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명분 잃은 진흙탕 공방, 상처받는 건 결국 화순 군민이다

2026-04-20 10:54

'1분 2초 판도라 영상' 촌극에 멍드는 화순… 분열 멈추고 정책 대결로 돌아와야
길 잃은 선거판, 유권자 피로감만 가중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전남 화순군수 선거가 길을 잃었다.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출범이라는 중대한 기로에서 지역의 미래 청사진을 논해야 할 선거판이 이른바 ‘1분 2초 판도라 영상’으로 촉발된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해 버렸다. 축제가 되어야 할 선거가 유권자들에게 피로감과 깊은 우려만 안겨주고 있는 실정이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 실체 없는 의혹에 춤추는 무책임한 정치

사태의 발단이 된 이 영상은 ‘휴대폰 수거 대리투표 의혹’을 담고 있다며, 민주당 최고위원회가 해당 선거구를 전략선거구로 지정하는 결정적 명분이 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실상은 달랐다. 해당 영상은 특정 후보나 정당을 명확히 지목하지 않은 ‘주어 없는 콘텐츠’였으며, 심지어 화순군수 경선이 아닌 ‘전남광주통합시장 선거’와 관련된 해프닝이라는 사실이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상황이 이쯤 되면 섣부른 판단을 인정하고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행보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책임 있는 해명과 수습은 실종된 채, 오히려 특정 정치인이 편향된 입장문을 발표하며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자극받은 양측 지지자들의 대립은 감정적 충돌로 격화되며 이성을 잃어가고 있다.

◆ 도 넘은 분열의 정치, 무너지는 지역 공동체

기자가 보기에 지금의 화순 선거판은 ‘위험 수위’를 넘었다. 정치의 본령은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을 이끌어내는 데 있지만, 현재 화순에서는 표를 얻기 위해 공동체의 근간을 흔드는 분열의 정치가 판을 치고 있다. 선거는 결국 끝이 나겠지만, 선거 과정에서 찢긴 앙금과 불신은 오래도록 지역사회에 남아 치유하기 힘든 상처가 된다. 화순은 특정 개인이나 정치 세력의 전리품이 아니라, 군민들이 오순도순 살아온 소중한 삶의 터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 흑색선전 멈추고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해야

이제라도 멈춰야 한다. 두 후보와 각 선거 캠프는 소모적인 흑색선전과 상호 비방을 즉각 중단하는 ‘신사협정’을 맺어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상대를 헐뜯는 네거티브를 거두고, 화순의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과 비전으로 정정당당하게 평가받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

유권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진흙탕 싸움 속에서도 누가 진짜 지역을 위해 헌신할 적임자인지, 누가 공동체의 품격을 지키며 책임 있는 정치를 하고 있는지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는 결코 군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화순의 정치권은 무겁게 새겨야 할 때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