회전 시 일시정지 의무가 강화됐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차량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뿐 아니라 건너려고 하는 때에도 일시정지해야 한다. 어린이보호구역과 노인·장애인 보호구역 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는 보행자 유무와 관계없이 먼저 멈춰야 한다.

문제는 규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운전자 머릿속에 기준이 선명하게 정리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경찰이 강조하는 핵심은 간단하다. ‘우회전 시 일단 멈춤’이다. 전방 차량 신호가 적색이면 보행자 신호와 무관하게 횡단보도 앞에서 먼저 일시정지해야 한다. 전방 신호가 녹색이라도 횡단보도 신호가 녹색이고 보행자가 건너는 중이면 역시 멈춰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우회전 일시정지 법이 있는지 몰랐다”, “멈췄다가 가는 건 알았지만 정확히 언제 지나갈 수 있는지는 몰랐다”, “보행자가 완전히 건널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결국 많은 운전자가 ‘멈춰야 한다’는 원칙은 알고도,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단계에서 혼선을 겪고 있는 셈이다.

왜 우회전 사고는 더 위험할까…신호보다 무서운 건 사각지대와 조급함이다

줄줄이 단속된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 차량 / 뉴스1
줄줄이 단속된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 차량 / 뉴스1

우회전 사고가 끊이지 않는 건 단순히 운전자가 잠깐 방심해서만은 아니다. 구조적으로 우회전은 직진보다 확인해야 할 요소가 훨씬 많다. 운전자는 전방 차량 신호와 정지선, 좌측에서 오는 직진 차량, 교차로 진입 직후 만나는 횡단보도, 보행자와 자전거 유무를 거의 동시에 살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야와 동선이 쉽게 엇갈린다. 좌측 차량 흐름을 먼저 보느라 정작 우측 횡단보도에 들어오는 보행자를 늦게 발견하기 쉽고, 승합차나 화물차처럼 차체가 큰 차량일수록 우측 사각지대는 더 넓어진다.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회전 교통사고로 75명이 숨지고 1만 8000명 넘는 사람이 다쳤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우회전 사고 비중은 2.9% 수준이지만, 더 눈에 띄는 건 보행자 피해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비중은 36.3%인데, 우회전 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는 56%에 달했다. 우회전이 특히 보행자에게 치명적인 사고 유형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선 여전히 “서행이면 괜찮다”, “빈틈이 보이면 빨리 빠져나가면 된다”는 오래된 습관이 남아 있다. 여기에 출근길 시간 압박, 뒤차 경적, 밀리는 차선 흐름이 더해지면 운전자는 멈춤보다 진행을 먼저 선택하기 쉬워진다. 그 몇 초가 사고를 만든다.

결국 답은 하나다…운전자는 먼저 멈추고, 보행자는 끝까지 확인해야 한다

보행자 보호를 위한 우회전 방법 / 전북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보행자 보호를 위한 우회전 방법 / 전북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실제 단속 현장에서도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인데 버스가 우회전을 시도해 충돌 직전까지 가는 아찔한 상황이 반복됐다. 그런데도 일부 운전자는 적발 뒤 “서행이면 괜찮은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하지만 경찰이 강조하는 기준은 속도가 아니라 정지다. 천천히 도는 것이 아니라, 먼저 멈추고 보행자 안전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이번 단속의 목적도 단순히 6만 원을 물리는 데 있지 않다. 보행자 보호를 중심에 두는 운전 습관을 다시 세우는 데 있다.

보행자도 완전히 예외는 아니다. 신호가 내 편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하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 우회전 차량은 곡선으로 들어오며 사각지대가 생기기 쉽고, 실제로 멈추지 않는 차량도 있다. 횡단보도에 들어설 때 차량이 정말 멈췄는지 한 번 더 확인하는 방어 보행이 필요한 이유다. 운전자는 일단 멈추고, 보행자는 실제 정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습관이 함께 자리 잡아야 사고를 줄일 수 있다.

유튜브, 연합뉴스TV

지금 전국 도로 곳곳에서 줄줄이 적발되고 있는 건 단순한 위반 차량이 아니다. 아직도 바뀌지 못한 오래된 운전 방식이다. 우회전 앞에서의 몇 초는 생각보다 훨씬 무겁다. 누군가에겐 범칙금 6만 원으로 끝나지만, 누군가에겐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