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휴게소서 내린 50대…고속도로 걷다 차량 2대에 치여 숨져

2026-04-20 07:22

휴게소 하차 후 고속도로 진입, 왜 연쇄 추돌로 이어지나

한밤중 휴게소에서 내린 뒤 고속도로를 걷던 50대 남성이 차량 여러 대에 잇따라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20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께 대구 군위군 중앙고속도로 춘천 방향 군위휴게소 인근 2차로를 달리던 차량이 도로 위를 걷고 있던 50대 남성 A 씨를 들이받았다.

A 씨는 충격으로 튕겨 나간 뒤 1차로를 지나던 다른 차량에 다시 치였고, 결국 목숨을 잃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자신이 타고 있던 관광버스가 휴게소에 잠시 정차하자 차량에서 내린 뒤, 걸어서 고속도로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사고 당시 가해 차량 수와 A 씨가 고속도로로 들어가게 된 경위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26일 새벽에도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새벽 0시 30분께 경기 시흥시 대야동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조남2교 인근에서 보행자가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이 사고는 고속도로를 걸어서 건너려던 보행자를 차량 한 대가 먼저 들이받은 뒤, 뒤따르던 여러 차량이 도로에 쓰러진 보행자를 잇달아 치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왜 고속도로 보행 사고는 연쇄 충돌로 이어지나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보행자 사고는 일반 도로 사고보다 훨씬 치명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차량의 주행 속도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에서는 대부분 차량이 시속 80~100km 이상으로 달리고 있어, 운전자가 전방에서 사람을 발견하더라도 즉시 멈추거나 차로를 바꿔 피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야간에는 시야 확보가 더 어렵다. 가로등이 충분하지 않은 구간이 많고, 보행자는 차량 전조등이 비추는 짧은 거리 안에 들어와서야 인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운전자는 보행자를 발견하는 순간 이미 충돌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때문에 고속도로 보행자 사고는 단순 1건의 사고로 끝나지 않고 연쇄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첫 번째 차량에 치인 보행자가 도로 위에 쓰러지거나 다른 차로로 튕겨 나가면, 뒤따르던 차량은 이를 장애물로 인식할 시간조차 없이 그대로 들이받을 수 있다. 고속 주행 중인 차량은 급제동을 하더라도 제동거리가 길고, 옆 차로에도 다른 차량이 달리고 있어 급격한 회피 조향 역시 쉽지 않다. 특히 야간이나 비가 오는 날, 시야가 제한되는 구간에서는 보행자뿐 아니라 이미 사고로 멈춰 있거나 감속한 차량까지 연쇄적으로 추돌할 위험이 커진다.

사망사고 비율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반 도로에서는 제한속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신호나 교차로, 정체 구간 등으로 인해 차량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많아 충격 강도가 다소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고속도로는 기본적으로 빠른 속도를 유지하는 공간인 만큼, 보행자가 차량과 충돌할 경우 신체가 받는 충격이 훨씬 크다. 한 번의 충돌만으로도 치명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 후속 차량까지 가세하면 생존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화물차와 대형버스 비중이 높은 점도 위험성을 키운다. 대형 차량은 제동거리가 길고 사각지대가 많아, 사고 발생 시 피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고속도로 보행자 사고는 왜 발생할까. 대표적으로는 휴게소나 졸음쉼터, 갓길 정차 뒤 운전자가 차량 밖으로 나왔다가 도로에 진입하는 경우가 있다. 관광버스 승객이 임의로 내리거나, 차량 고장 뒤 당황한 나머지 안전수칙을 지키지 못하고 차로 쪽으로 나오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음주 상태나 정신적 혼란, 길을 잘못 들어 고속도로에 진입한 경우도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고속도로를 ‘잠깐 건너도 되는 곳’ 또는 ‘조심하면 괜찮은 곳’처럼 오판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고속도로에서는 몇 걸음의 보행조차 곧장 생명과 직결되는 위험 행동이 된다.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행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는 조치가 중요하다. 휴게소와 나들목, 졸음쉼터 주변에는 무단 보행 금지 안내를 더 강화하고, 필요하면 차단시설과 경고 방송 시스템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관광버스나 전세버스 운행 시에는 기사와 운수업체가 승객 임의 하차를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 차량 고장 시에는 비상등을 켜고 가능한 한 갓길에 정차한 뒤, 운전자와 탑승자는 반드시 가드레일 밖이나 안전지대로 즉시 대피해야 한다. 삼각대 설치나 신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람부터 도로 바깥으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다.

운전자들 역시 야간 휴게소 진출입 구간이나 갓길 주변에서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전제로 전방 주시를 강화해야 한다. 결국 고속도로 보행자 사고는 한순간의 방심이 연쇄 추돌과 대형 사망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행 금지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