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루마니아인 한국생활] 한국엔 없는데 루마니아엔 있다? 요즘 더 놀라운 현지 K-열풍

2026-04-20 16:41

예전에는 루마니아에서 한국을 좋아한다고 하면 조금 특별한 취향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 친구들도 잘 모르는 한국 과자가 루마니아에서 더 쉽게 보일 정도로, 한국은 이미 훨씬 가까운 문화가 되어 있었다.

야외 축제 현장에서 두 젊은 여성이 한글이 적힌 마스크팩과 떡볶이 등 한국 문화를 즐겁게 체험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야외 축제 현장에서 두 젊은 여성이 한글이 적힌 마스크팩과 떡볶이 등 한국 문화를 즐겁게 체험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지금의 루마니아에서 한국은 더 이상 낯선 문화가 아니다. K팝과 K드라마, K뷰티의 영향으로 한국은 점점 더 일상 가까이 들어왔고, 내가 고향에 갈 때마다 그 변화를 더 선명하게 느끼게 된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한국 문화는 루마니아에서 아직 소수의 관심사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음식, 화장품, 음료, 행사까지 한국을 접하는 방식이 훨씬 다양해졌다.

실제로 루마니아에서 한국 대중문화의 확산은 학술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루마니아 내 K팝, K드라마, 한국 영화, K뷰티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은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가 아니었다

내가 처음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졌을 때만 해도, 루마니아에서 한국을 접하는 건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다. 대도시라고 해도 한국 식당은 두세 곳 정도가 전부인 경우가 많았고, K팝 굿즈나 한국 과자를 파는 작은 매장도 정말 일부에 불과했다. 한국 제품을 찾으려면 일부러 시간을 들여 찾아가야 했고,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마트나 온라인몰에서 고를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의 변화가 더 크게 느껴진다. 이제 루마니아에서 한국 문화는 단순히 소수 팬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K팝이 처음 관심의 문을 열었다면, K드라마와 K뷰티는 그 관심을 훨씬 넓고 깊게 만든 역할을 했다. 음악으로 시작한 호기심이 음식, 화장품,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이어진 것이다.

K팝은 이제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문화가 됐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오프라인 행사다. 예전에는 루마니아에서 K팝을 좋아한다고 해도 대부분은 온라인으로 음악을 듣고, 영상이나 콘텐츠를 소비하는 정도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팬들이 직접 모이고, 현장에서 한국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루마니아 해변 도시 코스티네슈티에서 열리는 니비루(Nibiru) 다. 공식 소개와 현지 보도에 따르면, 2026년 여름 프로그램 안에는 K팝 페스티벌 요소도 포함돼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루마니아에서 이런 규모의 K팝 중심 행사를 떠올리기 어려웠다는 점을 생각하면 꽤 큰 변화다.

하지만 내가 더 크게 체감하는 변화는 행사보다도 오히려 제품의 다양성이다. 루마니아에 갈 때마다 한국 과자, 음료, 화장품, 즉석식품이 훨씬 더 많아졌다는 걸 느낀다. 예전에는 일부 전문 매장에서나 겨우 찾을 수 있었던 것들이 이제는 훨씬 더 쉽게 눈에 들어온다.

흥미로운 건, 가끔은 한국 친구들도 잘 모르는 제품이 루마니아에서는 더 쉽게 보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밀키스 멜론맛은 루마니아 온라인 스토어나 수입 식품 판매처에서 구할 수 있는데, 이 얘기를 한국 친구들에게 했더니 오히려 그들이 더 놀랐다. 한국에서도 아주 흔한 제품은 아니라서, 실제로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농담처럼 한국 친구들에게 “새로운 한국 과자나 음료 먹고 싶으면 오히려 루마니아에 와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밀키스 메론 맛 / 쿠팡
밀키스 메론 맛 / 쿠팡

K뷰티는 한국을 팬덤 밖으로도 넓혔다

한국 문화의 확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축은 K뷰티다. 루마니아에서도 한국 스킨케어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특히 SNS를 통해 성분 중심의 제품이나 한국식 스킨케어 루틴이 알려지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시장 분석도 나왔다.

이 지점이 중요한 이유는, K뷰티가 한국을 단순한 팬덤 문화 너머로 확장시켰기 때문이다. K팝을 잘 모르는 사람도 한국 선크림이나 토너, 시트 마스크를 통해 한국을 접할 수 있다. K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돌 팬이 아니어도 드라마를 통해 한국 음식, 패션, 언어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즉, 이제 한국은 특정 팬들만 좋아하는 문화가 아니라 더 넓은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트리플스트리트 쇼핑몰의 올리브영 매장에 진열된 파운데이션, 블러쉬 등 K-뷰티 브랜드의 메이크업 클로즈업 뷰 / 셔터스톡
트리플스트리트 쇼핑몰의 올리브영 매장에 진열된 파운데이션, 블러쉬 등 K-뷰티 브랜드의 메이크업 클로즈업 뷰 / 셔터스톡

돌이켜보면 가장 크게 달라진 건 규모다. 예전에는 루마니아에서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는 것이 비교적 마니아적인 취향처럼 느껴졌다면, 지금은 훨씬 더 공개적이고 일상적인 관심사가 됐다. 식당은 더 많아졌고, 제품은 더 다양해졌고, 팬들이 모일 수 있는 행사도 늘고 있다. 심지어 K팝 그룹을 직접 초청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행사들도 준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 루마니아는 한국 문화의 소비지일 뿐 아니라 적극적인 행사 시장으로도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고향에 갈 때마다 나는 조금 놀란다. 더 이상 한국이 멀리 있는 문화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제 루마니아의 메뉴판 안에도 있고, 뷰티 매장 선반 위에도 있고, 해변 페스티벌 포스터 위에도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가장 분명한 변화인지도 모른다. 루마니아에서 한국은 이제 더 이상 화면 속에서만 소비되는 문화가 아니다. 직접 먹고, 사고, 보고, 즐기러 갈 수 있는 문화가 됐다.

home 오아나 기자 oana11@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