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간의 탈출 소동 끝에 대전 오월드로 복귀한 늑대 ‘늑구’가 성심당과 함께 대전을 상징하는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지난 2018년 동물원을 탈출했다가 4시간 30여 분 만에 사살된 ‘뽀롱이’ 사건의 아픔이 컸던 만큼, 이번 늑구의 무사 생포 소식은 시민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에 대전 지역사회는 늑구 열풍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들썩이는 모습이다. 대전의 유명 제과점인 ‘하레하레’ 도안점은 지난 18일부터 빵 표면에 늑구의 얼굴을 새긴 초코크림빵 ‘늑구빵’을 출시했다. 판매 첫날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은 늑구빵은 19일 오전 준비된 50개가 순식간에 매진됐다. 초기 테스트용으로 개당 2,500원에 판매되던 늑구빵은 하루 만에 가격이 300원 인상되기도 했다.
SNS에서는 늑구빵 인증 사진과 함께 ‘발 빠른 빵의 도시 대전’이라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늑구가 거주하던 방사장이 약 1만 평(3만 3,000㎡)에 달하는 대규모 사파리라는 사실이 재조명되며 ‘도련님 늑구’라는 별칭도 얻었다. 과거 동물 프로그램에서 해당 시설을 국내 최대 규모로 소개한 장면이 공유되자, 네티즌들은 늑구의 탈출을 ‘재벌가 도련님의 서민 체험’에 비유하며 드라마 주인공에 빗댄 ‘늑준표’라 부르기도 한다.
민간 기업의 환영 인사도 눈에 띈다. LG전자 베스트샵 대전본점은 늑구가 생포된 17일부터 대형 전광판에 ‘늑구야 돌아와서 고마워’라는 문구를 송출 중이다. 탈출 기간 내내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내보냈던 점포 측이 생포 소식에 맞춰 발 빠르게 내용을 수정한 것이다.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는 늑구에게 직접 사인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게시물이 올라오는 등 해프닝도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늑구 관련 밈(Meme)이 쏟아지고 있다. 탈출 경로 트래킹, 늑구 마라톤대회, 늑구 투어 등 가상의 콘텐츠가 제작되며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늑구의 복귀가 대전 연고 프로 스포츠 구단들의 성적과도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화 이글스는 늑구가 탈출했던 기간 7연패의 늪에 빠져 있었으나, 늑구가 복귀한 당일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5대 0 완승을 거두며 열흘 만에 승리를 맛봤다. 프로축구 대전하나시티즌 역시 전날 FC서울을 1대 0으로 제압하며 3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연이은 승전보에 팬들은 “팀명을 한화 울브즈로 바꿔야 한다”거나 “늑구가 대전의 진정한 승리 요정”이라며 환호하고 있다. 대전의 상징인 꿈돌이와 함께 늑구를 공식 마스코트로 채택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형성되며 늑구 신드롬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