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영양교사 "내가 겪어보니 무상급식 철폐해야"... 네티즌들 압도적 반응은

2026-04-20 13:22

무상급식 폐지하면 잔반이 줄어들까?

아이들 밥 한 끼를 두고 한국 사회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2010년 당시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반대를 내걸고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투표율 25.7%에 개표조차 못 한 채 시장직을 던졌다. 이후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전면 무상급식이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2021년 대구광역시를 끝으로 전국 초·중·고 전면 무상급식이 완성됐지만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하다.

여러 학교에서 기간제 영양교사로 일했다고 밝힌 누리꾼이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82쿡에 무상급식 철폐를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공짜 밥이라 학생들이 급식이 귀한 줄 모른다. 잔반이 심각하고 잔반 버리는 업체에 돈 주고 버리는 낭비가 아주 심각하다"는 내용이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쓴이는 채소 반찬은 거의 먹히지 않고 선호 메뉴만 줄 수도 없는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무상급식을 철폐하고 차상위·기초수급자·한부모 가정에만 지원하는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상으로 제공된 과일을 유치원 원장이 가져간다는 주변 사례도 곁들였다. 이 글에는 1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글쓴이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첫 반응부터 거셌다.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울 사람일세"라는 댓글이 포문을 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냐는 댓글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 "돈 내고 먹으면 애들이 반찬 안 버리나"라는 반론이 여러 누리꾼에게서 동시에 올라왔다. "유상급식이면 애들이 안 남기고 싹싹 먹겠나. 부모들이 도시락을 싸줄 것 같나. 매점 없는 학교도 많아서 빵이나 라면 사먹기도 힘들다. 급식량을 줄이면 되지 왜 없애나"는 댓글도 달렸다. "엄마 카드로 한 끼에 2만 원씩 주고 사먹는 애들이 유상이라고 아깝게 생각하겠나"라는 지적도 나왔다. 급식비를 내는 주체가 아이가 아닌 부모인 이상 유상 전환이 잔반을 줄일 것이라는 논리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원글 작성자는 "이런 글 쓰면 특정 정당 지지자로 몰아가는 사람들은 정치병 환자라고 생각한다. 일선에서 일한 사람의 경험담"이라며 "한 반에 차상위, 한부모 가정, 기초수급자 몇 명을 위해 전체에게 무상급식을 한다.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 댓글에도 "돈 내고 먹는다고 반찬 안 남기고 먹을까. 발상이 유치하다"는 반박이 달렸다.

전북특별자치도 임실군 임실고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점심식사와 함께 나온 임실N치즈 요구르트가 놓여 있다. 임실군은 관내에서 생산되는 유제품을 36개 학교에 재학 중인 1500여 명의 유·초·중·고등학생들에게 무상 제공하고 있다. / 임실군청 제공(2024년 3월 13일자 사진)
전북특별자치도 임실군 임실고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점심식사와 함께 나온 임실N치즈 요구르트가 놓여 있다. 임실군은 관내에서 생산되는 유제품을 36개 학교에 재학 중인 1500여 명의 유·초·중·고등학생들에게 무상 제공하고 있다. / 임실군청 제공(2024년 3월 13일자 사진)

반론은 잔반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았다. "집에서 허구한 날 고기만 주나. 집에서도 야채 주면 안 먹는데 야채 안 먹으니 잔반 줄이려고 학교에서 고기, 튀김, 햄버거만 주면 만족하겠나. 학교에서는 영양 균형에 맞게 식단을 짜야 하고 아이들은 먹고 싶은 것만 먹는다. 어쩌라는 것인가"는 댓글이 대표적이었다. 집에서 차려주는 밥도 야채 반찬은 남기는 게 아이들인데, 무상 여부를 잔반의 원인으로 보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지적이다.

중학생 자녀를 둔 누리꾼은 "교장이 새로 오면서 급식에 신경 쓰겠다고 한 뒤 훈제 닭다리 같은 메뉴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급식의 질은 운영 주체의 의지와 역량에 달린 문제임을 강조했다.

동조 댓글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유상이면 최소한 버리는 게 아깝다는 생각은 하겠지. 지금은 무료니까 밥이고 물건이고 귀한 줄 모르는 게 문제"라거나 "쓸데없이 주어지는 혜택이라면 그거 모아서 좀 더 낮은 데로 흘러가게 하는 게 맞는다"는 댓글도 있었다. 그러나 전반적인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잔반은 식단과 조리 역량의 문제"… 현장 경험자들의 목소리

무상·유상 여부가 아니라 급식의 질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현장 경험자들에게서 잇따랐다. 12년간 학교 급식위원장을 지냈다는 누리꾼은 "잔반은 무상·유상급식의 문제가 아니라 식단과 조리사의 역량 문제"라고 했다. "영양사가 들깻가루로 무친 반찬을 자주 올려 학부모들이 줄여달라고 요청했고, 체육대회 날 뜨거운 국을 메뉴로 잡은 영양사에게 국수로 바꿔달라고 건의해 관철한 적이 있다"는 구체적 경험도 소개했다. "아이들 맘에 들면 먹는다. 유상이냐 무상이냐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게 결론이었다.

조리사 출신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능력 없는 영양사면 계산을 잘못해 버리는 것이 더 많다. 잔반이 나오니 무상급식 중지하라니 개도 안 웃을 소리"라고 직격했다. 초등학생의 경우 급식 자체에 적응이 안 돼 잔반이 많은 것이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오히려 잘 먹는다는 경험담도 덧붙였다. 고등학생의 경우 석식비를 내고 먹는 유상급식에서도 배식량이 적다는 불만이 많다고 했다. 유상이라고 남기지 않는 게 아니라는 근거였다.

현장에서 20년 가까이 급식 업무를 담당했다는 누리꾼은 "급식을 고기·채소 골고루 영양학적으로 연구해서 메뉴를 짠다. 염도·당도 이런 것도 다 고민하고 절기에 맞춰 별식도 준다. 아이들이 김치·채소를 안 먹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아이들은 배식 시 안 받겠다고 말한다. 그런 거 보면 참 안타깝다. 제일 맛있는 김치가 급식 김치인데 다 유기농에 국산 재료"라고 했다. 잔반의 원인이 무상 여부가 아니라 아이들의 식습관과 식단 구성에 있음을 보여주는 현장의 목소리였다.

맞벌이 가정의 현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맞벌이가 많은 세상에 도시락을 싸줄 수 있는 집이 몇 퍼센트나 되겠나. 유상으로 바꾸면 애들이 그 돈으로 빵이나 패스트푸드를 먹게 된다. 급식은 단순히 한 끼 해결이 아니라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는 댓글이었다. 요즘 젊은 층의 암과 성인병 발생률이 높은 현실에서 성장기 아이들의 균형 잡힌 식사를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율적이라는 시각이었다.

선별적 지원의 낙인 문제…"가난을 증명해야 밥을 먹는 구조"

댓글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 주제는 선별적 무상급식이 아이들에게 남기는 상처였다. "무상급식 먹는 애들 상처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반응이 초반부터 등장했고, "가난을 증명해야 먹을 수 있는 급식이라면 아이들에게 당신은 그냥 일개 노동자일 뿐"이라는 날 선 댓글도 달렸다.

이 우려는 과거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선별적 급식 지원 시절, 학교에서 급식비 지원 대상 학생에게 영수증을 나눠주거나 행정실로 따로 호출하는 방식이 공공연히 이뤄졌다. 누가 지원을 받는지는 학급 전체가 아는 구조였다. 계좌 이체로 바꾸면 해결된다는 반론도 있었지만,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예민하게 서로의 차이를 감지한다. 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이를 비하하는 별명으로 놀리는 세태가 언론에 오르내리는 현실에서, 선별적 복지가 낙인 없이 작동할 것이라는 믿음은 낙관적 기대에 가깝다. 전면 무상급식은 단순히 밥을 무료로 주는 게 아니라 교실 안에서 빈부의 차이가 드러나는 상황 자체를 없애는 효과를 갖는다.

선별적 무상급식의 구조적 한계도 있다. 소득 기준선 바로 위에 있는 가구는 급식비를 내고 나면 실질 소득이 기준선 아래 가구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생긴다. 예컨대 월 249만 원을 버는 4인 가구는 급식비 지원을 받지만 월 251만 원을 버는 가구는 받지 못해 급식비를 제하고 나면 실질 소득이 뒤집힌다. 소득 파악 자체도 완벽하지 않아 지원이 필요한 계층이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도 발생한다. 선별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이 비용을 절감해 전체 아이들에게 균등하게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시각이 전면 무상급식 도입의 핵심 논거 중 하나였다.

"무상이어서 질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무상급식이 급식의 질을 낮춘다는 주장도 반대론의 단골 논거다. 그러나 무상급식 중단을 실제로 경험한 지역에서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는 이미 기록으로 남아 있다. 한 지자체에서 전면 무상급식을 중단하자 급식 단가가 내려가고 친환경 식재료 사용이 대폭 줄었다. 친환경 농산물 사용 학교가 이전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는 사례도 나왔다. 반대로 전면 무상급식이 제대로 운영된 지역에서는 친환경 농산물 사용이 늘고 지역 농산물 소비로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까지 거둔 곳도 있었다. 국가 재정이 투입되면서 식재료 감찰이 강화되고 비리 개입 여지가 줄어든 덕분이다. 무상급식 도입 이후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 조사에서 급식 맛이 좋아졌다는 응답이 71%에 달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임실군 임실고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점심식사와 함께 나온 임실N치즈 요구르트가 놓여 있다. 임실군은 관내에서 생산되는 유제품을 36개 학교에 재학 중인 1500여 명의 유·초·중·고등학생들에게 무상 제공하고 있다. / 임실군청 제공(2024년 3월 13일자 사진)
전북특별자치도 임실군 임실고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점심식사와 함께 나온 임실N치즈 요구르트가 놓여 있다. 임실군은 관내에서 생산되는 유제품을 36개 학교에 재학 중인 1500여 명의 유·초·중·고등학생들에게 무상 제공하고 있다. / 임실군청 제공(2024년 3월 13일자 사진)

예산 문제도 자주 거론된다. 전면 무상급식에 연간 2조 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유상급식 시절에도 그 돈은 결국 학부모 주머니에서 나간다. 세금으로 걷느냐, 급식비로 걷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오히려 선별 비용과 행정 비용, 미납 독촉 비용 등을 감안하면 전면 무상급식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무상급식의 역사도 반대론의 논거를 흔든다. 자치단체 단위 전면 무상급식을 처음 도입한 2007년 경남 거창군수는 국민의힘 전신 정당 소속이었다. 무상급식이 진보 진영만의 의제라는 구도는 처음부터 사실과 거리가 있었다. 스웨덴은 1937년, 핀란드는 1948년에 각각 무상급식을 도입했다. 당시 두 나라의 경제력은 현재 한국보다 낮았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1인당 실질 소득 기준으로도, 국가 전체 경제력 기준으로도 현재 한국이 앞선다. "그 나라 국민소득 수준이 돼야 무상급식을 할 수 있다"는 반대론의 논거는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